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BC 비율 크게 떨어지는 보험사는 적용 시점 유예할 수도"…업계 전체에 요구자본 단계별 상향하는 방안도 거론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보험회사 부채를 시가로 계산하는 '신 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앞두고 금융감독원이 건전성 규제 강화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보험사에 제도 도입 시기를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10월말까지 K-ICS 도입에 따른 보험사별 영향을 평가하는 계량영향평가(QIS)를 완료할 예정이다. 보험사들로부터 8월말까지 자료를 제출받아 이를 토대로 K-ICS 도입 이후 회사별 지급여력(RBC) 비율을 산출하는 일종의 '스트레스 테스트'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계량영향평가를 통해 보험사들이 K-ICS 도입시 추가로 확충해야 할 자본 규모, 지급여력 등을 파악할 수 있다"며 "RBC 비율이 크게 떨어지는 보험사 일부에 대해선 제도 적용 시점을 유예하는 안을 연착륙 방안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오는 2021년부터 시행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맞춰 건전성 회계기준을 현행 RBC 제도에서 K-ICS로 변경한다. 보험사 부채 평가 기준을 원가에서 시가로 바꾸는 게 골자로 보험사 입장에선 RBC 비율(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이 낮아져 그만큼 자본확충 부담이 커진다. 현재 모든 보험사는 RBC 비율을 100% 이상으로 맞춰야 하며 이 미만으로 떨어지면 금융당국이 적기시정조치(경영개선권고ㆍ요구ㆍ명령)에 나선다.
금감원이 자본력이 취약한 보험사를 대상으로 K-ICS 도입 유예를 검토하는 것은 제도를 무리하게 경착륙시킬 경우 개별 보험사와 보험산업 전반의 신뢰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어서다. 일부 보험사는 제도 시행과 동시에 부실금융회사로 낙인찍힐 수 있다. 이 같은 문제로 유럽도 IFRS17 시행에 대비해 보험감독규제인 '솔벤시2'를 도입하면서 보험사의 요청이 있을 경우 적기시정조치를 최장 16년간 유예했다.
다만 특정 보험사에만 K-ICS 도입을 유예할 경우 건전성 평가와 관련해 회사별로 다른 잣대를 적용하게 되는 문제가 남는 만큼 보험업계 전체를 상대로 요구자본을 점진적으로 상향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별로 기준을 달리 적용하면 RBC 비율 결과치만 보는 소비자들은 회사 건전성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다"며 "새 제도가 너무 큰 자본부담을 줄 경우 전체 보험사에 요구자본을 단계별로 상향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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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보험사들이 요구자본을 100% 확충해야 한다면 10년동안 매년 10%씩 또는 5년동안 매년 20%씩 증가하도록 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 앞서 국내에 RBC 제도를 첫 도입할 때도 이 같은 단계별 적용 방식을 따랐다.
금감원은 10월말 계량영향평가를 마친 후 지난 4월 발표한 K-ICS 초안을 다시 손질할 예정이다. 내년초 수정안을 발표하고 업계 의견을 수렴해 연말 최종안을 확정, 2021년 새 제도를 시행할 방침이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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