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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게임체인저①] 허은철 사장 "실패해도 계속 도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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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착오의 축적' 허은철 녹십자 사장 "혁신신약 집중, 100년 기업 초석"

[제약·바이오 게임체인저①] 허은철 사장 "실패해도 계속 도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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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ㆍ바이오 업계에 혁신과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저출산과 100세 시대의 숨가쁜 변화 속에 글로벌 시장 진출과 제약산업 구조 재편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것이다. 생존을 넘어 성장을 향한 도전. 새로운 리더십의 어깨는 무겁다. 선대의 창업정신을 계승하면서 글로벌 혁신에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창업이수성난(創業易守成難)'. 창업보다 수성이 어려운 법. 아시아경제는 혁신과 변화의 갈림길에 놓인 제약 바이오 업계에서 제2의 도약을 꿈꾸는 리더십을 2개월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실패도 축적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계속 도전하라."


허은철 GC녹십자 사장은 국내 제약업계와 증권가를 뒤흔들었던 '한미사태' 이후 다소 위축됐던 직원들에게 "실패 없이는 성공도 없다"는 점을 진지하게 설파하며 격려했다. 2016년 제약업계 유례가 없었던 1조 규모 신약 기술수출 계약 소식에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결국 계약이 취소,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후폭풍에 시달렸던 한미약품의 사례는 동종업계 수장으로서 안타까운 측면이 적지 않았다. 신약개발에 대한 이해 부족과 오해로 제약업계가 여론의 뭇매를 맞던 시기, 그는 조용히 책 한 권을 꺼내들었다. 서울대 공과대학 26명의 석학이 한국 산업의 미래를 제언하기 위해 집필한 '축적의 시간'이었다.

이 책은 벤치마킹과 빨리빨리 속성재배 문화로 지난 반세기 만에 세계가 놀랄 만한 '메이드 인 코리아' 신화를 만든 대한민국이 현재 신성장동력 부재로 '정체의 늪'에 빠진 것은 '창조적 축적'이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선진국이 제시한 개념설계를 빠르게 모방·실행하면서 성장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고 최초의 설계도를 그려내는 역량이 중요하며 이 역량은 바로 '시행착오의 축적 과정'을 통해서 얻어진다는 저자의 주장에 허 사장은 깊이 공감했다.


지난해 연구개발 부문 워크숍에서는 이 책의 저자인 이정동 서울대 교수의 강연이 마련됐고, 임직원들의 참여는 폭발적이었다. 실패를 용인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축적'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날의 강연은 임직원들을 독려하기 위한 허 사장의 '무언의 메시지'기도 했다. 신약을 개발하고 상업화에 성공하기까지 임상시험 등을 거치며 숱한 실패를 맛봐야 하는 것은 제약업계의 숙명으로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도전과 혁신을 주저해서는 안된다는 허 사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2015년 대표이사에 오르며 '오너 3세' 시대의 포문을 연 허 사장은 보수적인 조직문화를 바꾼 '소통'과 '겸손'의 아이콘으로 꼽힌다. 허채경 한일시멘트 창업주의 손자이자, 타계한 허영섭 녹십자 선대회장의 차남인 그의 성품에는 예절과 신의를 중시하는 집안 분위기가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허 사장의 동생 허용준 GC(녹십자홀딩스) 대표이사와 허영섭 선대회장의 동생인 현 허일섭 회장의 아들이자 지난해 승진해 주목을 받은 허진성 상무와도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1972년생 '젊은 오너'인 허 사장은 평소 임직원들을 허물 없이 대하면서 대화와 소통을 통해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사장 방에 찾아오는 임직원들에게 직접 커피를 타주면서 격의 없이 대하는 것은 물론 직급에 얽매지 않고 누구든 사장에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평소 형식을 싫어하는 그는 행사장에 참여할 때 의전도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창업자 가문 중심의 오너 경영을 하는 보수적인 조직 문화가 지배적인 제약업계에서 허 사장의 태도는 신선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업무에 있어서만큼은 깐깐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그는 "조직에서 위로 갈수록 더 많이 공부하고 배워야 한다"면서 본보기 리더십을 강조한다. 평소 '공동체의 수준은 리더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그는 자신부터 치열하게 선진 모델을 공부하고 있으며 임원들에게도 배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인사체계 마련에도 골몰하고 있다. 허 사장은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월간 경영학 잡지인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를 열독하면서 글로벌 경영 트렌드를 파악하는가 하면 인상 깊은 부분을 발견하면 조직 내 공유를 통해 실제 사례에 접목하기 위해 노력한다. 녹십자 관계자는 "허 사장은 선임들부터 변화해야 조직이 변할 수 있다고 늘 강조한다"면서 "후배들에게 좋은 선배는 배울만한 사람이고, 그래야 조직이 건강해진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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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 변경에도 그의 치열한 고민이 녹아있다. 녹십자 지주사인 녹십자홀딩스는 올해 초 사명을 'GC'로 바꿨다. 기업의 얼굴인 CI변경을 통해 과거 보수적인 이미지를 벗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이다. CI 변경 과정에서 허 사장은 회의 등 공식석상은 물론 사적인 사리에서 임직원들의 의견을 청취하며 아이디어를 수집했다. 허 사장 체제로 전환한 지 4년차, 조직 내외부 변화를 바탕으로 재무성과도 긍정적이다. 단독대표이사 체제 첫해인 2016년 1조1979억원, 785억원을 기록했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각각 1조2879억원, 903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글로벌 사업 성과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말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에서 연간 생산 능력(혈장 처리 능력) 100만L 규모의 혈액제제 공장을 준공하며 글로벌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고, 올 3분기에는 면역글로불린(IVIG)의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최종 승인을 앞두면서 제2의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50년간 성공과 실패 경험을 쌓으며 '백신명가' 이미지를 쌓아왔다면 앞으로는 북미 혈액제제 사업 등을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녹십자'를 실현하겠다는 포부다. 허 사장은 "올해는 북미는 물론 선진국 진출을 위해 전력을 쏟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면서 "미국 허가를 기점으로 신약 파이프라인을 혁신 신약에 집중해 100년 글로벌 기업을 위한 초석을 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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