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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백년가게]시계방 반세기…"100년 갈 때까지 업 갈고닦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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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30년 이상 도ㆍ소매, 음식업을 영위하는 소상인 중 전문성, 제품ㆍ서비스, 마케팅 차별성 등 일정 수준의 혁신성이 있는 기업을 발굴해 '백년가게'로 육성하기로 했다. 대(代)를 이어가며 100년 전통을 자랑할 한국의 백년가게를 소개한다.


[한국의 백년가게]⑨종로 정우상사
20대 때부터 부친 사업 함께…온라인 판매, 수리, 튜닝까지 다각화로 성공
IMF 극복, 반세기 이어온 비결은 고객 신뢰와 끊임없는 공부
디지털 vs 아날로그 거대 흐름 속 소상공인, 유통·수리기술로 틈새 찾아야

[한국의 백년가게]시계방 반세기…"100년 갈 때까지 업 갈고닦아야" 정권천 정우상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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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은결 기자] "모름지기 장사하는 사람은 옛날 그대로만 알고 있으면 도태됩니다. 시계 장사를 하는 사람은 시계 공부를 하고, 금 장사 하는 사람은 금 공부를 해야 하죠. 끊임없이 자기 '전공'을 공부해야 합니다."

정권천 정우상사 대표 겸 한국시계협회 회장(60)은 디지털 시대에 시계상이 살아남으려면 끊임없이 학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배움 덕에 정 대표는 1997년 외환 위기 때 일제히 무너진 종로 시계상들 사이에서도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정우상사는 대를 이어가며 반세기 가까운 업력을 자랑하고 있다.


정 대표는 고등학교와 군 복무를 마친 뒤 1980년 일찌감치 시계업에 발을 들였다. 부친이 예지동 시계 골목에 차린 노점상을 5년 만에 물려받았다. 2000년대 이 일대가 재정비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8년 전 맞은편 임시 상가인 세운스퀘어에 자리를 다시 텄다.


시계 업력만 39년째, 환갑이 다 된 연배이지만 학구열은 식기는커녕 더 높아지고 있다. 사훈도 '항상 생각하라'다. 정기 구독하는 일본 시계 전문지만 5종이 넘는다. 일본어도 독학했다. "새로운 정보를 책과 신문에서 얻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학습의 효과는 컸다. 국내 시계 도·소매상 중에서도 일찍 온라인 전선에 뛰어들었다. 2004년부터 온라인 시계 쇼핑몰을 병행해 현재는 온라인 판매가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같은 시기, 시계 튜닝이라는 개념이 생소할 때 'JW튜닝'이라는 이름으로 외장 폴리싱·내장 수리를 포함한 튜닝 부문을 사업화했다. JW는 정우의 약자이자 '주얼리&워치'를 뜻한다.


정 대표는 온오프라인에서 새 제품·중고 제품 판매와 수리·튜닝을 함께 하고 있다. 강변·신도림 테크노마트에도 매장을 두고, 부인은 세운스퀘어에서 귀금속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정 대표는 가업을 이을 때부터 매장과 직원을 여럿 둔 '상사(商社)'를 꿈꾸며 사업을 키워왔다. 한때는 직원이 15명까지도 있었지만, 지금은 경기 불황 때문에 절반 이상 감축했다.


외환 위기, 금융 위기에 잇달아 쇠퇴일로를 걸은 시계상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혼수 풍속 변화와 수입 시계, 스마트워치의 등장은 소매상의 폐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정 대표는 "폴리싱, 수리, 판매 등 모든 영역에서 사람이 많이 줄었다. 점점 산업이 쪼그라들고 있다"고 탄식했다.


[한국의 백년가게]시계방 반세기…"100년 갈 때까지 업 갈고닦아야" 정 대표가 수리 맡겨진 시계를 살펴보고 있다.



정 대표는 시계방이 살아남으려면 유통 다각화와 수리 기술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휴대폰 회사는 스마트워치를 개발하고, 기존 시계 회사는 기술 진보에 대응하고 있다. 이 커다란 싸움 틈새에 우리가 있다"며 "소상공인들은 유통과 수리 기술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앞으로 수리나 판매 한 가지만 해서는 경쟁력이 없다. 배움을 게을리하지 말고 사업을 다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행 중 다행은 시계 마니아들이다. 결혼과 내 집 마련 대신 자신에게 투자하는 젊은이들이 증가하면서 명품 중고 시계 구매도 늘고 있다. 정 대표는 아직 '아날로그 감성'이 우세하다고도 봤다. 그는 "스마트워치가 나온 지 5년이 됐지만 사용이 미미한 것은 배터리 사용 시간이 한정적이고, 칩의 수명이 짧아 '중고 가격'이라는 것이 없기 때문"이라며 "100년을 가는 기계식 시계는 중고도 값어치가 있다"고 했다.


틈새시장에서 정 대표는 아날로그 감성에 충실하게 시계를 판매하고 있다. 중고로 들어온 시계를 하나하나 직접 뜯어보고 분석해 약 30가지의 세부 정보와 확대 사진을 온라인 쇼핑몰에 싣고 있다. 새것과 중고품 총 2만5000여점을 보유 중이다.


정성은 고객의 신뢰로 이어졌다. 그는 "믿고 사는 단골 손님이 늘어났다. 장사는 신용이 제일 중요하다"며 "신용은 항상 제시간에 자리에 있는 것, 올바른 물건을 올바른 가격에 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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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가 백년가게를 희망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당부하는 것은 이처럼 '신용과 끊임없는 공부'다. 날로 새로운 것이 쏟아지지만, 답은 아날로그에 있다. 절차탁마(切磋琢磨)하듯 '시계'에 대한 노력을 갈고닦아야 빛을 본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신제품이 계속 나오고, 무브먼트도 계속 개발되고, 디자인과 재질도 바뀐다. 장사하는 사람이 이를 모르면 도태된다"며 "그 업을 떠날 때까지는 공부를 하면서 자기가 배운 것을 계승ㆍ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은결 기자 le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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