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공범이 아니냐” 시민들, 추모하며 분통
경찰, 자체진상조사단 통해 공범 논란 의혹 수사
‘피의자 김성수 심신미약 반대 청원’ 83만 넘어서…역대 최다 기록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무조건 공범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시비가 붙으면 상식적으로 더 설치는 사람을 붙잡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피해자를 못움직이게 합니까. 이거 경찰 수사 제대로 한 것 맞습니까!”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손님으로 왔던 김성수(29)가 휘두른 흉기에 사망한 신모(21)씨를 추모를 하기 위해, 추모 공간을 찾아온 시민들은 입을 모아 하나 같이 김 씨 동생은 공범이라고 확신했다.
20일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추모 공간을 찾았다는 A(17)씨는 “무조건 공범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의 친구들 역시 “경찰이 책임 회피하는 것 같다”며 경찰 수사를 비난했다.
추모 공간 앞에서 눈시울을 붉히던 40대 여성 B 씨는 “청와대 청원 이런 거 잘 안 하는데 처음으로 해봤다”면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가해자 동생은 공범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시민은 쪽지를 통해 “힘들게 살다가 억울하게 돌아간 만큼 다음에 우리가 다시 서로 만나면, 우리가 살던 세상이 이렇다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도록 잘 가꿔놓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피의자 김 씨 동생의 공범 논란은 지난 17일 ‘JTBC’가 해당 사건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CCTV 영상을 보면 사건 발생 당일인 지난 14일 오전 신 씨는 김 씨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 씨 동생은 신 씨 팔을 붙잡아 신 씨의 움직임이 김 씨에게서 멀어지지 못하고 있다. 공범 논란이 확산한 이유다.
논란이 확산하면서 유가족 측은 ‘JTBC’와의 인터뷰에서 김 씨 동생이 신 씨를 잡고 있을 때 주먹으로 맞았는지 흉기로 찔렸는지 육안으로 잘 구분이 안 간다며 재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아들)키가 193㎝이고 검도 유단자다. 몸무게는 88㎏ 나간다.”라면서 “180㎝인 제가 힘으로 도저히 안 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거기 (가해자) 동생이 없었다면 아무리 칼을 들었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제압 내지는 도망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도망 못 가게 잡았다는 것은 같이 가담하지 않고야 그렇게 할 수 있겠냐”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의 동생을 둘러싼 공범 의혹이 확산하자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 강서경찰서는 자체진상조사단을 마련해 유족은 물론 언론에서 의혹을 제기하는 부분에 대해 수사를 할 방침이다.
한편 경찰은 22일 오전 김 씨의 이름·나이 등 신상을 공개했다. 경찰의 피의자 신상공개는 지난 2009년 7명의 부녀자를 살해한 연쇄살인범 강호순(47·당시 38)을 계기로 시작됐다. 당시 여론은 강 씨의 얼굴 등 신상을 공개하라며 사회적 공분이 일어난 바 있다.
이후 경찰은 관련 법(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을 개정해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사건에서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으면 공익을 위해 신상을 공개하고 하고 있다.
관련 법 개정 이후 경찰은 8세 여아를 납치한 뒤 성폭행한 김수철(53·당시 45) 등을 시작으로, 20대 여성 회사원을 납치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오원춘(47·당시 41 등 흉악범의 신상을 공개했다.
김 씨의 얼굴은 이날 오전 11시께 정신감정을 위해 충남 공주의 치료감호소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언론에 노출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경찰 조사에서 김 씨는 우울증 약을 복용하는 등 심신미약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심신미약 감형’ 반대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이날 오전 10시 기준 83만의 동의를 얻었다. 이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만들어진 후 역대 최다 기록이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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