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火요일에 읽는 전쟁사]민족분단의 상징 '38선'은 정말 30분만에 그어졌을까?

시계아이콘01분 57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火요일에 읽는 전쟁사]민족분단의 상징 '38선'은 정말 30분만에 그어졌을까? 1945년 8월 이후 미국과 소련의 군사분계선으로 그어진 38선 모습. 분단 초창기만 해도 자유롭게 왕래했다고 알려져있다.(사진=국사편찬위원회 우리역사넷)
AD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세계 최후의 분단지역인 한반도의 허리를 관통하는 '38선(38th parallel north line)', 엄밀히 따지자면 북위 38도선은 우리나라 70년 분단사의 상징과도 같은 분할선이다. 현재 남북한의 경계는 1953년 7월27일, 6.25전쟁 정전협정이 맺어진 당시 그어진 '휴전선'이지만 여전히 대내외적으로 한국의 분단을 상징하는 선은 38선으로 알려져있다.

좀더 거시적인 세계 전쟁사적 측면에서의 38선은 매우 희한한 분할선 중 하나다. 1945년 8월15일 일본이 연합국의 예상을 깨고 전면 항복을 선언하면서 동아시아 전체에 힘의 공백이 발생하자, 당시까지 일본 본토에 상륙하지 못했던 미국이 소련군의 재빠른 남하를 우려해 긴급히 그은 군사 분계선으로 알려져있다.


한마디로 미국이 방어적인 입장에서 그은 선이라는 의미가 강한데, 실제 38선 전역은 남쪽에서 방어하기 매우 힘든 지형적 조건을 안고 있다. 더구나 한반도 전체로 놓고 봐도 횡축이 가장 긴 방어선으로 막대한 방어병력이 필요한 분할선이다. 심지어 서부의 옹진반도의 경우에는 해주 일대가 북쪽으로 넘어가면서 '육지의 섬'이 되기 때문에 방어에 더욱 취약해진다.

[火요일에 읽는 전쟁사]민족분단의 상징 '38선'은 정말 30분만에 그어졌을까? 왼쪽은 통일신라시대 영토, 오른쪽은 1270년 몽골 침입 이후 고려의 영토. 전 근대시대 한반도 분할은 주로 북위 38도선 이북의 북위 39도선 근처에서 이뤄졌다.(자료=국사편찬위원회 우리역사넷)



이 38도선에서 바로 1도만 북으로 올라가면 북위 39도선이란 매우 훌륭한 방어선이 존재한다. 북위39도선은 평양 일부 지역을 관통해 원산만 아래 동해안까지 이어지는 선으로 38도선에 비해 횡축이 짧고, 강과 산악지형이 많이 존재해 방어가 용이하다. 신라시대 당나라와 신라가 동맹을 체결, 백제·고구려를 함께 공격하기로 약조할 당시부터 이후 한반도가 분할될 때마다 이 39도선과 가까운 선들을 중심으로 분할이 이뤄졌다.


김춘추(金春秋)가 나당동맹을 맺는 사신으로 간 648년, 당나라와 영토 분할조건을 걸 당시 오늘날 대동강으로 추정되는 패수를 기준점으로 삼았다 알려져있다. 실제 이후 통일신라도 대동강과 원산만 일대를 북방 경계로 삼게 된다. 이후 1270년, 고려가 대몽항쟁 이후 몽골에 영토 일부를 할양하게 됐을 때는 황해도 황주에 위치한 자비령(慈悲嶺)에서 철령 이남 지역을 경계로 분할했다. 이 동녕부는 21년 뒤인 1291년에 고려로 반환된다. 임진왜란 당시에는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가 명나라와 협상 과정에서 대동강 이남의 일본 점령지를 분할해 달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근대에 들어와서는 러시아와 일본이 1903년, 러일전쟁 이전에 북위 39도선을 경계로 한반도 분할논의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왜 미국은 이 선이 아닌 지키기도 힘든 38도선을 분할기준으로 삼았던걸까? 이 역사 속 미스테리를 놓고 수없이 많은 설들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은 1945년 8월10일, 미국이 소련이 급속히 남하하기 시작하자 대통령 직속 최고안보기구인 3부조정위원회(SWNCC)를 열고, 적절한 한반도 분할선을 정하도록 지시를 내렸는데, 실무자들이 30분만에 대충 한반도를 반으로 가르는 선으로 보이는 38도선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火요일에 읽는 전쟁사]민족분단의 상징 '38선'은 정말 30분만에 그어졌을까? 6.25 전쟁 당시 38선 이북으로 북진하는 화랑부대 모습.(사진=국가기록원)


AD


이 어이없는 결정에 대한 의문은 지난 2014년, 에드워드 로우니(Edward Rowny) 장군이 자신의 회고록인 '운명의 1도'라는 책에서 남북 분단선 획정회의 당시 목격담을 밝히면서 더욱 커졌다. 로우니 장군에 의하면, 당시 한반도 군사분계선과 관련된 전략회의 중 딘 러스크(Dean Rusk) 대령 등 참모진들 대부분이 방어가 용이하고 횡축이 짧은 39도선을 분계선으로 주장했으나 상관인 에이브 링컨 장군(Abe Lincoln)이 38도선을 우기면서 결정됐다고 한다. 링컨 장군은 당시 예일대 지리학 교수인 니콜라스 스파이크만(Nicholas Spykman)의 저서, '평화의 지리학(The Geography of Peace)'을 들먹이며 38도선을 고수했다고 한다. 그 책에 세계적 문학과 발명품의 90%가 38도선을 경계로 생겨났기 때문에 38도선이 좋다고 우겼다는 것이다.


결국 너무나 어이없는 이유로 인해 38도선이 그어졌다는 이야기로 오늘날도 많이 회자되고 있지만, 과연 링컨 장군의 발언력이 얼마나 실제 국제외교에서 작용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로 남아있다. 미국과 소련이 사전에 38도선을 경계로 분할 합의를 비공개적으로 했을 것이란 의견도 여전히 상당하다. 러일전쟁 당시 분할안은 사실 한반도보다 만주가 주요 거래 대상인 중재안이고, 북위 39도선 이북 지역을 중립지역으로 삼는 것을 목표로 한 제안이었다. 하지만 1945년 분단 상황은 한반도를 확실히 분할할 생각으로 남하한 것인만큼, 소련 입장에서 39도선 분할안이 쉽게 받아들여지기 힘들었을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실제 무엇이 38선 분단의 비극에 가장 결정적 역할을 했는지는 통일 이후에나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1510:17
    "눈에 띄게 달라졌다" 36억 투입해 '자동화·자원화' 확 달라진 도축장⑤
    "눈에 띄게 달라졌다" 36억 투입해 '자동화·자원화' 확 달라진 도축장⑤

    정부가 추진해 온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보완대책이 도축·가공 현장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산·경남권의 핵심 거점인 부경양돈협동조합 통합부경축산물공판장과 대전·충남권의 대전충남양돈농협 산하 포크빌축산물공판장은 시설 현대화를 통해 생산성과 위생, 환경 성과를 동시에 끌어올리며 국내 축산물 경쟁력 강화의 실증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수입 축산물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공판장의 역할이 단순

  • 25.12.1209:58
    '똥값의 역전'…70억 투입하자 악취 나던 분뇨가 돈이 됐다 ④
    '똥값의 역전'…70억 투입하자 악취 나던 분뇨가 돈이 됐다 ④

    정부가 추진해 온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보완대책이 제주 축산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제주 한라산바이오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가축분뇨를 재생에너지와 비료로 전환하며 지역 축산업의 환경 기반을 바꾼 시설로 꼽힌다. 제주에서는 약 55만~60만마리의 돼지가 사육되며 하루 2500t 가까운 분뇨가 발생하는데, 한라산바이오는 이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자원화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분뇨가

  • 25.12.1108:51
    멀쩡한 사과 보더니 "이건 썩은 거예요" 장담…진짜 잘라보니 '휘둥그레' 비결은?③
    멀쩡한 사과 보더니 "이건 썩은 거예요" 장담…진짜 잘라보니 '휘둥그레' 비결은?③

    "자유무역협정(FTA) 국내 보완대책을 통해 설립된 '충주 거점 산지유통센터(APC)'는 단양과 제천, 음성, 괴산 등 충북 북부권에 위치한 농가 650곳에서 생산한 사과를 세척·선별·포장·출하하는 과실 전문 APC입니다. 생산단계부터 관리하고 사과 브랜드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또 저온저장고와 선별기 등을 통해 비용을 줄여 농가엔 더 큰 수익을, 소비자들에겐 품질 좋은 사과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 25.12.1010:18
    고품질 韓 조사료 키워 사료비·수입의존도↓ ②
    고품질 韓 조사료 키워 사료비·수입의존도↓ ②

    59개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축산농가의 부담을 줄이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국내보완대책 가운데 하나가 '조사료생산기반확충 사업'이다. 조사료는 볏짚이나 목초 등 거친 섬유질 위주의 사료로, 이 사업을 통해 국산 조사료의 생산·유통·가공 기반을 갖춘 지역 단위 가공·유통센터가 확충되면서 국산 조사료 품질과 시장 신뢰도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북 김제에 위치한 전주김제

  • 25.12.0909:11
    "1인당 3500만원까지 받는다"…'직접 지원'한다는 FTA국내보완책①
    "1인당 3500만원까지 받는다"…'직접 지원'한다는 FTA국내보완책①

    올해 3분기 기준 한국은 22개의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통해 59개 국가와 FTA를 활용한 무역에 나서고 있다. 한국의 첫 FTA인 한-칠레 FTA가 발효된 2004년 4월 이후 약 21년 5개월 만의 성과다. 정부는 현재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85% 수준인 FTA 네트워크를 글로벌 1위인 90%까지 더 넓고 촘촘하게 확충할 방침이다. FTA 네트워크 확대에 따라 한국의 수출 시장이 넓어진 만큼 수출액도 2004년 2538억달러에서 2024년 6836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