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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 무서워 투자 막나…한국 피하는 블록체인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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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의 민낯⑤] 국내 ICO 금지 피해 해외로 나가는 韓 기업들
현지에서 비용 지출 및 인력 고용… '국부 유출'
무작정 금지 보단 시장 건전성 위한 적정 규제 필요

투기 무서워 투자 막나…한국 피하는 블록체인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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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이민우 기자]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믿고 창업한 김기형(가명ㆍ42)씨는 블록체인 기반 전자문서 플랫폼을 개발하고 가상통화공개(ICO)를 준비했다. 사업 모델에 자신이 있었다. 세계에서 두번째 규모가 큰 가상통화 '이더리움'을 개발한 비탈릭 부테린처럼 전 세계에서 사업을 펼칠 꿈에 부풀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정부가 국내 ICO 금지 방침을 발표하자 실망을 금치 못했다. 그는 할 수 없이 해외로 눈을 돌렸고 그해 12월 싱가포르에서 ICO를 했다. 300억원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는 아직도 국내에서 ICO를 할 기회를 갖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남아 있다.

11일 김 대표는 "전 세계에서 가상통화 시장에 가장 관심이 많은 곳이 한국인데 정작 세계 코인 순위 100위 이내에 국산 코인을 찾기 힘들다"며 "국내 투자금은 모두 해외 기업들로 나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거래량 기준 상위 100개 가상통화 중 토종 코인은 '보스코인' 뿐이다. 김 대표는 "과거에는 엉터리 백서를 공개하며 ICO로 자금을 모은 뒤 잠적하는 사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구현하려는 사업 모델과 이를 뒷받침할 기술적 역량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사람들이 1원도 투자하지 않는다"며 "국내 대형 금융업체들이 이미 해외 블록체인 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ICO를 차단하는 것은 '한국의 비탈릭 부테린'의 등장을 정부가 나서서 막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ICO는 외부 투자자들에게 지분(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통화)을 나눠주고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가상통화 거래 시장에 투자자가 몰리고 투기 논란이 빚어지자 정부는 안전장치로 ICO 전면 금지라는 칼을 꺼내 들었다. 이에 대해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ICO 금지 조치가 블록체인 산업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내놓는다.

◆국내 블록체인 스타트업 생태계 '흔들'=블록체인 스타트업은 사업 초기 ICO를 염두에 둔다. 벤처투자나 기업공개(IPO)보다 사업 자금 확보가 수월할 뿐만 아니라 블록체인 네트워크 구축 이전에 코인의 가치를 미리 안정화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ICO가 금지되면서 국내에서는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 블록체인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인호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는 "국내 기업들이 해외 법인을 두고 ICO를 진행하면서 많은 비용을 현지에서 지출하고, 현지 인력을 의무채용해야 하는 스위스에선 고용창출까지 하고 있다"며 "국외로 인력과 자금이 새어 나가고 있는 '국부 유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인 교수는 "사기가 판을 치지 않도록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업 생태계 자체를 침체시키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경훈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도 "ICO의 최우선 목표는 초기단계에서의 사업자금 조달"이라며 "국내 블록체인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법적 테두리 안에서 선택적으로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해외에선 ICO '대박' 행진=해외에선 연일 ICO '대박' 사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국내의 금지 조치가 블록체인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해외 ICO 조달액은 65억 달러였고, 올해는 연초에만 ICO를 통해 16억6000만 달러가 모였다. 이 집계 이후 블록닷원이 ICO로 15억 달러를 조달했고 텔레그램도 두 번의 사전 ICO로 17억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미 ICO가 블록체인 기업들의 자금 조달 방법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ICO가 디지털 금융 주도권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 씨티은행과 스위스 UBS가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가상화폐를 개발했고 일본의 대형 민간은행인 미쓰비시도쿄UFJ은행, 미즈호은행 등도 자체적으로 가상통화를 발행ㆍ유통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인 교수는 "중개자가 필요 없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은행, 증권, 보험 등 새로운 금융시스템이 등장할 것"이라며 "아날로그에서는 B2B, B2C 등의 사업이 있었다면 이제는 C2C(소비자 간 직거래)의 거래 형태가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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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수준의 규제 가능성= 무작정 막을 게 아니라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의 숨통이 트일 수 있는 수준의 허용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국회에서도 ICO 규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재무건전성, 투자자보호계획 등 일정 요건을 갖추면 ICO를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21일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가상통화 거래 전반의 투명성과 소비자 보호를 담보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관련해 이제영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불록체인과 가상통화는 새로운 기술이기 때문에 규제가 어느 정도 필요하겠지만 일단은 열어주고 규제가 필요하면 IPO와 비슷한 법과 제도를 적용하면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정부의 역할은 나서서 금지하는 것보다 시장을 모니터링하고 소비자들이 안전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증권거래위원회(SEC)가 ICO 과정에서 발행되는 가상통화를 증권으로 인정해 IPO에 준하는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업계의 또 다른 우려는 정부가 ICO를 허용하면서 지나치게 과도한 진입장벽을 세우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ICO 허용 시 미국 SEC보다 더 까다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며 "높은 자본금 기준을 맞추느라 스타트업들이 벤처캐피탈들을 찾아 전전하다가 참신한 아이디어를 사장시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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