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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반도 평화선언 '걱정은 미리, 경축은 늦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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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반도 평화선언 '걱정은 미리, 경축은 늦게'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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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7일 남북한 정상의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문' 발표 이후 북핵 폐기와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반신반의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지금까지 북핵에 대한 합의의 대부분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걱정은 미리, 경축은 늦게'라는 정심으로 선언문의 함정을 살펴보는 사람도 필요한 이유다. 서양에서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을 지정하여 집단사고(groupthink)를 예방하려는 취지와 같다.


선언문에서 남북한은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겨 나갈 것에 합의하였지만 양측이 생각하는'통일'의 방향이 무척 다르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북한은 주체사상에 의한 통일, 한국은 자유민주주의에 의한 통일을 지향하고 있다. 이 둘은 양립할 수 없다. 통일에 합의했다고 그 방식까지 합의한 것은 아니다. 통일의 강조가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또한 민족자주의 원칙이 한미동맹 폐기를 의미할 수도 있다.

더욱 중요한 사항으로 이번 선언에서 남북한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목표를 확인하였는데, 이 비핵화의 경우 지금까지 북한은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주장해 미국의 핵우산, 이의 인계철선인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해왔는데 이번 합의가 그것이 아니라는 점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그 뒤에 한반도 비핵화라는 말이 나와서 북한 비핵화를 생각하는 한국과는 다르고, 북한의 기존 주장에 가깝다. 비핵화를 위해 각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하였다라는 문구도 남한에게 주한미군 철수를 추진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 특히 이번 선언에서는 비핵화가 남북의 공동목표임을 확인하였을 뿐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겠다는 의사는 명시되지 않았다. 핵무기의 시험ㆍ제조ㆍ생산ㆍ보유ㆍ접수ㆍ저장ㆍ사용 금지에 합의했던 1991년의 '남북 비핵화 공동선언'보다 더욱 애매하다고 비판받는 이유이다.

이번 판문점 선언에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을 전환한다는 합의도 포함되어 있다. 이것은 올해 내로 북핵이 폐기된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북핵이 있는 상태에서 평화체제로 전환한다는 말이 된다. 또한 평화협정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종전이 선언되면 현재의 휴전상태를 관리하고 있는 유엔군사령부가 해체되어 한국의 전쟁 억제태세는 크게 약화될 것이고, 비무장지대 관리 등 남북한 분쟁 시 중재자가 사라져 작은 충돌이 악화될 소지가 커진다. 북핵 폐기의 방향조차 분명하지 않는 상태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분명히 성급한 조치이다.


이번 판문점 선언에는 포함되어야 하나 제외된 사항도 적지 않다. 남북한이 진정한 평화, 번영, 통일을 추구하려면 이전의 도발에 대한 북한의 해명이나 사과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것도 없이 합의문처럼 이미 채택된 남북 선언들과 모든 합의를 철저히 이행하면 북한의 이전 도발들을 용인한 셈이 된다. 지금까지 남북기본합의서나 비핵화 공동선언을 이행하지 않은 것은 북한이었다.


선언문에는 민족 분단으로 발생된 인도적 문제를 시급히 해결한다는 조항도 있는데, 정치범 수용소 등 북한의 인권, 납치된 한국 국민, 국군포로 송환 문제 등이 거론되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선언문에서 한국은 확성기 방송과 전달살포를 중단하고,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도록 되어 있지만 북한이 실천해야할 과제로 명시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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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내용보다도 합의의 정신이나 남북한 간 신뢰형성이 더욱 중요하고, 한번의 합의를 모든 것을 해소할 수는 없다는 점도 이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두 사람은 합의에 숨어있는 함정까지 꼼꼼히 찾아서 살펴봐야 문제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거나 다음 합의에 반영하여 시정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안보는 만전지계(萬全之計)라야 한다.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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