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주, '협의회' 꾸리며 단체행동
이통시장 위축되며 대리점 경영악화
수수료 변경 등 거래 관행 변화 요구

[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자급제 단말기 확산 등 통신시장 환경 변화의 불똥이 이동통신사와 대리점 간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소속 대리점주들이 개별 협의회를 꾸리는 등 단체행동에 나섰다. SK텔레콤 대리점주들은 최근 모임을 갖고, 9월 중 'SK텔레콤 대리점협의회(가칭)'을 출범시키기로 했다.
앞선 27일 '전국KT대리점협의회'도 공식 출범했다. KT대리점협의회 측은 "대리점과 본사 간 공정한 유통구조 확립에 앞장서겠다"고 단체 설립 취지를 밝혔다. LG유플러스 소속 점주들은 지난 6월 가장 먼저 협의회를 꾸렸다.
이 같은 움직임은 통신시장의 구조적인 변화와 함께 일선 대리점의 경영 환경이 악화되면서 나타난 생존의 몸부림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들은 달라진 시장 환경에 맞게 거래 관행의 변화와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통신시장은 번호이동(통신사 이동)의 비중이 줄고 '기기변경(통신사 이동 없이 기기만 바꾸는 것)'이 중심이 되는 추세가 강하다. 한 대리점 관계자는 "기변이 많아졌는데도 여전히 이통사들은 번호이동에만 더 많은 보조금을 주고 있다"며 "손님의 80~90%가 기변 가입자인데 이들에게 사은품과 서비스로 혜택을 주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판매점과의 역차별 문제도 지적한다. 대리점과 달리 판매점은 개통 업무 없이 단말기만 파는 곳이다. 같은 휴대폰을 팔아도 대리점이 받는 수수료가 판매점 대비 10만원 정도 적다고 항변한다. 한 점주는 "어느 휴대폰 판매점은 한 대 팔아서 30만원, 40만원 수수료를 챙긴다는데 이는 대리점과 전속매장에는 딴 나라 얘기"라고 말했다.
자급제 시장 확대 역시 경영 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휴대폰 판매는 이통사 대리점과 판매점이 사실상 독점해왔는데, 이 틀은 깨졌다. 소비자들은 굳이 대리점을 찾지 않고 온라인 등을 통해 단말기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갤럭시S9시리즈를 프리미엄 스마트폰 최초로 자급제 모델로도 내놨다. 주요 오픈마켓에서 매진 행렬을 이어갔고 출시 한 달 여만에 전체 판매량의 10%를 차지하기도 했다. 중국 제조사들도 다양한 중저가 스마트폰을 국내에 출시하며 자급제 시장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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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자급제 단말기를 대거 들여오기 시작하면서 기존 유통망에 구조조정에 가까운 변화의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면서 "그 강도는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2018년 2분기 이통3사의 마케팅비는 1조8890억원으로 작년 2분기보다 4.4% 줄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올해 1~6월 이동통신 3사와 알뜰폰의 번호이동 건수는 작년 동기보다 16.0% 줄어든 총 276만622건으로 월평균 46만1004건에 그쳤다. 반기 기준 월평균 번호이동이 50만건을 밑돈 것은 2005년 하반기(45만3416건) 이후 처음이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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