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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괭이밥/김성철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8초

볕 그늘에 앉아 하루 종일 들풀들의


이름이나 지어 줬으면.

당신이 붙인 이름과 내 지은 이름의 차이를 가지고


또 다른 이름 하나 지었으면.

그리하여 고운 이름 하나 얻어


당신 닮은 딸을 만들고


들풀이라고 부르며 종일토록


들판에 피어 있었으면




[오후 한 詩]괭이밥/김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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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어느 들풀이나 모두 하나씩 제 이름이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이름들을 꼽아 보면 하나같이 참 곱다. 물론 어떤 이름은 무척 서글프고 어떤 이름은 별스럽게 재미나고 어떤 이름은 괜히 밉살스럽다. 그리고 그 유래가 심심한 것도 있는데 '괭이밥'이 그렇다. '괭이밥'은 고양이가 먹는 풀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고양이가 속이 좋지 않을 때 이 풀을 먹고 속에 있는 것을 게워 내곤 한다고 한다. 그런데 풀이름은 사람이 지은 것이다. 따라서 풀이름은 당연히 그 풀 본래의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다시 말하지만 풀이름은 대개가 아니 모두가 아름답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 까닭은, 이제는 꼭 기억하지 않아도 괜찮을, 풀이름마다에 깃들어 있는 사람들의 갖은 사연들 때문이다. 그래서 풀이름은 사실 사람들이 저마다의 생의 간절함을 풀에다 잠시 슬쩍 얹어 놓은 것인 셈이다. 그러니 설령 좀 미워 보이는 풀이름이라도 어찌 곱지 않겠는가.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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