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시론] 한반도 평화선언 '걱정은 미리, 경축은 늦게'

시계아이콘01분 36초 소요

[시론] 한반도 평화선언 '걱정은 미리, 경축은 늦게'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AD

4월27일 남북한 정상의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문' 발표 이후 북핵 폐기와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반신반의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지금까지 북핵에 대한 합의의 대부분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걱정은 미리, 경축은 늦게'라는 정심으로 선언문의 함정을 살펴보는 사람도 필요한 이유다. 서양에서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을 지정하여 집단사고(groupthink)를 예방하려는 취지와 같다.


선언문에서 남북한은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겨 나갈 것에 합의하였지만 양측이 생각하는'통일'의 방향이 무척 다르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북한은 주체사상에 의한 통일, 한국은 자유민주주의에 의한 통일을 지향하고 있다. 이 둘은 양립할 수 없다. 통일에 합의했다고 그 방식까지 합의한 것은 아니다. 통일의 강조가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또한 민족자주의 원칙이 한미동맹 폐기를 의미할 수도 있다.

더욱 중요한 사항으로 이번 선언에서 남북한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목표를 확인하였는데, 이 비핵화의 경우 지금까지 북한은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주장해 미국의 핵우산, 이의 인계철선인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해왔는데 이번 합의가 그것이 아니라는 점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그 뒤에 한반도 비핵화라는 말이 나와서 북한 비핵화를 생각하는 한국과는 다르고, 북한의 기존 주장에 가깝다. 비핵화를 위해 각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하였다라는 문구도 남한에게 주한미군 철수를 추진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 특히 이번 선언에서는 비핵화가 남북의 공동목표임을 확인하였을 뿐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겠다는 의사는 명시되지 않았다. 핵무기의 시험ㆍ제조ㆍ생산ㆍ보유ㆍ접수ㆍ저장ㆍ사용 금지에 합의했던 1991년의 '남북 비핵화 공동선언'보다 더욱 애매하다고 비판받는 이유이다.

이번 판문점 선언에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을 전환한다는 합의도 포함되어 있다. 이것은 올해 내로 북핵이 폐기된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북핵이 있는 상태에서 평화체제로 전환한다는 말이 된다. 또한 평화협정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종전이 선언되면 현재의 휴전상태를 관리하고 있는 유엔군사령부가 해체되어 한국의 전쟁 억제태세는 크게 약화될 것이고, 비무장지대 관리 등 남북한 분쟁 시 중재자가 사라져 작은 충돌이 악화될 소지가 커진다. 북핵 폐기의 방향조차 분명하지 않는 상태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분명히 성급한 조치이다.


이번 판문점 선언에는 포함되어야 하나 제외된 사항도 적지 않다. 남북한이 진정한 평화, 번영, 통일을 추구하려면 이전의 도발에 대한 북한의 해명이나 사과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것도 없이 합의문처럼 이미 채택된 남북 선언들과 모든 합의를 철저히 이행하면 북한의 이전 도발들을 용인한 셈이 된다. 지금까지 남북기본합의서나 비핵화 공동선언을 이행하지 않은 것은 북한이었다.


선언문에는 민족 분단으로 발생된 인도적 문제를 시급히 해결한다는 조항도 있는데, 정치범 수용소 등 북한의 인권, 납치된 한국 국민, 국군포로 송환 문제 등이 거론되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선언문에서 한국은 확성기 방송과 전달살포를 중단하고,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도록 되어 있지만 북한이 실천해야할 과제로 명시된 것은 없다.


AD

합의내용보다도 합의의 정신이나 남북한 간 신뢰형성이 더욱 중요하고, 한번의 합의를 모든 것을 해소할 수는 없다는 점도 이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두 사람은 합의에 숨어있는 함정까지 꼼꼼히 찾아서 살펴봐야 문제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거나 다음 합의에 반영하여 시정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안보는 만전지계(萬全之計)라야 한다.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