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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임현정 "침묵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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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연주 동영상으로 명성… "피아노는 음악을 전하는 통역가"
"베토벤 음악 진정성 전달 위해 작곡한 템포대로 연주 노력해야"

피아니스트 임현정 "침묵을 듣는다" 피아니스트 임현정 [사진= 임현정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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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피아니스트 임현정(33)씨는 특별한 이력을 쌓았다. 유명한 피아니스트들은 대개 콩쿠르 성적으로 이름을 알린다. 하지만 임씨는 2009년 유튜브에 올린 앙코르 연주 동영상 하나로 단숨에 스타가 됐다. 그는 림스키 코르사코프가 작곡한 '왕벌의 비행'을 엄청난 빠르기로 연주했다. 대중은 임씨의 속주(速奏)에 사로잡혔다. 여기에 중학교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홀로 떠난 프랑스 유학, 세계적 음반사(EMI)와의 계약이라는 스토리가 더해졌다.

임현정씨를 15일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했다. 임씨는 속주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그는 "우리가 '안녕하세요'라고 말할 때 어떤 속도로 말해야지 하고 정해 놓고 말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안녕하세요'라고 말할 때 그 사람의 발랄함, 경쾌함, 슬픔 등의 감정과 진심"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중은 그의 속주에 열광할 수밖에 없다. 클래식 장르는 대중이 '어떤 연주가 좋은 연주인가'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연주자의 빠른 연주는 숙련된 기량과 더불어 '노력'을 반영하는 여러 기준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임씨의 속주에 대한 철학은 분명했다. 그는 베토벤의 음악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베토벤이 악보를 만들 때 지시한 템포 대로 연주를 해야 베토벤 음악의 진정성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베토벤이 지시한 템포 대로 연주를 하려면 실제 연주에서 틀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연주를 하면 아예 곡의 성격이 바뀐다. 베토벤이 추구한 음악의 진정성을 전달하려면 그가 정한 템포 대로 연주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주장에는 반론도 있다. 베토벤 시대의 피아노는 오늘날의 피아노와 다르다. 과거에는 피아노로 격정적인 부분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빠르고 좀 더 힘을 주는 연주가 필요했지만 오늘날의 발전된 피아노는 그때만큼의 힘과 속도가 없어도 베토벤이 추구한 음악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연주자가 어떻게 해석해 관객들에게 전달하느냐의 문제라는 주장이다.


임씨도 곡의 성격과 의미를 전달하는 연주가 우선이고 템포는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작곡가들과 내가 하나가 돼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 먼저다. 작곡가의 의도를 정확하게 전달하되 연주자인 저의 본질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을 추구한다"고 했다.


임현정씨는 처음 프랑스에 갔을 때 프랑스어를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는 "친구가 수업시간에 필기한 한 페이지를 사전을 찾아 번역하는데 네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프랑스어가 익숙해지는데 6개월이 걸렸다. 임씨는 "처음에 피아노는 한국을 벗어나기 위한 핑계였는데 프랑스에 가니 피아노가 더 좋아졌다. 피아노가 통역가였고 사람들과 나를 이어주는 다리였다."


피아니스트 임현정 "침묵을 듣는다" 임현정 피아니스트 [사진= 봄아트프로젝트 제공]

프랑스에서 라흐마니노프의 콘체르토 2번을 처음 들었을 때의 감동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한국에서 들을 때는 웅웅거리는 소리로만 들렸다. 하지만 음악만이 유일한 나의 언어가 되는 환경에서 콘체르토를 들으니 화음 하나하나가 내 세포를 뚫고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우물 안 개구리가 바다를 만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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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혼자 생활하는 것은 물론 쉽지 않았다. 집을 구하고, 세금을 내고, 모든 일을 직접 처리해야 했다. 그는 "체류증을 받아야 할 때 프랑스 공무원들이 조그만 동양인 여자애라고 무시하는 것 같아 '수업도 빼먹고 왔는데 당신들이 내 미래를 망치고 있다'며 따졌다"고 했다. 임씨는 혼자 모든 일을 처리하면서 16살이 됐을 때 현지 심사를 통과해 성인증도 받았다고 했다.


임씨는 클래식 외에 어떤 음악을 듣느냐고 묻자 "침묵을 듣는다"고 했다. 그는 "요즘은 어디를 가도 음악이 있어서 음악을 듣는 정도를 넘어 음악의 지배를 받는다. 그래서 침묵을 듣기를 좋아한다. 그림을 그리기 전의 하얀 도화지 같은 상태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스위스 뉴샤텔에 살고 있다. 알프스가 보이고 강이 흐르는 곳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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