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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AI는 한국에선 불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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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의 민낯⑪] 가이드라인도 없는 국내 인공지능

혁신적인 지능의료 서비스, 현행법상 의사 직접 안만나 불법
투자자문·투자일임업 또한 자본시장법상 대면거래가 전제


얼굴 없는 AI는 한국에선 불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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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이민우 기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인공지능(AI)은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다. 이 알파고를 만든 구글 딥마인드는 최근 AI와 원격의료를 결합한 '지능의료' 서비스를 개발했다. AI가 방대한 눈 영상 자료를 분석해 녹내장, 당뇨병성망막증, 노환에 따른 시력감퇴 등 안과 3대 질환 신호를 분석한다. 의료진들은 불필요한 잡무를 덜 수 있고 진료비용도 저렴해질 가능성이 크다. '가성비(가격 대 성능비)' 좋고 친절한 AI 안과의사인 셈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서비스할 수 없다. 현행법상 의사와 직접 만나지 않는 진찰은 불법이기 때문이다.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 첫바둑 대결에서 패한 뒤 2년, 세계 각국이 AI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작 '알파고 쇼크'의 현장이었던 한국의 AI 산업은 규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금융, 헬스케어,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활용하는 혁신은 꾸준히 시도되고 있지만 기술과 산업의 발전은 물론 윤리 문제까지 얽혀 있는 이 분야에서 일관된 기준을 제시할 가이드라인이 없는 게 현실인 것이다. 게다가 AI로 인한 사고가 생겼을 때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등 여러 쟁점에 대해서도 아직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AI 붙잡는 데이터 규제=AI 기술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분석하는 것과 떼려야 뗄 수 없다. 대량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AI가 필수적이며 현재의 AI는 대량의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일반화해 패턴을 찾아내 학습하는 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AI 기술을 옥죄는 규제가 나온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경전 경희대 교수는 "AI를 가로막는 규제는 대부분 데이터, 클라우드와 직결된 것들"이라며 "AI를 학습시키는 데에는 방대한 데이터를 실어나를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데이터 보호와 관련된 개인정보보호법 등이 AI 학습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셋'을 구축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발목 잡힌 금융ㆍ헬스케어 AI=데이터에 대한 분석이 필수인 금융업은 AI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분야로 꼽히지만 동시에 규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분야이기도 하다. 자본시장법은 투자자문업이나 투자일임업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인ㆍ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 법이 대면 거래를 전제로 하고 있어 AI 기술을 활용하는 서비스를 제한한다. AI 스타트업이 시장에 진입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자문업만 해도 최소 자본금 5억원, 개인투자자 대상 공모펀드를 운용하려면 최소 80억원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AI 기술을 의료 분야에 활용하려는 경쟁에서도 우리나라는 규제에 가로막혀 별반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질병을 진단하는 데 AI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선 의료 데이터가 있어야 하지만 의료법이 의료 데이터를 병원 안에서만 볼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법은 원격 의료도 금지하고 있어 관련 기술을 가지고 시장에 진출하려는 스타트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교수는 "금융분야든 의료분야든 AI를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클라우드를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실어 날라야 한다"며 "클라우드법 등 데이터 관련 법안이 마련되고,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 개인정보 보호 및 활용에 관한 법들도 현 시점에 맞게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AI의 창작은 유죄?=지난 2월 영국의 음악 스타트업 주크덱은 국내 음반제작사와 손잡고 AI로 음악을 만드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아티스트가 원하는 음악 스타일을 선택하면 30초만에 AI가 작곡을 마치는 시연도 했다. 하지만 이처럼 AI 기술을 활용해 콘텐츠를 만드는 스타트업들도 저작권법에 묶일 수 있다. 데이터 중에 저작물이 있다면 AI가 이를 수집하고 분석해 전달하는 과정에서 저작인격권, 저작재산권, 복제권, 공중송신권, 동일성유지권 등을 침해하게 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이에 AI의 창작을 위해선 저작물에 대한 공정 이용의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또한 AI가 만든 창작물에 대한 법적 보호 방안이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도 향후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규제병목현상='규제병목현상'이 나타나면서 AI 산업의 발전을 막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규제당국 간의 유연한 협업이 여려운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예를 들어 금융투자용 AI의 경우 학습에 필요한 방대한 데이터는 개인정보보호법, 투자정보를 활용하는 것은 신용정보법 등의 영향을 받지만 각각의 주관 기관 간의 협업이 원활하지 않는 '칸막이' 문화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심우현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AI의 기술 발전을 위해 여러 산업분야에서 기술표준을 마련하고 안전의 확보를 위한 윤리강령 등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에서 이를 관리하는 규제기관의 협업 부족은 규제사각지대와 중복규제의 문제점을 심화시켜 기술 및 산업 발달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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