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급제 폐지에 따른 동기부여 수단 고민...'주52시간'으로 일하는 문화 느슨해질까 우려"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수원 디지털 시티 내 'C랩' 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제공=삼성전자)
[아시아경제 원다라 기자] 삼성전자가 스타트업에 한수 배우겠다며 관련 워크샵을 진행했다. 수평적인 조직문화와 개인별 성과를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창의적인 결과물을 얻는데 주효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기업 특유의 경직된 조직 문화에 스타트업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삼성전자의 새로운 인사 실험에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 인사팀은 최근 토스ㆍ야놀자ㆍ우아한 형제들 등 국내 주요 스타트업의 사내 문화 및 인사평가 사례 관련 '스타트업 조직문화' 워크숍을 진행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기존 직급 체계를 개편하고 사내 호칭을 '님','프로'로 개편한데 이어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등도 내년부터는 직급 단순화 체계를 순차 적용할 계획이다. 삼성 계열사들은 주52시간 근무, 사내 벤처 C랩 등도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수십년간 굳어진 경직된 대기업 문화가 한순간에 바뀌진 않았다는 자성도 일고 있다. 때문에 이번 워크샵을 통해 스타트업 특유의 조직문화 도입은 물론 스타트업식 인사평가를 어떻게 접목시킬지 고민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연차 사용ㆍ자율출퇴근이 활성화된 순기능이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조직개편에 따라 승진 연한이 길어지면서 직원들의 업무 동인이 사라지며 내부고민이 많아졌다"면서 "스타트업이 갖고 있는 강한 동기 부여를 위한 문화와 평가 제도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한 삼성 계열사 대표는 최근 사내회의에서 "기업간 경쟁이 치열해지는데 52시간 등으로 일하는 문화가 느슨해질까봐 걱정"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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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들 관계자들은 수평적인 조직 문화와 함께 개인별 성과를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는 성과평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은 일단 합격자를 발표하면 약 3~4주간의 교육기간을 거쳐 바로 신입사원으로 채용하지만 스타트업들은 채용단계부터 엄격한 성과평가를 적용한다. 대표가 신입사원들에게 밥을 지어주는 '캠프'식 조직문화로 유명한 우아한 형제들은 신입사원들에게 6개월간의 수습기간을 적용하고 있다. '실패파티'를 통해 소통을 활성화하고 실패를 경험한 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토스는 경력직이라 하더라도 3개월 간 수습기간을 거친다.
한 스타트업 인사팀 관계자는 "보통 스타트업하면 수평적인 조직문화, 유연성 등 직원들이 일하기 편한 문화만을 생각하는데 현실은 신입사원에게도 성과를 강조하는 등 대기업보다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조직으로 일하는 대기업과 달리 스타트업은 개인별 성과평가에 엄격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어 "호칭이 없고 수평적이라는 것은 결국 누구에게나 동등한 수준의 책임을 부여한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면서 "한국의 대기업들은 아직 동양적인 문화가 지배적인 만큼 미국식인 스타트업 문화 도입이 넘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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