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기자실에서 삼성증권 배당 착오 입력 사고에 대한 대응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일명 '유령주식 사태'와 관련, 삼성증권에는 우리사주 배당업무와 관련된 매뉴얼조차 아예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예탁결제원의 확인 없이도 고객 주식을 매도할 수 있어 위조주식이 거래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전산시스템과 관련해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도 제기됐다. 고의성이 발견된 매도 주문 직원 21명은 검찰에 고발됐다.
금융감독원은 8일 이 같은 내용의 삼성증권 배당사고에 대한 검사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에서 우리사주 배당 내부통제의 부실, 사고대응 미흡, 일부 직원의 주식매도, 실물주식 입고시스템, 전산시스템 계약 등 크게 5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먼저 금감원은 삼성증권의 우리사주 배당시스템에 대한 내부통제 미비를 이번 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삼성증권의 경우 우리사주 배당시스템의 현금배당과 주식배당이 동일한 화면에서 처리되도록 구성돼 있었다. 특히 '조합원 계좌로 입금/입고' 처리 이후 '조합장 계좌에서 출금/출고'하는 순서로 돼있어 착오로 입금/입고되는 것이 사전에 통제되지 못하는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정상적인 처리는 '조합장 계좌에서 출금/출고'한 후에 동일한 금액/수량을 '조합원 계좌로 입금/입고'하는 것이다.
또 삼성증권의 우리사주 배당시스템상 발행주식총수(약 8900만주)의 30배가 넘는 주식(약 28억1300만주)이 입고돼도 시스템상 오류 검증 또는 입력 거부가 되지 않는 상태였고 지난 1월 주전산시스템 교체를 추진하면서도 우리사주 배당시스템에 대해서는 오류검증 테스트를 실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삼성증권의 직무분류상 '우리사주 관리 업무'는 총무팀의 소관임에도 실무적으로 증권관리팀이 처리하는 등 업무분장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리사주 배당업무와 관련된 업무매뉴얼도 없는 등 업무처리의 기본적인 프로세스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이후 대응도 미흡했다. 지난 2016년 8월 지배구조법 시행 이후 위험관리기준에 반드시 포함돼야 할 '금융사고 등 우발상황에 대한 위험관리 비상계획'은 마련되지 않았다. 특히 사내 방송시설, 비상연락망 등을 갖추고 있지 않아 전체 임직원에 대해 신속하게 사고내용 전파 및 매도금지 요청을 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사고 당일 보이스탑과 아너스넷 팝업을 통해 3회씩 직원들에게 착오입고 사실과 매도 자제요청을 공지했으나 실효성이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증권 직원들의 도덕성 해이도 확인됐다. 총 22명이 1208만주를 매도하겠다는 주문을 냈고 이 가운데 총 16명의 501만주가 체결됐다. 특히 삼성증권이 최초로 당일 오전 9시40분께 '주식매도금지'를 공지한 이후에도 매도 주문된 수량은 총 946만주(14명)로 전체의 78.3%를 차지했다.
이들 매도 직원들은 대부분 호기심 및 시스템 오류 테스트를 위해 주문했다고 주장했으나, 1명을 제외히고는 그 주장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금감원은 분석했다. 실제 13명은 다수에 걸쳐 분할 매도주문하거나, 주식 매도 후 추가매도하는 등 고의성이 높다고 판단됐다. 또 3명은 주문 및 체결 수량이 비교적 적었으나, 타계좌로 대체하거나 시장가로 주문하는 등 매도의 고의성이 있었고 또 다른 5명은 매도주문 후 취소해 체결되지는 않았으나, 주문수량이 많아 매도주문의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됐다. 나머지 1명은 주문수량이 1주에 불과하며 상한가 주문후 지체없이 취소해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금감원은 고의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 직원 21명을 업무상 배임ㆍ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실물주식 입고시스템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정상적인 절차의 경우 실물 입고된 주식의 진위성에 대해 예탁결제원의 확인을 받은 뒤에 고객의 주식매도가 허용된다. 하지만 삼성증권의 시스템은 예탁결제원의 확인 없이도 매도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어 이번 배당사고와 유사하게 위조주식이 거래될 가능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전산시스템 계약과 관련 계열사 부당지원 문제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삼성증권은 전체 전산시스템 위탁계약의 72%(2,514억원)를 삼성SDS*와 체결했는데 삼성SDS와의 계약 중 수의계약의 비중이 91%를 차지하고 있었다. 또 삼성SDS와 체결한 수의계약 98건이 모두 단일견적서만으로 계약이 체결됐고, 수의계약의 사유도 명시돼 있지 않았다. 삼성SDS는 공정거래법상 삼성증권의 계열회사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삼성증권에 대한 검사결과 나타난 문제점은 그동안 삼성증권의 내부통제 미비와 전산시스템 관리의 부실이 누적된 결과"라며 "특히 입출고 순서가 뒤바뀐 우리사주 배당시스템과 예탁결제원 확인전 매도될 수 있는 실물주식 입고시스템의 문제는 증권회사로서 가장 기본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원 부원장은 "검사결과 발견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및 '전자금융거래법' 등을 위반한 사항에 대하여는 관계법규에 따라 삼성증권과 관련 임직원을 최대한 엄정하게 제재할 예정"이라면서 "착오입고 주식임을 알면서도 매도주문한 직원(21명)에 대해서는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로 이번 주 중에 검찰고발하고 삼성SDS에 대한 부당지원(일감몰아주기) 혐의에 대해서는 공정위에 정보사항으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9일부터 내달 8일까지 한 달 동안 전체 증권회사의 주식매매 업무처리 및 오류예방, 검증 절차 관련 내부통제시스템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또 공매도 주문수탁의 적정성도 점검하고 삼성증권 검사결과와 전 증권회사에 대한 주식매매 내부통제시스템 점검결과 등을 종합해 금융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증권회사 내부통제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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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금감원과 더불어 삼성증권의 배당사고를 조사한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이날 삼성증권 직원들이 주식 매도를 통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거나 시세 변동을 도모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외부인과의 연계 사실도 나타나지 않았으며, 불공정거래 행위를 의심할 만한 이상거래 계좌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검사결과를 설명했다.
이윤수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장은 "불공정거래행위 시도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착오 배당 주식을 대량 매도함으로써 당시 삼성증권 주가를 왜곡한 행위에 대해 행정제재 대상인 '시장질서교란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면서 "추가 조사 및 법리 검토 결과 시장질서교란행위로 판단될 경우,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 논의를 거쳐 과징금 부과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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