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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골목길]도심속 골동품 박물관…조상魂 품은 거리 '답십리 고미술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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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서울 답십리 고미술상가 거리

물레·시루부터 도자기·석유난로 등 1000년된 것부터 현대용품까지 가득
상인들 "언제 없어질까" 노심초사

[한국의 골목길]도심속 골동품 박물관…조상魂 품은 거리 '답십리 고미술상가' [일러스트=오성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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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서울 지하철 5호선 답십리역 2번 출구에 도착하면 '과거로 가는 길'이 열립니다. 길게는 1000년 이상 된 골동품부터 현대 생활용품까지, 마치 박물관을 연상시키는 이곳이 바로 답십리 고미술상가 거리입니다. 답십리 4동과 5동을 차지하고 있는 고미술상가 거리는 1980년대 비싼 자릿세와 교통난을 피해 청계천과 아현동, 황학동 등지에서 고미술상 140여 곳이 이동하면서 형성된 곳이라고 합니다.

고미술상가를 소개하기에 앞서 '고미술(古美術)'이란 단어가 조금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는데요. 고미술은 고대의 미술, 서화, 조각, 도자기 등을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오래된 것을 일컫는 '골동품(骨董品)'과도 유사합니다. '골동품' 하면 대부분 인사동을 가장 먼저 떠올리겠지만 '진짜 옛 것'을 볼 수 있는 곳은 바로 답십리입니다. 이곳은 과거를 재연한 것이 아니라, 신라시대 때 김아무개의 조각품, 조선시대를 살던 박아무개의 밤을 밝혀주던 촛대 등 우리 조상들이 사용한 흔적을 그대로 품은 물건들이 즐비합니다.

[한국의 골목길]도심속 골동품 박물관…조상魂 품은 거리 '답십리 고미술상가' 답십리 고미술상가./윤동주 기자 doso7@



답십리역 2번 출구. 큰 길에서 안쪽으로 한 블록만 옮기면 한눈에 봐도 허름한 표지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낡은 표식을 따라 걷다보면 여느 서울 변두리 거리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풍경 사이로 아파트 1층에 크고 작은 석상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고미술상가 입구인데요. 곳곳이 닳은 목재 문과 때가 쾌쾌 묵은 도자기들이 고미술상가임을 짐작하게 합니다.

상가 입구에 들어서니 수십 개의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가게 앞에는 고가구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습니다. 가게마다 취급하는 고미술품의 종류가 달라 가게를 순회하며 고미술품들을 관람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한국의 골목길]도심속 골동품 박물관…조상魂 품은 거리 '답십리 고미술상가' 답십리 고미술상가./윤동주 기자 doso7@



가게 안을 살펴보면 신비하게까지 느껴지는 물건들로 가득합니다. 마치 교과서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습니다. 웬만한 박물관보다 구경거리가 많다 보니 이곳 상점 사람들의 말처럼 입장료를 내야 할 것만 같네요. 수백 년 세월의 흔적을 머금은 고가구들 위로 언제, 어떻게 쓰였을지 예상조차 할 수 없는 물건들이 쌓여있습니다. "선생님, 이건 어디에 쓰는 물건인가요?" 물으니 "옛날에, 수백 년 전 쯤. 나무꾼이 쓰던 베개"란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마치 전래동화의 첫 구절을 듣는 듯 했습니다.


이처럼 이곳 상인들은 고미술의 역사와 골동품에 대한 지식이 상당한데요. 그래서인지 물건 하나하나의 사연을 들을 때마다 상품이 아니라 마치 전시된 예술작품을 감상한다는 느낌이 더 큽니다. 고미술품을 구매하는 방식도 특이합니다. 생산 연대와 희소가치, 보존 상태에 따라 값이 정해지는데요. 고가품을 거래하는 경우에는 사단법인 한국고미술협회에서 진품 여부를 확인한 감정서까지 써줍니다.


그런데 고미술이라 하여 고가의 희귀품만 있는 건 아닙니다. 접근성이 좋은 인사동보다 물건들은 더 다양하죠. 물레, 시루, 뒤주 등 친근한 옛 일상 소품들과 놋그릇, 괘종시계 등 지금도 사용이 가능한 소품들이 대부분인데요. 이 때문에 이곳을 찾는 단골고객은 영화, 드라마를 제작하는 방송가와 영화계 사람들이라고 하네요. 복도 한편에 자리한 약재장과 탕약기 등은 조선시대 내의원(內醫院)을 배경으로 하는 사극의 소품으로 쓰이고, 낡은 못난이인형과 석유난로 등은 1980년대가 배경이 되는 영화의 소품으로 등장한다고 합니다.

[한국의 골목길]도심속 골동품 박물관…조상魂 품은 거리 '답십리 고미술상가' 답십리 고미술상가./윤동주 기자 doso7@



그런데 골동품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인사동과 달리 이곳에선 일반 손님들을 보기 어려웠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스산한 느낌이 들 정도로 입구 주변에 나뒹구는 불상들, 수상한 듯 보이는 옛 물건들이 턱턱 투박하게 쌓여있는 탓일까요. 공간도 협소해 상가 입구에 들어서기 까지 한참을 망설이게 합니다. 상가 안에서 만난 미술관 큐레이터를 연상시키는 상점 주인들과 정다운 물건들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느낌입니다. 상가 안으로 들어서기 전에는 이곳의 진가를 알아보기 힘들어 보이네요.


골동품을 수집하기 위해 종종 이곳에 들른다는 50대 부부는 고미술상가에 올 때마다 손님이 없어 이곳이 언제 없어질까 노심초사라고 합니다. 사실 이 부부도 이곳 고미술상가를 찾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만큼 골동품 애호가들이 아니라면 쉽게 찾아올 수 없는 곳인 건 분명하죠. 상점 주인들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고 합니다. 상가 앞에서 연신 부채질을 하던 한 어르신은 "IMF(외환위기) 때부터 한 번도 사람이 북적였던 적이 없었지"라는 한탄을 늘어놓습니다.


이곳도 문화관광 명소화의 희망을 품었을 때가 있었습니다. 서울시가 2012년 고미술상가 일대를 관광명소로 조성하기 위해 환경개선 사업을 시행했는데요. 수년 동안 위탁업체 선정과 20여 억원이 넘는 예산 확보까지 우여곡절 끝에 2015년 고미술문화관이 개관을 했습니다. 개관 직후에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ㆍMERS) 사태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곳 상인들의 꿈을 꺾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개관 1주년을 맞기도 전에 문화관은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개관 전부터 민원이 끊이지 않더니 어떤 연유인지 서울시의 감사를 수차례나 받아야 했다는 게 인근 주민들의 전언인데요. 서울시에서는 낮은 사업성과 부적절한 위치 등을 문제 삼았고, 개관 9개월 만에 운영을 중단하고 13개월 만에 결국 폐관이 결정됐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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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관청은 운영 1년도 안 돼 혈세만 낭비했다는 비난을 받아야 했고, 답십리 지역사회 번영과 더불어 고미술품 관련 업계 발전에 희망을 품었던 고미술발전협회와 이곳 상인들은 폐관이라는 쓰디 쓴 결과만이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진 않았죠. 결국 답십리의 문화 명소화 추진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국 각지의 고미술품이 한 데 모여 박물관보다 더 박물관 같다는 평가를 받는 이곳. 어른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 추억에 빠질 수 있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뿌리 깊은 우리 역사에 대한 인식과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키워줄 수 있는 곳입니다.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이곳이야말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그리고 지켜야 할 역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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