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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연인에서 부부로?…결혼할 이유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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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리포트-폭풍눈물 2534] 결혼 적령기 청년 4인에게 물어보니

결혼 때문에 직장과 먼 곳에 집 구하고
그마저도 대출받아야 하는데
혼자일 때보다 정서적·경제적 행복 크지 않아

고독한 노후 걱정도 결혼과 별개
자식 낳아도 부모부양 장담 못해
사회 변하면 혼자사는 노년 대비 가능

과거엔 결혼이 행복의 요소였지만
요즘은 달라…연인으로도 만족

"굳이 연인에서 부부로?…결혼할 이유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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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결혼을 하지 않는 게 이기적이라고요? 오히려 이타적이죠. 가족을 행복하게 해 줄 능력이 없으니 책임질 일을 만들지 않겠다는 거니까”

“입시에 등록금에 그리고 취업에… 이제 막 전쟁터를 지났어요. 온전한 ‘나’를 생각해볼 겨를도 없는데 누군가를 만나다는 건 너무 숨 막혀요.”


결혼을 바라보는 청년세대의 시각은 ‘안 하거나’ 혹은 ‘못 하거나’로 요약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고민도 할 것 아니냐”는 게 그들의 생각을 더 잘 대변한다. 기본적으로 결혼은 ‘선택’의 문제라는 거다. 그리고 그 선택은 점점 ‘굳이 결혼이 필요한가…’ 쪽으로 기울고 있다.

아시아경제가 여론조사전문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을 통해 지난달 21~24일 전국 만 25~34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의 결과를 보자. ‘결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필요하다’와 ‘필요하지 않다’ ‘반반이다’라는 응답이 각각 비슷한 비율로 집계됐다. 그런데 ‘반드시 필요하다’를 선택한 청년은 5.3%인 반면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그 두 배인 10.0%를 기록한 게 눈에 띈다.


통계나 분석보다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보자. 어떤 지배적 생각에 끌려가지 않으면서 제각각 가치관이 자유롭게 존재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 가운데를 관통하는 그 무엇도 엄연히 존재한다. 이제 주변에서 평범하게 만나 볼 수 있는 청년 4인이 등장한다. 모두 대학을 졸업하고 어엿한 직업을 가진 적령기이며 ‘준비된’ 이들이다.


"굳이 연인에서 부부로?…결혼할 이유가 없어요"



A. 31세··대기업 5년 차·서울 중림동
B. 29세··공무원 3년 차·경기 하남 덕풍동
C. 31세··간호사 7년 차·서울 한남동
D. 30세··기자 3년 차·서울 회기동


-청년들에게 '결혼'이란 무엇이라고 보나요.


A= 아직 결혼할 시기가 아니어서(31세) 일단 생각이 없고, 주변 친구들도 비슷해요. 필수는 전혀 아니고, 상대에 대한 확신과 경제적 여건이 마련되면 고려해볼 만한? 그런 것 같은데요.


B= 1년 가까이 만난 남자친구가 있는데도 결혼을 언제, 누구랑,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솔직히 지금 가장 큰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이지 결혼은 그닥….


C= 서른 살 전에는 결혼을 고민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오히려 서른을 넘기고부터는 ‘안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강해졌어요. 요즘은 혼자서도 잘 먹고 잘 사는 상상을 더 많이 해요. 결혼은, 특히 여성에겐 희생과 의무가 동반되는 경향이 짙다고 봐요.


D= 결혼이란 남녀가 공식적으로 함께하겠다는 단순한 계약서에서 불과한 것 아닌가요. 과거엔 인생을 살아가며 꼭 한 번은 거쳐야 할 관문이었다면, 지금은 필요한 사람에 한해, 선택할 수 있는 그런 일이 된 것 같아요.


-내집마련 등 경제적 문제 때문에 청년들이 결혼을 못하는 것이란 시각이 많은데, 아닌가요.


A= 결혼은 정서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혼자일 때보다 더 큰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 할 이유가 있는 거죠. 결혼을 안 하면 나와 내가 살피고 싶은 사람들(친구나 부모님)을 위한 삶을 살 수 있으니, 어떤 게 더 행복한 결정일까 그런 게 기준인 거 같은데요.


B= 경제적 고민은 엄밀히 말해 결혼과는 별개 고민이죠. 결혼을 하지 않아도 언제가는 독립해야 하는데, 당장 방 한 칸 얻으려면 목돈이 필요하잖아요.


C= 실제 결혼생활의 갈등 대부분이 돈 때문이라고 하지 않나요? 결혼을 기피하는 첫 번째 이유는 당연히 경제적 문제죠. 출산까지 하게 되면 일을 그만두고 경제적으로 궁핍해질 가능성이 커지는 것도 있고. 그래서 더 일하고 더 모아서 비슷한 수준으로 경제적 준비가 된 상대와 결혼을 하고 싶어요.


D= 결혼 때문에 직장과 한참 떨어진 곳에서 집을 구해야 하고, 그마저도 대출을 받아야 하는 거라면 행복할 수 있을까요.


-나이 들어 자식이나 가족이 없으면 외롭지 않을까요.


A= 전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는 낳지 않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요. 경력단절이나 비용 때문에 출산 문제가 결혼보다 더 어렵고 복잡하죠. 개인적으론 사람 귀한 줄 아는 사회가 오면 다시 생각해볼지 모르겠으나 아이를 낳지 않는 데 대한 특별한 아쉬움은 없어요.


B= 아기들을 보면 귀엽고 이쁘긴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지금 간신히 누리고 있는 안락함을 포기하면서까지 아이를 낳을 용기는 솔직히 없어요. 결혼도 고민하는 판에 아이를 가진다는 건 아주 먼 나중 이야기로 느껴져요. 정 외로우면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며 애정을 쏟을 수도 있고….


C= 요즘엔 자식을 여럿 두어도 부모를 부양하거나 돌보는 건 다 제각각이잖아요. 게다가 부자인 부모는 보살펴도 가난한 부모는 외면한다고들 하지 않나요.


D= 주변과의 단절, 빈곤이나 고독사 등 걱정이 되는 부분도 있죠. 하지만 그건 사회가 당면한 문제이지 꼭 결혼 유무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아니잖아요. 사회가 변하고 있는 만큼 혼자 사는 노년에 대한 대비도 가능해지겠죠.


-사회가 변한 건가요, 청년들이 바뀐 건가요. 어떻게 생각해요.


A= 청년들이 이기적이어서 결혼을 거부하는 거라고 보면 한참 잘못 짚은 거죠. 일단 내 삶이 안정적이어야 타인의 삶도 보듬을 수 있잖아요. 오히려 요즘 청년들이 과거보다 책임감을 더 생각하게 된 거죠.


B= 누가 그랬어요. 결혼을 안 하면 재밌게 살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남에게 해 되는 일은 안 하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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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경제적으로 안정적인데도 결혼에 생각 없는 사람들이 많아요. 더 느긋하게 즐기겠다는 거죠. 물론 이런 친구들은 실컷 연애도 하고 놀다가 결혼을 마음 먹었을 때 또 금방 가정을 꾸리긴 하더라(웃음).


D= 가치관의 변화가 큰 것 같아요. 한때 '욜로'라는 말이 유행했듯 지금 청년들에게 우선 순위는 행복이죠. 과거엔 행복의 요소에 결혼이 반드시 들어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뿐이죠. 결혼이 오히려 불행의 요소가 돼버렸으니까. 연인과 함께 있어서 행복하다면 그냥 함께하면 된다고 봐요. 굳이 연인을 부부라는 단어로 바꾸기 위해 결혼을 감행할 이유는 없지 않나요?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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