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6개월 이내에 촬영한 귀와 눈썹이 보이는 천연색 상반신 정면 사진으로 첨부해 주세요.”
#최근 20대 직장인 A씨는 분실한 주민등록증을 재발급 받기 위해 인터넷으로 발급 신청을 했다가 반려 당했다. 제출한 사진에서 A씨의 두 귀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 문제가 됐다. A씨는 “민증 사진 규정이 이렇게 까다로운 줄 몰랐다”며 “민증 때문에 규격에 맞는 사진을 새로 찍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주민등록증(이하 민증) 사진은 지난 2015년 1월 주민등록법이 개정되면서 규정이 강화됐다. 규정을 살펴보면 ▲최근 6개월 이내에 촬영한 3.5cm x 4.5cm 크기 ▲무배경 또는 균일한 희색 배경 ▲정면 응시 ▲눈썹 노출 ▲두 귀 노출 ▲장신구 착용 금지 등이다.
2015년 이전에는 민증 사진에 대한 규정이 사실상 없어 민증으로 신분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는 점과 기관마다 다른 규정을 제시해 사진을 새로 찍어야 하는 국민들의 불편함을 고려해 민증 사진 규정을 ‘여권 규격’과 동일하게 변경한 것이다.
그런데 올해 1월, ‘까다로움’의 대명사로 불렸던 여권 사진 규격이 완화되면서 국민들이 사진 규정에 혼란을 빚고 있다. 여권 사진은 눈썹과 양 귀 노출은 물론 어깨는 수평을 유지하고, 가발·장신구 착용 지양을 요구했던 과거와 달리 얼굴의 윤곽을 가리지 않는 선에서 어느 정도의 ‘얼굴 가림’을 허용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어깨 수평 유지와 두 귀 노출 의무, 가발·장신구 착용 지양 항목 등 3가지 조항이 삭제됐고, 눈썹도 윤곽만 확인이 가능하다면 안경 착용과 이마 일부를 덮는 앞머리도 허용됐다. 제복·군복 착용도 가능해졌다.
문제는 여권 사진 규정 완화 이후 민증과 운전면허증 등 다른 신분증들의 완화 여부다. 민증의 경우 규정을 여권규정과 통일할 때, ‘여권 사진 규정을 준용한다’가 아닌 별도의 규정을 만들었기 때문에 민증 규정을 개정하지 않는 이상 여전히 강화된 규정을 따라야 한다. 도로교통공단은 여권 사진 규정 완화 직후 면허증 사진을 완화된 여권과 동일한 규정을 적용했다. 하지만 기관마다 지침을 제각각으로 내고 있어 온라인 상에서는 민증 사진 규정도 완화됐다는 잘못된 정보가 퍼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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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민증 사진도 여권과 같이 완화된 규정으로 법령을 개정해달라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30대 직장인 B씨는 “주민등록증 사진만 귀가 보여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며 “과도한 사진 수정이나 과한 수준의 장신구 착용은 금지해야 하는 것은 공감하지만 가장 엄격한 원칙을 적용하는 여권조차 ‘귀 노출 의무’ 조항을 삭제한 마당에 민증에 이런 엄한 규정을 두는 것은 행정의 유연성이 부족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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