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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갇힌 공무원]인사청탁 차단 좋은데, 민간과 단절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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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선배가 친정 입김은 사실…규정에 도움 될 것" vs "도덕에 맡겨도 될 문제까지 법령으로 지나친 규제"

[섬에 갇힌 공무원]인사청탁 차단 좋은데, 민간과 단절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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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퇴직한 선배가 친한 후배들을 모아서 식사 자리를 잡는다고 해도 누가 나가겠어요. 선배들이 먼저 연락하지도 않을 것 같네요." (중앙부처 A 공무원)

"이런 식이면 정기적으로 열리는 친교 목적의 동문회도 나가지 말란 것인데, 지나친 사생활 침해 아닌가요. 갑갑합니다." (B 공무원)


20일 관가에 따르면 공무원의 윤리규정을 대폭 강화한 '공무원 행동강령'이 지난 17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정부세종청사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과거 관행에 익숙한 공무원들은 흠집이라도 잡힐까 잔뜩 움츠린 모습이다.

공무원 행동강령은 공무원이 이해관계자에게 사적으로 노무를 요구하지 못하게 하고 고위 공무원 등이 자신의 가족을 산하기관에 취직시키거나 계약을 맺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과거 사적으로 이해관계에 얽히고 설켜 부당하게 노무를 시키거나, 자신의 가족을 산하기관에 취직시키는 '과거의 못된 관행'을 공무원 행동강령을 통해 없애버린 것이다. 또 공무원이 퇴임한 지 2년이 지나지 않은 소속 기관 퇴직자와 골프, 여행, 사행성 오락을 같이하는 행위 등 사적 접촉을 하려면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를 해야 한다. 이 때문에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퇴직한 선배와 굳이 신고하고 만날 바에야 웬만하면 만남을 피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부정부패가 발생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찬성하는 목소리가 많다. 특히 퇴직 공무원 접촉을 사실상 금지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2년도 안된 퇴직 공무원이 상사라는 이유로 청탁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무원 행동강령을 통해 이를 차단한 것은 긍정적 변화라는 입장이다.


한 공무원은 "퇴직한 선배가 친정에 입김을 넣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인데, 공무원 행동강령이 오히려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퇴직한 선배가 후배들을 모아 밥을 사려고 해도 쉽게 나가기 어려울 것 같다"며 "선ㆍ후배간 친목이나 화합을 위해 한 자리에 모이는 시대는 끝났다. 전관예우 등의 불신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퇴직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변화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지난해 차관으로 퇴직한 전직 고위공무원은 "현직에서 일하고 있는 후배 공무원들을 만나서 밥 한 번 사는 것도 이것 저것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혹여라도 후배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자주 연락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일부 항목이 민간과의 접촉 자체를 과도하게 막아 정책 수립과 추진에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함께 커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공직사회가 민간부문과 소통ㆍ교류가 단절되고 있는 점이 꼽힌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정착되면서 공무원들은 운신의 폭이 크게 줄어들었다. 여기에 공무원 행동강령이 시행되면서 기업 관계자나 퇴직 공무원을 만나는 것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만연해지고 있다. 공직사회와 민간의 단절이 장기화 하면 제대로 된 정책이 만들어지기 힘들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기획재정부 국장급 공무원은 "경제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제주체의 아이디어와 의견을 들어야 하는데 세종시에 근무하면서 민간부문과 만나기 힘들어진 데다 청탁금지법과 행동강령까지 시행돼 가능하면 업무외 시간에는 약속을 잡지 않는다"면서 "민간의 얘기를 충분히 들을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 정책을 만들면서도 현실에 부합하는 것인지 자신이 없을 때도 자주 생긴다"고 답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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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지나친 사생활 침해나 다름없다"는 볼멘 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정부세종청사에서 일하는 한 공무원은 "공무원이라고 해서 지나치게 사생활을 제한하는 것 같다"며 "도덕에 맡겨도 될 문제까지 법령으로 제한하는 것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공무원도 "인간관계를 중시하고 정에 의존해왔던 오랜 관습조차 제재의 대상이 되는 것이 우려스럽다"며 "조금은 지나쳐 보인다"고 아쉬워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교수는 "공무원 행동강령이 공무원들에 대한 사생활 침해 우려도 있지만, 공직자는 한층 높은 규범에 따르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골프는 안되고 테니스는 된다'는 식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만큼 금지되는 사적 접촉 유형을 좀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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