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8일 KB국민은행 노조가 19년 만에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이른 아침 은행을 찾은 고객들은 혹시나 방문한 은행이 영업을 안 할까봐 마음을 졸였다.
은행 영업 시작 전인 이날 오전 8시 40분께 국민은행 테헤란로점 앞에서 만난 구모(74·여)씨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도 안돼요?”라고 물으며 은행문을 열고 들어왔다. 구씨는 “뉴스 보니까 은행 파업한다고 해서 오늘은 ATM으로 통장 정리만 하려고 왔다”고 했다. 이어 “은행원이 파업하면 피해는 소상공인 등 대출이 급한 사람들”이라며 “연봉도 높은 대기업, 금융권 노동자들 파업을 좋게 안 본다”고 했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해 급하게 은행을 찾은 고객도 만났다. 유모(65·여)는 “전날 대환대출 해준다고 해서 800만원을 송금했는데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한 것 같아서 피해구제 서류를 떼러왔다”며 “창구업무를 볼 예정인데 파업을 한다길래 영업 안 하는 줄 알고 걱정다”고 했다.
다행히 이 영업점은 8시 59분쯤 문을 열고 손님을 맞았다. 문 열기 전부터 기다리던 4명이 은행에 들어가 창구 업무를 봤다. 직원은 8명가량 보였다.
앞서 이날 오전 8시 25분께 찾은 국민은행 선릉역점은 영업 준비로 분주했다. 한 직원은 “몇 몇 직원 빼고는 평상시 인원이 모두 출근한다”고 전했다. 이 직원은 이어 “대출상담 업무를 제외한 예금, 외환 등 업무 정상적으로 볼 수 있다”며 “오전 9시부터 4시까지 영업 예정”이라고 했다. 은행 1층 입구 앞에는 은행에서 붙여 놓은 사과문이 게시돼 있었다.
국민은행은 영업점에서 일부 업무가 제한될 수 있어 서울 145개, 수도권 126개, 지방 140개 등 모두 411개의 거점점포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주택구입자금대출, 전세자금대출, 수출입·기업 금융업무 등 영업점에서 일부 제한이 발생할 수 있는 업무는 거점 점포를 통해 처리 할 수 있다. 인터넷뱅킹 및 모바일뱅킹, ATM은 정상 운영한다.
국민은행 노조는 조합원 9000여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한 총파업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이날 오전 9시부터 진행하고 있다.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진 열 차례 넘는 교섭과 주말, 오늘 새벽까지 사용자 측은 주요 안건에 별다른 입장 변화 없이 본인들의 입장을 강요하고 있다”며 파업 돌입을 선포했다. 이날 파업은 오후 3시까지 이어진다.
이번 파업은 2000년 12월 주택은행과의 합병 반대 파업 이후 19년 만이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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