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투자공사, 발족 세 달 만에 민간 출신 이사 전원 사임…"정부와 갈등"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일본투자공사(JIC) 이사진 11명 중 9명이 10일 동시에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발족한 지 세 달 만에 운영 상의 위기에 놓였다고 NHK방송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이 보도했다. 보수 수준을 두고 정부와 이사진이 대립하면서 민간 출신 이사들이 일제히 사표를 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주도하는 민관펀드인 JIC 이사 11명 중 9명은 이날 사임 의사를 밝힐 예정이다. 사임의사를 밝힌 이사는 미쓰비시파이낸셜그룹 출신의 다나카 마사아키 JIC 사장을 비롯해 민간에서 취임한 이사 전원이다. 정부 추천 2명의 이사는 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지난 9월 발족한 JIC는 2조엔(약 20조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해 벤처기업 육성에 집중하기 위해 만들어진 민관펀드다. 일본 정부는 금융 전문성을 토대로 투자 판단을 신속하게 진행해 기업에 자금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맡겼다.

하지만 최근 임원 보수 등을 놓고 일본 경제산업성과의 관계가 악화됐다. 경제산업성은 지난 9월 JIC 임원들에게 연 5500만엔(약 5억5000만원) 정도의 보수를 주는 방안을 제안했다가 안팎에서 보수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일면서 지난달 이같은 제안을 거둬들인 바 있다.

정부가 제안한 보수 수준을 기반으로 이사진을 알아보던 다나카 사장은 정부의 조치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지난 3일 경제산업성은 당초 정부가 제안한 보수 수준을 전제로 한 JIC의 예산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양측은 지난 7일 한차례 만나 관계 회복을 할 수 있을 만한 실마리를 찾으려 했으나 결국 답을 찾지 못했고 민간 출신 이사들이 모두 사임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경제산업성은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다나카 의장의 후임 인사를 시급하게 진행할 뜻을 밝혔다.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성은 "국고로 운영되는 조직의 보수는 국민이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산업성은 임원 보상 외에도 투자 개입 정도에 대한 의견도 차이가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NHK는 "JIC가 출범한 지 불과 두달 반밖에 안돼 민간에서 인선한 이사가 전원 사퇴함에 따라 다시 민간에서 적절한 사람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다나카 사장의 사임으로 갈등이 일단 해소되겠지만 구제 측면에서 산업육성 측면으로 바꾸려 했던 민관펀드 개혁은 크게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