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불법촬영물(몰래카메라), 리벤지 포르노 등 불법음란물의 온상으로 여겨진 텀블러 사이트가 이를 차단하기로 밝힌 가운데 ‘OO러’라는 사이트가 등장했다.
일각에서는 텀블러에서 ‘OO러’ 갈아타는 일종의 ‘사이버 망명’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사실상 음란물을 차단하는 텀블러에 대한 ‘풍선효과’인셈이다.
텀블러와 사이트 이름도 비슷한 ‘OO러’는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개발됐다. 디자인 역시 텀블러와 유사하다. 해당 사이트를 방문하면 소셜미디어를 지향한다며 “성인 콘텐츠 환영한다”는 선정적인 문구가 있다. 이어 ‘포르노’ 등의 콘텐츠도 게시할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OO러’는 18세 이상 성인만 가입할 수 있지만, 이메일 계정만 있으면 사실상 누구든지 가입할 수 있다. 미성년자가 가입하고 음란물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음란물의 온상으로 여겨진 텀블러 역시 이메일 계정만 있으면 누구든지 가입할 수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에서는 음란물 차단에 나선 텀블러에서 ‘OO러’로 갈아타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문제는 텀블러에 올라왔던 몰카, 리벤지 포르노가 그대로 해당 사이트에 올라갈 수 있어, 불법촬영물로 피해를 당했던 여성들은 고스란히 다시 또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지난해 기준 텀블러 게시물 수는 1530억 개, 블로그는 3억 7000만 개에 달했다.
이 가운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국내외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불법·유해정보를 분석한 결과 국내 성매매·음란 정보 중 67%에 달하는 11만8539건이 텀블러를 통해 유통됐다.

주로 몰래 촬영한 몰카, 헤어진 연인에게 복수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 중 하나인 리벤지 포르노 영상이 무차별적으로 올라왔다. 이 중에는 돈을 받고 몰카를 판 일당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앞서 정부와 수사당국은 음란물을 단속하기 위해 텀블러 측에 협조를 요청해왔지만 ‘광범위한 표현의 자유를 허용한다’는 이유로 계속 거절당했다.
지난 2016년 8월 방심위는 텀블러 측에 ‘자율심의협력시스템’ 참여를 요청했지만, 텀블러는 “미국 법으로 규제되는 미국 회사로 ‘치외법권’이 적용된다”고 답하며 협조를 거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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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이트 역시 몰카, 리벤지 포르노 등 불법음란물이 올라올 경우 방심위에서 유해 사이트로 지정 접속을 차단할 수 있지만, 차단을 피할 수 있는 ‘차단 우회’ 프로그램 등을 사용하면 접속할 수 있고, 해당 사이트 운영은 외국에서 하고 있어 텀블러와 같이 협조를 거부할 수 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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