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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바나나, 정말 멸종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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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바나나, 정말 멸종할까? 농장에서 수확한 바나나를 다듬고 있는 일꾼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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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1870년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한 미국인이 자메이카에서 바나나를 들여오면서 바나나는 미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습니다.

1870~1880년대 캘리포니아주는 과일·채소의 주요 생산지로 떠오르면서 지금은 '치키타(Chiquita)'로 바뀐 '유나이티드프루트컴퍼니(UFC)'와 '델몬트(Del Monte)'의 전신인 '캘리포니아포장회사'가 설립되는 것도 이 시기입니다.


바나나의 맛에 빠진 미국인들은 UFC와 델몬트, 돌(Dole) 등을 앞세워 지구촌 곳곳의 열대우림을 밀고 대규모 바나나 농장을 세워 바나나를 대량으로 들여오기 시작합니다. 이후 바나나는 세계를 지배하는 과일이 됩니다. 지금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과일은 바나나입니다. 2015년 말 기준 세계 바나나 생산량은 1억1790만톤(t)이었습니다.

1991년 수입 자유화 이후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후에는 한국인도 바나나의 매력에 푹 빠집니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바나나양은 43만1848t으로 약 1조5000억원 규모로 수입과일 중 1위였는데, 이 가운데 80%는 필리핀에서 수입합니다. 바나나는 하나만 먹어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어 다이어트 과일로 인기입니다. 싫어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과일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 바나나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 들으셨나요? 2014년 4월21일(현지시각) 미국의 CNBC가 바나나 전염병인 '파나마시들음병(TR4)가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어 바나나가 지구상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최초로 보도한 이후 바나나 멸종설은 확산됐습니다.


사실 바나나 멸종설을 가장 먼저 주장했던 사람은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댄 쾨펠입니다. 그는 2005년 과학잡지 '파퓰러사이언스(Popular Science)'에 실린 'Can this fruit be saved?(이 과일 구할 수 있을까?)'라는 르포와 5년 뒤 발간한 자신의 저서 '바나나: 세계를 바꾼 과일의 운명'에서 1950년대 파나마시들음병으로 멸종한 '그로미셀(Gros Michel)' 품종을 예로 들어 바나나 멸종설을 주장합니다.

[과학을읽다]바나나, 정말 멸종할까? 농장에서 수확한 바나나를 차량에 옮겨싣고 있는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사람들에게 불치병이 있듯이 식물에게도 불치병이 있는데 바나나의 경우 줄여서 파나마병이라고 부르는 파나마시들음병이 불치병입니다. 파나마병을 일으키는 원인균은 '푸사리움 옥시스포룸(Fusarium oxysporum)'이라는 곰팡이균입니다. 이 균은 바나나 뿌리나 잎을 통해 침입해 나무를 1~2년 만에 고사시킵니다. 지금은 여기서 더 발전한 '변종 파나마병'이 지구촌을 휩쓸고 있습니다.


1950년대 파나마에서 파나마병이 발병해 수출되는 바나나를 통해 전 세계로 퍼지면서 당시 바나나의 주력 품종이던 그로미셀은 1960년대에 완전히 사라집니다. 멸종까지 불과 10년 정도 걸린 셈이지요. 다시 바나나가 멸종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 이유는 바나나의 특성 때문입니다.


바나는 한 번 열매가 열린 이후에는 같은 개체에서 상품성이 있을 만큼 큰 바나나가 열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바나나 열매가 한번 열리면 수확 후 새로운 묘목을 다시 재배합니다. 바나나는 씨가 없기 때문에 밑동을 잘라내고 땅속줄기에서 어린 줄기가 성체로 자라기를 기다렸다 열매가 열리면 다시 수확합니다. 1년 주기로 다시 열매가 열립니다.


그러니까 바나나는 묘목이라기보다 풀입니다. 새 풀을 심는 것이 아닌, 같은 유전자를 가진 동일한 줄기에서 새순이 자라 다시 열매를 맺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서 사람이 재배하는 바나나는 모두 유전적으로 동일한 열매여서 병충해가 한 번 휩쓸면 전멸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바나나 멸종설은 나름 설득력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바나나는 멸종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현재 바나나의 대명사인 '캐번디시(Cavendish)'는 멸종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로미셀 멸종 이후 주력 품종이 된 캐번디시는 현재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바나나로 1960년 중반 전세계로 전파됐습니다. 1840년대 잉글랜드의 캐번디시 공작이 발견한 품종입니다. 사실은 그의 정원사였던 조셉 팍스톤(Joseph Paxton)이 발견한 것이지요. 당시 파나마병을 이길 수 있도록 개량된 개량종이지만, 지금의 변종 파나마병은 이겨낼 수 없습니다.

[과학을읽다]바나나, 정말 멸종할까? 대규모 바나나 농장과 연구소 등에서 바나나의 품종개량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 나온 1000여 종의 품종 가운데 캐번디시를 능가하는 품종이 나올 수 있을까요?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바나나는 1년 내내 대량으로 수확할 수 있고, 쉽게 껍질을 벗겨 먹을 수 있으며, 덜 익은 상태로 수확해 천천히 익힐 수 있어 수출도 쉽습니다. 이는 곧 캐번디시 품종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바나나 멸종의 열쇠는 캐번디시 대체종에 달린 셈이지요.


세계 150개국에 1000여 종의 바나나가 있는데 구우면 감자와 비슷한 맛이 나는 플랜틴 바나나, 빨간색 바나나 등 그 종류도 다양합니다. 그러나 캐번디시를 대체할 만한 매력적인 품종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은 그로미셀도 완전히 멸종한 것은 아닙니다. 일부 지역에서 소규모로 생산되고 있지만 캐번디시에 비해 품질이 떨어져 경쟁이 되지 않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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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인은 캐번디시의 입맛에 길들여져 있습니다. 만약 캐번디시가 멸종한다면, 그 이후 경쟁할 품종 가운데 캐번디시를 능가하는 바나나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바나나는 사람들에게서 잊혀진 과일이 되고 말겠지요, 그로미셀처럼. 결국 멸종과 크게 다를 바 없게 되지 않을까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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