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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두고 온 소반/이홍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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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간 외진 방에는 소반 하나가 전부였다
늙고 병든 자들의 얼굴이 다녀간 개다리소반 앞에서
나는 불을 끄고 반딧불처럼 앉아 있었다


뭘 가지고 왔냐고 묻지만
나는 단지 낡은 소반 하나를 거기 두고 왔을 뿐이다

[오후 한 詩]두고 온 소반/이홍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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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막힌 시다. 그런데 만약 내가 이 시를 맺었다면 '창밖엔 산자락을 여미던 바람 소리가 깊다'라거나 혹은 그저 '나는 나를 두고 왔을 뿐이다'라고 마지막 행에다 먹칠을 했을 것이다. 창피하지만 나는 하수다. 그래서 또한 나는 이 시의 웅숭깊은 끝자락을 감히 헤아리지도 못하겠다. 다만 늦은 오후 식당 한편에 혼자 앉아 내가 지금 앉아 있는 이 자리에서 백반을 먹었을 사람들을 떠올려 볼 따름이다. 서쪽으로 기울어 가는 가을 햇살이 다사롭다. 두고 간다는 마음도 없이 귀뚜라미 소리가 맑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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