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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오늘] 후라이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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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오늘] 후라이보이 허진석 문화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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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교회는 서울 종로구 평창동 156 일대에 있다. 처음 이 교회가 설 때는 '연예인교회'였다고 한다. 교회 홈페이지는 연혁을 소개하면서 1974년 8월8일 구봉서의 가정에서 하용조 목사(당시 전도사)의 지도로 성경 공부한 것을 시작으로 밝힌다. 여기서 구봉서는 코미디언 겸 배우, '막둥이' 구봉서다. 예능교회는 예능인의 교회가 아니라 '예수 능력'의 준말이라고 한다.


구봉서가 성경 공부할 때 연예계는 연이은 대마초 사건 등으로 어지러웠다고 한다. 배우 고은아, 가수 이종용, 서수남 등이 가세해 성경 공부하는 연예인이 날로 늘었다. 그 수가 마흔 명을 넘자 1976년 3월7일 아세아연합신학원 채플실에서 창립 예배를 드린다. '예능교회 35년 발자취북'이라는 책에는 교회가 설 때 봉사한 연예인들의 사진이 실렸다. 하 목사가 가장 먼저 나오고 다음으로 곽규석이 등장한다.

1928년 11월22일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난 곽규석은 원맨쇼의 명수였다. 공군 군악대에서 활동하던 1951년 서울 명동의 은성 뮤직 살롱에 출연해 연예인의 길에 들어선다. 1957년 '후라이보이 아워' '다이얼 Y를 돌려라' '군 위문 열차' 등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영화 '후라이보이 박사 소동'에 출연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1964년부터 동양방송(TBC)의 텔레비전 버라이어티쇼 '쇼쇼쇼'를 11년 동안 진행했다.


쇼쇼쇼는 훗날 전설이 됐다. '100억 수출, 1000불 소득'을 외치며 허리 펼 날 없던 개발도상국의 서민들을 위로했고, 한 시대의 고통과 고뇌마저 빨아들였다. 그럼으로써 시청자의 기억에 곽규석, 곧 '후라이보이'라는 추억을 아로새겼다. 곽규석이 이름을 주워섬길 때마다 마술처럼 가수들이 등장했다. 흑백 브라운관 속의 현란한 조명은 주한미군방송(AFKN)으로 보는 외국의 쇼무대 못지않았다.

곽규석은 당시로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야한' 의상을 사용한 무용단과 합창단이 잔뜩 시청자의 시선을 끌어모은 다음 등장했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후라이보이 곽규석입니다!" 그는 후라이보이라는 예명을 공군악단 사회자 시절부터 사용했다고 한다. 원래 플라이보이(Fly boy)인데 후라이보이로 발음을 해 '허풍쟁이' '거짓말쟁이'라는 뜻으로 이해한 팬이 많았다.


곽규석과 구봉서는 무대에서 공연하던 시절의 명콤비였다. 두 사람의 재담은 요즘으로 치면 일류 개그였다. 대중 공연 예술의 중심이 무대에서 텔레비전으로 바뀐 뒤 두 사람은 다른 길을 갔다. '수학여행' '돌아오지 않는 해병' 같은 데서 명연기를 해내 배우로서도 재능을 보인 구봉서는 '웃으면 복이 와요'와 같은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희극인으로 입지를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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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규석과 구봉서가 함께 출연한 텔레비전 광고가 있다. 구봉서가 형, 곽규석이 아우인데 둘 사이에 라면 한 그릇이 나온다. "형님 먼저 드시오, ××라면" "아우 먼저 들게나, ××라면" "형님 먼저" "아우 먼저" "형님 먼저" "아, 아우 먼저" "그럼 제가 먼저…ㅎㅎㅎ". 구봉서가 안색을 바꾸며 그릇을 붙든다. 곽규석은 1999년 오늘, 구봉서는 2016년 8월27일 눈을 감았다. 광고 속의 예언(?)처럼 곽규석이 먼저였다.


문화부 부국장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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