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에틸렌 증산…"공급과잉 우려" vs "큰 영향없다"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미국 정유회사 엑슨모빌의 중국 에틸렌 생산 설비 신설 소식에 정유·석유화학 업계에서 에틸렌 공급 과잉 우려와 수요가 공급을 여전히 초과한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17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엑슨모빌은 중국 광둥성에 약 100억달러를 투자해 연간 120만t 규모의 에틸렌 생산설비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당초 국내 업체들은 올해 에틸렌 공급이 큰 폭으로 늘어나지만 수요 역시 급증하고 있는 만큼 공급 과잉 우려는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예상보다 엑슨모빌의 증산량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같은 우려를 반영해 최근 에틸렌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생산량이 큰 폭으로 늘어나도 4~5년 뒤 에틸렌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 단계에서의 우려는 과도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무엇보다 우려를 제기하는 업체들도 엇갈리는 의견 속에서도 에틸렌 증산에 나선 상황이다.

올해 국내 정유ㆍ석유화학사들이 발표한 신규 에틸렌 생산 규모는 500만t에 달한다. GS칼텍스가 2월 초 에틸렌 70만t 생산이 포함된 2조원 투자 계획을 밝혔고 5월에는 롯데케미칼과 현대오일뱅크가 합작해 2조7000억원을 투자, 에틸렌 75만t을 생산하는 설비를 짓겠다고 했다. 이어 7월에는 LG화학이 2조6000억원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에틸렌 생산설비 80만t 증설 계획을 발표했다. 8월에는 에쓰오일이 5조원을 투자해 울산 온산에 에틸렌 150만t 생산 설비 건설에 대한 사업 타당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며 불과 일 주일 후 여천NCC가 7400억원 투자 계획을 밝히며 에틸렌 생산규모를 33만5000t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연간 900만t 수준인 국내 에틸렌 생산량은 올해 발표된 설비가 완공되는 시점인 2023년께 1350만t 수준으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미국에서도 올해 말 700만t 이상의 대규모 에틸렌 생산설비가 완공될 예정이어서 에틸렌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에틸렌 가격은 최근 한 달 새 11% 가량 하락했다.

하지만 정유업계에서는 에틸렌 가격 하락이 과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틸렌 수요가 꾸준하고, 운송비를 감안했을 때 미국에서 생산된 에틸렌이 아시아로 넘어오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전 세계 에틸렌 수요가 연간 1억7000만~1억8000만t 가량이고 연간 수요가 4% 가량 늘고 있다. 4~5년 후면 3000만t 가량 수요가 증가하는만큼 국내 에틸렌 생산량이 500만t 증가한다고 해서 큰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에틸렌 증산도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미국이 중국으로 수출하기가 어려워졌다. 운송비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중국으로 수출할 경우 운송비가 t당 20~30달러지만 미국으로 수출할 때는 100달러 정도 된다. 미국에서 생산된 에틸렌은 우선적으로 남미, 유럽으로 수출되고 그 이후 아시아로 수출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