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단행키로 하면서 또다시 루블화가 직격탄을 맞았다.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는 약 20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러시아 증시도 하락세를 나타냈다. 채권 수익률은 껑충 뛰어오르는 등 러시아 금융시장 전반에 파장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잇따른 신흥국 통화 위기와 맞물리며 러시아가 새로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8일(현지시간) 미 국무부가 러시아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새로운 제재 방침을 밝힌 직후 루블화 가치가 2016년 11월 이후 최저치로 밀렸다고 보도했다. 이날 환율시장에서 루블화는 달러당 65.6591루블까지 치솟았다가 전 거래일 대비 3.1% 오른 65.55루블대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달러화 대비 루블화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러시아 증시의 MOEX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83% 하락했다. 또한 10년 만기 지방채 수익률은 20bp(1bp=0.01%포인트) 오른 8.09%를 나타냈다. 자금조달비용이 1년래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이날 러시아 정부의 신규 국채 발행 규모는 당초 계획의 절반에 그쳤다.
이는 미 국무부가 앞서 영국에서 발생한 전직 러시아 이중 스파이 독살 시도 사건을 러시아의 소행으로 결론짓고 오는 22일께부터 신규 제재를 가하기로 이날 발표한 데 따른 여파다. 국무부는 러시아가 화학무기 사용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90일 후 추가 제재에 나서기로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발(發) 추가 제재에 대한 우려가 커진 탓"이라며 "투자자들은 지난 4월 러시아 신흥 재벌(올리가르히)을 겨냥한 제재 조치로 직격탄을 맞은 이후, 미국의 제재 위협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는 교훈을 배웠다"고 전했다. 당시 러시아 증시는 두 자릿수 하락세를 나타냈다.
특히 러시아 금융시장은 지난주 미 의회가 러시아의 선거 개입 가능성에 대응해 초당적 제재 법안을 마련했다는 현지 보도가 나온 이후부터 요동치는 모습이다. 법안에는 미국인들의 러시아 국채 매입을 금지하고, 발행을 통제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도입 시 양국 관계 악화는 물론 루블화와 국채시장에 충격파가 불가피하다. 이로 인한 금융시장의 혼란은 앞서 구제금융을 신청한 아르헨티나, 터키, 브라질 등 신흥국 위기와 맞물려 글로벌 경제 전반에 또 다른 위협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헬싱키에 위치한 단스케은행의 블라디미르 미클라세브스키 전략가는 "(미국의 제재) 법안이 통과되고 러시아가 대응에 나설 경우, 양국 간 감정이 악화하고 투자자본이 빠져나가면서 루블화가 받는 충격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미 의회 일정과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 등을 감안할 때 해당 법안이 당장 통과될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를 통해 테러리즘, 입법부 소통, 문화 교류 재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양국 간 관계를 강화해나가야 한다는 뜻을 전달한 바 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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