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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 대체 왜 '양심적'이라고 부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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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마음'의 양심이 아닌 사상·의식을 상징
오해를 부르는 '명칭변경' 여론 높은 상황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 왜 '양심적'이라고 부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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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지난달 28일 헌법재판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판결이 나온 이후 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헌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현행 병역법 88조 1항에 대해서는 합헌판결을 내렸지만, 대체복무제를 병역의 종류로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5조가 헌법에 불합치한다며 대체복무제를 2019년 말까지 개정하라고 판시했다. 개정되지 않으면 2020년 1월1일부터 병역법 5조는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이에따라 양심적 병역거부가 군복무 기피자들의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란 우려부터 각종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논란이 된 부분은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 자체다. 군필자들은 비양심적인 인간이란 뉘앙스로 들린다는 비판이 빗발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양심적 병역거부란 용어 변경 및 폐지에 대한 게시글만 300여개가 올라왔다.

이는 법률적 용어로서의 '양심(conscience)'과 일상에서 선량한 마음을 의미하는 '양심(良心)'이 둘다 한글표현이 '양심'으로 같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양심이란 단어가 주로 '선량한 사람'을 상징해왔기 때문에 양심적 병역거부란 단어는 마치 군대에 성실히 다녀온 군필자들을 비양심적 인간으로 묘사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 왜 '양심적'이라고 부를까요? 법률상의 양심(conscience)과 사회통념상 쓰이는 양심(良心)은 의미차이가 크지만 둘다 '양심'이란 단어로 쓰이고 있으며, 특히 양심적 병역거부에 쓰이는 양심이란 단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실제 양심적 병역거부에서 의미하는 양심의 의미는 과거 2004년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헌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양심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을 말하는 것인데, 양심의 자유에는 이러한 양심 형성의 자유와 양심상 결정의 자유를 포함하는 내심적 자유뿐만 아니라 소극적인 부작위에 의하여 양심상 결정을 외부로 표현하고 실현할 수 있는 자유, 즉 양심상 결정에 반하는 행위를 강제 받지 아니할 자유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양심의 자유는 기본적으로 국가에 대하여, 개인의 양심의 형성 및 실현 과정에 대하여 부당한 법적 강제를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소극적인 방어권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이 판결문에 등장하는 '양심의 자유(freedom of conscience)'란 신념과 가치판단에 관한 개개인의 사상에 대한 자유를 의미하는 단어이며 현재 우리나라 헌법 19조인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는 내용으로 보호받고 있다. 즉, 옳고 그름을 가르는 개인의 소신에 따른 다양성을 뜻하는 것으로 사회통념적인 양심이나 의무와는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양심을 뜻하는 영어단어 'conscience' 역시 과거 서양에서는 주로 종교의 자유와 연결된 독립과 신앙의 자유를 의미했다.


현재 한국의 대부분 병역거부자 역시 종교적 병역거부자로 분류된다. 지난 2004년 발표된 유엔인권위원회(UNHRC)의 60차 보고서에서도 한국의 병역거부 수감자 521명 중 절대다수인 518명이 종교적 병역거부자이며 비종교적 병역거부자는 3명에 불과했다. 특히 여호와의 증인 신자가 병역거부자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양심적 병역거부란 표현을 바꿔야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 왜 '양심적'이라고 부를까요? 세계 최초의 종교적 병역거부자로 알려진 막시밀리아누스(Maximilianus)는 오늘날 알제리 테베사 지역에서 태어난 로마군인의 아들로 21세 때 징집령이 내려졌지만 종교적 이유로 이를 거부, 참수형에 처해졌고 훗날 성인으로 추도됐다.(사진=https://catholicsaints.info)



과거 서구사회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는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objection to military service by religious belief)'라는 단어로 훨씬 많이 쓰였다. 처음에 이 개념이 등장한 것은 고대 로마제국 시대로 당시엔 기독교인들과 유대인들이 종교적 신념에 따라 로마군에 병역을 거부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역사상 최초의 종교적 병역거부자로 거론되는 인물은 295년 병역거부로 참수형에 처해졌던 막시밀리아누스(Maximilianus)란 인물이다. 그는 당시 로마제국의 북아프리카 누미디아 지역 군인의 아들로 21세에 군 입대 통보를 받았으나 기독교인으로서 군에 복무할 수 없다고 대답했고 참수형에 처해졌다. 이후 기독교 성인으로 추대받았다고 한다.


이후 유럽에서 종교적 병역거부가 최초로 합법화 된 것은 16세기 스페인과 독립전쟁을 치르던 시기의 네덜란드였다. 당시 네덜란드 공작이던 윌리엄 1세는 당시 종교개혁과 맞물려 나타난 재세례파의 일파였던 메노나이트(Mennonite) 신도들에게 세금으로 군복무를 대신할 수 있도록 했다고 알려져있다. 이후 영국의 퀘이커교도를 위한 병역면제제도가 18세기 만들어지기도 했고, 미국 남북전쟁 당시에도 일정 금액을 내면 군복무를 면제받을 수 있는 제도가 생기기도 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병역거부제도가 생겨났다. 20세기 이전까지는 대체로 종교적 맥락에서 행해졌으며 주로 돈이나 대체노동력을 제공할 경우 복무를 면제받을 수 있는 형태로 전개됐다.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 왜 '양심적'이라고 부를까요? 사회 고위층 자제나 연예인들의 병역기피 문제가 중대한 사회적 문제로 인식된 한국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란 우려가 큰 상황이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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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이후엔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군국주의적 분위기가 강화되고 병역법도 강력해지면서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도 강화됐다. 1930~1940년대 일제강점기에 놓여있던 한국에서도 '여호와의 증인(Jehovah's Witnesses)' 신도들을 중심으로 병역거부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있으며, 일제에 의해 체포, 구금돼 옥사한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나치 독일 치하의 병역거부자들은 참수형에 처해지기도 했으며 미국 역시 방첩법(Espionage Act) 위반 혐의 등으로 체포, 장기간 투옥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2차 대전 이후에는 많은 국가들이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환하고, 병역거부 및 대체복무제 마련 등으로 병역거부 문제는 크게 줄어들었다. 다만 분단국가 상황에 따라 징병제가 유지 중인 한국에서는 여전히 주된 문제로 다뤄지고 있다. 21세기 이후 병역거부에 따라 수감된 병역거부자들의 90% 이상이 한국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상당한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오랜기간 동안 병역기피문제가 논쟁이 됐고, 사회적 평등 및 의무문제와 연결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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