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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火요일에 읽는 전쟁사]민족분단의 상징 '38선'은 정말 30분만에 그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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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火요일에 읽는 전쟁사]민족분단의 상징 '38선'은 정말 30분만에 그어졌을까? 1945년 8월 이후 미국과 소련의 군사분계선으로 그어진 38선 모습. 분단 초창기만 해도 자유롭게 왕래했다고 알려져있다.(사진=국사편찬위원회 우리역사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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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세계 최후의 분단지역인 한반도의 허리를 관통하는 '38선(38th parallel north line)', 엄밀히 따지자면 북위 38도선은 우리나라 70년 분단사의 상징과도 같은 분할선이다. 현재 남북한의 경계는 1953년 7월27일, 6.25전쟁 정전협정이 맺어진 당시 그어진 '휴전선'이지만 여전히 대내외적으로 한국의 분단을 상징하는 선은 38선으로 알려져있다.

좀더 거시적인 세계 전쟁사적 측면에서의 38선은 매우 희한한 분할선 중 하나다. 1945년 8월15일 일본이 연합국의 예상을 깨고 전면 항복을 선언하면서 동아시아 전체에 힘의 공백이 발생하자, 당시까지 일본 본토에 상륙하지 못했던 미국이 소련군의 재빠른 남하를 우려해 긴급히 그은 군사 분계선으로 알려져있다.


한마디로 미국이 방어적인 입장에서 그은 선이라는 의미가 강한데, 실제 38선 전역은 남쪽에서 방어하기 매우 힘든 지형적 조건을 안고 있다. 더구나 한반도 전체로 놓고 봐도 횡축이 가장 긴 방어선으로 막대한 방어병력이 필요한 분할선이다. 심지어 서부의 옹진반도의 경우에는 해주 일대가 북쪽으로 넘어가면서 '육지의 섬'이 되기 때문에 방어에 더욱 취약해진다.

[火요일에 읽는 전쟁사]민족분단의 상징 '38선'은 정말 30분만에 그어졌을까? 왼쪽은 통일신라시대 영토, 오른쪽은 1270년 몽골 침입 이후 고려의 영토. 전 근대시대 한반도 분할은 주로 북위 38도선 이북의 북위 39도선 근처에서 이뤄졌다.(자료=국사편찬위원회 우리역사넷)



이 38도선에서 바로 1도만 북으로 올라가면 북위 39도선이란 매우 훌륭한 방어선이 존재한다. 북위39도선은 평양 일부 지역을 관통해 원산만 아래 동해안까지 이어지는 선으로 38도선에 비해 횡축이 짧고, 강과 산악지형이 많이 존재해 방어가 용이하다. 신라시대 당나라와 신라가 동맹을 체결, 백제·고구려를 함께 공격하기로 약조할 당시부터 이후 한반도가 분할될 때마다 이 39도선과 가까운 선들을 중심으로 분할이 이뤄졌다.


김춘추(金春秋)가 나당동맹을 맺는 사신으로 간 648년, 당나라와 영토 분할조건을 걸 당시 오늘날 대동강으로 추정되는 패수를 기준점으로 삼았다 알려져있다. 실제 이후 통일신라도 대동강과 원산만 일대를 북방 경계로 삼게 된다. 이후 1270년, 고려가 대몽항쟁 이후 몽골에 영토 일부를 할양하게 됐을 때는 황해도 황주에 위치한 자비령(慈悲嶺)에서 철령 이남 지역을 경계로 분할했다. 이 동녕부는 21년 뒤인 1291년에 고려로 반환된다. 임진왜란 당시에는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가 명나라와 협상 과정에서 대동강 이남의 일본 점령지를 분할해 달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근대에 들어와서는 러시아와 일본이 1903년, 러일전쟁 이전에 북위 39도선을 경계로 한반도 분할논의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왜 미국은 이 선이 아닌 지키기도 힘든 38도선을 분할기준으로 삼았던걸까? 이 역사 속 미스테리를 놓고 수없이 많은 설들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은 1945년 8월10일, 미국이 소련이 급속히 남하하기 시작하자 대통령 직속 최고안보기구인 3부조정위원회(SWNCC)를 열고, 적절한 한반도 분할선을 정하도록 지시를 내렸는데, 실무자들이 30분만에 대충 한반도를 반으로 가르는 선으로 보이는 38도선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火요일에 읽는 전쟁사]민족분단의 상징 '38선'은 정말 30분만에 그어졌을까? 6.25 전쟁 당시 38선 이북으로 북진하는 화랑부대 모습.(사진=국가기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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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어이없는 결정에 대한 의문은 지난 2014년, 에드워드 로우니(Edward Rowny) 장군이 자신의 회고록인 '운명의 1도'라는 책에서 남북 분단선 획정회의 당시 목격담을 밝히면서 더욱 커졌다. 로우니 장군에 의하면, 당시 한반도 군사분계선과 관련된 전략회의 중 딘 러스크(Dean Rusk) 대령 등 참모진들 대부분이 방어가 용이하고 횡축이 짧은 39도선을 분계선으로 주장했으나 상관인 에이브 링컨 장군(Abe Lincoln)이 38도선을 우기면서 결정됐다고 한다. 링컨 장군은 당시 예일대 지리학 교수인 니콜라스 스파이크만(Nicholas Spykman)의 저서, '평화의 지리학(The Geography of Peace)'을 들먹이며 38도선을 고수했다고 한다. 그 책에 세계적 문학과 발명품의 90%가 38도선을 경계로 생겨났기 때문에 38도선이 좋다고 우겼다는 것이다.


결국 너무나 어이없는 이유로 인해 38도선이 그어졌다는 이야기로 오늘날도 많이 회자되고 있지만, 과연 링컨 장군의 발언력이 얼마나 실제 국제외교에서 작용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로 남아있다. 미국과 소련이 사전에 38도선을 경계로 분할 합의를 비공개적으로 했을 것이란 의견도 여전히 상당하다. 러일전쟁 당시 분할안은 사실 한반도보다 만주가 주요 거래 대상인 중재안이고, 북위 39도선 이북 지역을 중립지역으로 삼는 것을 목표로 한 제안이었다. 하지만 1945년 분단 상황은 한반도를 확실히 분할할 생각으로 남하한 것인만큼, 소련 입장에서 39도선 분할안이 쉽게 받아들여지기 힘들었을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실제 무엇이 38선 분단의 비극에 가장 결정적 역할을 했는지는 통일 이후에나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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