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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사람들은 왜 '유로화'를 싫어할까?... 지역격차가 부른 '반EU' 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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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사람들은 왜 '유로화'를 싫어할까?... 지역격차가 부른 '반EU' 정서 2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최대정당인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가 나폴리에서 지지자들과 만난 모습. 오성운동과 같은 이탈리아 내 포퓰리즘 정당들은 이탈리아 남부지역의 반EU 정서를 기반으로 성장해왔다.(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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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전세계 금융시장의 눈이 이탈리아로 향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국 상황이 요동치고 이탈리아도 영국처럼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할 수 있다는 '이탈렉시트(Italexit)'에 대한 공포심리가 커지면서 세계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유로존 내 경제규모 3위이자 유럽의 지리적, 문화적 중심에 위치한 이탈리아가 EU를 탈퇴할 경우, 당장 유로화 가치 폭락과 함께 대대적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막대한 혼란이 예상되고 있음에도 이탈리아 내부에서는 EU에 대한 불신과 유로존 탈퇴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 반유로 성향을 보이고 있는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과 '동맹당' 등이 원내 다수당으로 올라온 것도 이런 민심을 반영한다. 특히 포퓰리즘의 근원지로 알려진 로마시 이남의 중·남부 이탈리아 지역들은 이탈리아의 유로존 가입 이후 지역경제와 사회안정이 철저히 붕괴되면서 반EU 정서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이들의 반EU 정서에 대해 다른 유로존 국가들이나 대서양 건너 미국 및 세계 대다수 지역 언론들은 지역이기주의로 치부하거나 포퓰리즘에 빠진 기형적 정치탓으로 돌리는 시각이 강하지만, 실제 상황을 들여다보면 이탈리아의 반EU 정서에는 확고한 이유가 있다. 기존 이탈리아 리라화에서 유로화로 뒤바뀐 이후 시작된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50%에 달하는 청년실업률이 반EU 정서의 밑바닥에 깔려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왜 '유로화'를 싫어할까?... 지역격차가 부른 '반EU' 정서 2002년 1월부터 유로화 태환이 일어나면서 지역경제 기반이 취약했던 이탈리아 남부지역들은 경제위기가 가중됐고, EU의 이민정책에 따라 북아프리카와 중동난민이 대거 몰려들면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했다.(사진=아시아경제DB)



이탈리아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는, 표면상으로는 유로존 내 경제대국이지만, 이것은 부자동네인 이탈리아 북부에 한정된 이야기다. 밀라노, 베네치아 등 중세시대 이후 5세기 넘게 줄곧 부자동네였던 북부지역들과 수많은 외침과 식민통치 속에 낙후된 남부지역들의 소득격차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탈리아의 패션디자인, 자동차, 금융, 첨단산업 등 북부 경제 중심지인 밀라노 1개 시가 이탈리아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육박한다. 북부지역들은 대체로 1인당 주민소득이 4만유로가 넘는다.


반대로 마피아의 고향으로 알려진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 지역의 1인당 주민소득은 1만7000유로 안팎으로 북부지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경제를 놓고보면, 스위스나 기타 선진국 수준에 육박하는 북부와 동구권이나 동남아시아 정도 중진국 경제를 갖춘 남부가 한 나라에 동거하는 형태다. 이런 상황에서 2002년부터 시작된 유로화 쇼크는 남부지역의 경제를 거의 마비시켰다.


기존 이탈리아의 화폐인 리라화는 유럽 내 화폐들 중에서도 유독 가치가 낮았다. 2002년 유로화로 변경 될 당시에도 1원에 0.62 리라정도로 우리나라 돈보다 가치가 낮을 정도였다. 2차 대전 이후 정부가 막대한 인플레 발생을 막기 위해 화폐가치 안정화를 추진하면서 경제 규모에 따른 통화단위 호칭 절하, 즉 디노미네이션(denomination) 없이 리라화를 정책적으로 끌고 갔기 때문이다. 그 결과 유로화 태환이 갑자기 시작된 2002년 1월 당시 교환비는 1936대 1에 달할 정도였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왜 '유로화'를 싫어할까?... 지역격차가 부른 '반EU' 정서 이탈리아에서 분리독립을 주장하고 있는 파다니아 지역(짙은 녹색 표시). 이탈리아 내에서 소득수준이 매우 높은 북부 지역들로 밀라노를 주도로 하는 롬바르디아와 베네치아를 주도로 하는 베네토 지역이 중심이 돼 자치권 확대 등을 주장하고 있다.(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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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물가수준이나 경제규모가 프랑스나 영국, 독일에 뒤쳐지지 않는 북부지역들은 유로화 태환 영향이 크지 않았지만, 남부지역에서는 갑작스런 유로화 태환에 따라 엄청난 물가폭등과 혼란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더구나 EU 정책에 따라 시리아와 북아프리카 난민들이 서유럽 지역으로 가는 통로로 시칠리아와 남부 이탈리아 지역을 이용하다보니 지역 치안도 더욱 불안해졌다. 안그래도 가난했던 지역들이 더 심각한 빈곤과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된 셈이다.


한편 북부지역들은 또 북부지역대로 유로존 가입 이후 유럽 내에서 경제장벽이 사라지고 국방문제에서 자유로워지자 이탈리아에서 독립, 소위 '파다니아(Padania)'라 불리는 북부 연맹국가를 만들겠다고 나서면서 기타 지역주민들의 불만이 더욱 커졌다. 19세기 중엽 강제적 무력통일을 주도한 북부지역에서 경제 및 안보상황이 변화하자 다시 분리하겠다는 것은 지나친 지역이기주의라는 입장이다. 이러한 지역격차가 만든 정치적 혼란 속에서, 이탈리아가 정말로 유로존 탈퇴를 선언할지 여부에 전 세계 금융시장이 떨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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