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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火요일에 읽는 전쟁사]약한 군대의 대명사 '당나라군', 정말로 약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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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火요일에 읽는 전쟁사]약한 군대의 대명사 '당나라군', 정말로 약했을까? (사진=영화 '안시성' 장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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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흔히 기강이 엉망이고 무능한 오합지졸 상황의 군대나 조직을 일컬어 '당나라군'이란 표현을 쓴다. 이 말의 유래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설이 분분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실제 당나라 군대는 중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군대로 평가받아왔다. 몽골 기병대, 청나라 팔기군을 제외하면 당나라군은 중국 역사상 가장 넓은 판도를 만들었고, 수나라가 끝내 함락시키지 못하고 도리어 망하게 된 고구려까지도 신라와 연합해 멸망시킨 강군으로 알려져있다.

당나라 초기부터 중기까지 당나라 군대는 오늘날과 같은 오합지졸의 대명사가 아니라 막강한 무사집단으로 구성된 강병이었다. 당(唐) 왕조 초창기까지 당군은 수도 장안을 중심으로 뻗어나가 남북조와 수당 교체기 혼란을 끝낸 막강한 무사집단인 '무천진(武川鎭) 군벌'이 연합하여 일으킨 군대였다. 이들은 위진남북조시기를 거치며 중국에 정착한 선비족들과 기존 한족간의 혼인을 통해 만들어진 혼혈집단으로 알려져있다. 이 군벌집단으로 구성됐던 당나라 군대는 서부로는 이슬람제국, 토번과 충돌했고 남부로는 베트남까지 진격했으며, 북으로는 돌궐, 동으로는 신라와 연합해 고구려와 백제까지 공격하는 등 동아시아 전 세력과 겨뤘던 강력한 군대였다.


[火요일에 읽는 전쟁사]약한 군대의 대명사 '당나라군', 정말로 약했을까? 당나라 최대 판도. 당나라는 751년 탈라스 전투에서 이슬람 제국에 패배해 확장이 멈출 때까지 동아시아 일대 강력한 전투민족들과 교전을 이어가며 중국 역사상 몽골의 원나라와 만주족의 청나라를 제외하고 가장 넓은 판도를 구축했다.(사진=우리역사넷)


이토록 강력했던 당군이 오합지졸 '당나라 군대'로 전락하기 시작한 것은 서기 751년, 이슬람 제국과 충돌한 탈라스 전투 이후였다. 이어 이듬해인 752년 황제의 총애를 한몸에 받으며 지방 절도사간 세력균형을 맞춰왔던 희대의 간신, 이임보(李林甫)가 사망하자 절도사끼리의 암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당나라는 기나긴 내전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된다. 결정적으로 755년 수십만 대군을 이끌고 있던 서역인 출신 절도사 안록산이 반란을 일으켜 수도 장안을 함락시키고, 현종이 사천성까지 피난을 가면서 당나라 군대는 오합지졸로 변하고 말았다.


사실 당나라 군대는 그 이전부터 안으로 곪아들어가고 있었다. 8세기 측천무후가 정권을 장악한 이후 흔히 관롱집단으로 일컬어지던 무천진 군벌과 측천무후가 등용한 과거 출신 문벌귀족들의 권력투쟁이 심화됐고, 당 현종 시기에 들어서면서 무천진 군벌들도 상당수가 문약해지기 시작했다. 당나라는 건국초기부터 수도의 무천진 군벌 내에서 전투병력을 대부분 충당하고, 다른 지역의 군대는 잘 징병하지 않는 정책을 취했는데 이는 중앙군보다 지방군을 약화시켜 반란을 미연에 방지하는 '강간약지(强幹弱枝)' 정책에 의거한 것이었다.


[火요일에 읽는 전쟁사]약한 군대의 대명사 '당나라군', 정말로 약했을까? 중국 역사상 제일의 간신으로 알려진 당 현종시기 재상 이임보의 초상화 모습. 그는 중앙에서 독점적 권력 구축과 중앙귀족들의 군벌화를 막기 위해 지방 절도사를 모두 이민족들을 임명하는 위험한 정책을 펼쳤고, 그의 사후 이민족 절도사들의 반란으로 당나라는 크게 약화된다.(사진=위키피디아)



그러나 당나라 정권이 안정되면서 무천진 군벌들의 자손들과 귀족들은 고위 공무원이 되기 위해 주로 수도 장안에 머물며 과거시험 공부에 매진하기 시작했고, 이들은 과거공부에 크게 방해되는 군역 담당을 매우 꺼리게 됐다. 결국 군역은 점점 천시되기 시작해 당나라 군대의 근간을 이루던 징병제도인 부병제(府兵制)가 사실상 폐지되고, 당나라는 용병을 고용하는 모병제 국가로 전환하게 됐다.


여기에 간신인 이임보가 변방 절도사들을 모두 이민족 출신들로 등용해 중앙권력에 대항할 고위 귀족들이 실제 병권을 갖는 것을 차단하게 되면서 당나라 군대는 또 한번 크게 약화된다. 결국 당나라 절도사직은 대부분 주변 유목민족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소그드족 출신인 안록산부터 고구려 출신인 이정기, 돌궐계 사타족 출신인 이극용 등 당나라 군대는 이민족 용병대장들로 채워진다.


[火요일에 읽는 전쟁사]약한 군대의 대명사 '당나라군', 정말로 약했을까? 해상왕 장보고의 표준영정 모습. 장보고는 백제계 유민 출신으로 알려져있으며 당나라에서 고구려 출신 절도사 이정기가 세운 제나라를 토벌하기 위해 고용된 용병 장교 중 한명이었다. 8세기 중엽 이후 장보고처럼 당나라군의 기강문란과 재정악화로 고국으로 돌아온 인사들에 의해 '당나라 군대'의 오합지졸 이미지가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사진=문화콘텐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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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일으킨 반란은 또다른 이민족 용병대장들을 고용해 물리치길 반복하면서 당나라 정규군은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 상태로 전락하게 된다. 이러자 당나라에 유학을 떠났거나 용병으로 고용돼있던 옛 백제계나 신라계 인사들도 대거 귀국하게 됐는데, 이중 한명이 청해진을 설치해 해상왕으로 이름을 떨쳤던 장보고가 있다. 장보고는 고구려 유민 출신 절도사 이정기가 당나라에서 독립, 산둥 일대에 건국한 제(薺)나라를 정벌하기 위해 고용됐던 당나라 장교 출신으로, 반란 토벌 이후 신라로 돌아와 청해진 대사로 임명된 인물이다.


장보고와 같은 인물들이 8세기와 9세기에 걸쳐 상당수 귀국해 신라에 재취업하면서 우리나라에 '당나라 군대'가 오합지졸이란 뜻으로 굳어진 것이 아닌지 추측되고 있다. 사실 당나라 군대가 오합지졸이란 뜻으로 쓰이는 곳은 우리나라 뿐이며, 중국과 일본에선 쓰이지 않고 있어 유래에 대한 설들은 분분하다. 가까이는 청일전쟁 당시 청나라군이 지극히 군기가 문란했고, 전투 하루만에 평양을 내주는 등 매우 무능한 모습을 보여 당나라 군대란 용어가 생긴 것이란 추정도 있으나, 일본에서는 전혀 쓰이질 않아 유래에 대한 설은 여전히 분분한 상황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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