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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날엔…] 턱수염 박원순 포옹 안철수 ‘희망 바이러스’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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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6일 40% 후보가 3%에게 양보…서울시장 보궐선거 이어 대선 지각변동 예고했지만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정치, 그날엔…] 턱수염 박원순 포옹 안철수 ‘희망 바이러스’ 그 후…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제7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 및 교육감 선거,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일인 지난해 6월13일 서울 노원구 극동늘푸른아파트 경로당에 마련된 투표소에 부인 김미경 교수, 딸 설희 씨와 함께 들어서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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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서울시장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안철수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얘기가 끝나자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불을 뿜었다. 2011년 9월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지하 1층, 그날의 발표는 한국 정치사에 기록될 극적인 순간이었다.


중앙일보가 2011년 9월3일 한국갤럽에 의뢰해 서울시민 1006명을 대상으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안철수 원장은 39.5%의 지지율로 2위 그룹의 네 배에 달하는 압도적인 1위였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5위에 이름을 올린 인물은 박원순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그의 지지율은 3.0%로 안철수 원장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안철수 원장은 양자 구도는 물론이고 다자 구도에서도 서울시장에 뽑힐 확률이 높은 상황이었다.


“존중하는 동료이신 박원순 변호사를 만나서 그분의 포부와 의지를 충분히 들었다.…서울시장을 누구보다 더 잘 수행할 수 있는 아름답고 훌륭한 분이다.”


안철수 원장은 사실상 박원순 이사의 손을 들어주며 서울시장 후보군에서 스스로 퇴장했다. 안철수 원장이 이렇게 말할 때 몇 발자국 근처에 있던 턱수염이 난 인물은 진지한 표정으로 발언을 경청했다.


[정치, 그날엔…] 턱수염 박원순 포옹 안철수 ‘희망 바이러스’ 그 후… 지방선거를 하루앞둔 지난해 6월12일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와 김선동 선대위원장이 국회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현장에 있던 사진기자들은 안철수 원장과 ‘턱수염 주인공’의 표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털보 아저씨라고 불러도 될 만한 모습으로 현장에 나타난 인물은 백두대간 등반을 마치고 산에서 내려온 박원순 이사였다. 안철수 원장은 턱수염 아저씨(박원순 이사)와 포옹했다. 이날 가장 극적인 장면이었다.


박원순 이사는 행사가 마무리된 후 소감을 묻자 “정치권에서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합의를 했다”고 말했다. 지지율 5%도 안 되는 ‘무소속’ 후보에게 서울시장 자리를 양보한 안철수 원장은 정치적으로는 승자와 다름없었다.


서울시장에 대한 희망은 사라졌지만, 대통령에 대한 희망이 샘솟았기 때문이다. CBS가 2011년 9월6일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대선후보 가상 대결에서 안철수 43%, 박근혜 41%의 지지율을 보였다. 서울시장 가상 대결에서도 나경원 42%, 박원순 37%로 박빙의 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측됐다.


9월6일 그날의 만남이 가져온 효과다.


[정치, 그날엔…] 턱수염 박원순 포옹 안철수 ‘희망 바이러스’ 그 후…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서울시·서울상공회의소 공동 주최로 열린 '2019년 서울시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안철수-박원순 동반 상승의 토대는 ‘희망 바이러스’ 전파였다. 두 사람은 당시 특정 정당 소속이 아니었다. 조직도, 기반도 거대 정당과 비교할 수준이 아니었다. 하지만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의 염원이 모여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대선 판도를 흔들어 놓았다.


실제로 박원순 이사는 무소속 후보로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훗날 안철수 박원순 두 사람이 정치 인생을 회고할 때 잊을 수 없는 시간이다. 안철수 박원순, 두 사람의 빛나는 시간은 현재 진행형일까.


정치는 생물이다. 그 시간 이후 많은 일이 있었다. ‘새정치의 아이콘’은 2017년 대선을 거치면서 희화화의 대상이 됐다. 그가 TV토론에서 화제에 오른 이유는 뛰어난 토론 실력이 아니었다. 정치인 안철수의 힘을 키웠던 키워드 ‘새정치’는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여전히 무엇이 그가 말하는 새정치인지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정치, 그날엔…] 턱수염 박원순 포옹 안철수 ‘희망 바이러스’ 그 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턱수염 아저씨’는 대선의 꿈을 키워가고 있지만 2022년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범여권 대선주자 지지율 경쟁에서 잠룡으로 분류되는 이낙연 국무총리,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에 뒤져 있다. 한국 정치 역사상 첫 번째 3선 서울시장의 위상을 고려할 때 현재의 지지율은 어울리지 않는 결과다.


다시 정치는 생물이다. 2011년 9월6일의 감동을 재연하기는 어렵겠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재기의 준비 과정을 밟고 있다. 현실 정치에서 한 발 물러나 있지만 결국 그가 돌아올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시 돌아올 그날, 새정치의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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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은 지지율 정체 흐름을 뚫고 반전의 모멘텀을 찾을 수 있을까. 3선 서울시장의 탄탄한 경험을 토대로 준비된 대선 후보의 강점을 드러낼 수 있을까. 당내 기반이 약하다는 오랜 지적을 극복할 해법은 찾을 수 있을까.


2022년은 안철수 박원순, 두 사람에게 마지막 대선 출마의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대선에 너무 오랜 기간 노출되면 신선도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2027년은 새로운 인물이 한국 정치의 주인공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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