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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부모가정'도 하나의 가족…육아 선진국의 가족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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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 '준비된 가정, 안전한 미래' <5>육아 선진국의 가족정책

프랑스, 모든 임산부에 7개월부터 122만원 지급
덴마크, 책임 회피 미혼부·모에 양육 비용 징수
영국, 10대 미혼모에 교육유지수당·바우처 지급
독일, 매달 164만원 최저생계비·육아휴가 지원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한국 사회에서 가정은 부모와 자녀로 이뤄진다. 이는 마치 불변의 진리처럼 인식돼 그 외의 형태는 가정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결국 미혼모(부)와 자녀로 이뤄진 가족은 가정으로 대접받지 못한다. 가정으로 인정받지 못하니 각종 정부 복지혜택의 사각지대로 남아있을 수 밖에 없고 이는 정당화된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전 근대적인 사고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다양한 형태의 가정을 포용하지 않는 국가는 아무리 재정을 투입하더라도 퇴행적 인구감소의 고통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인구론'의 저자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Thomas Robert Malthus)는 '부의 증가가 인구의 증가로 이어진다'는 논리를 폈다. 이미 역사적으로 사실이 아님이 증명됐다.

◆차별 없는 프랑스의 가족 정책…'아이들은 모두 평등'= 육아 선진국이라 불리는 유럽 등 다른 국가에서 한부모가정은 다양한 가족 형태 중 하나로 인식된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혼모'라는 이름이 족쇄처럼 작용해 차별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부모 가정의 아이와 혼인 가정의 아이를 동등하게 키워야한다는 인식 아래 국가가 지원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 미혼모를 지원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체계화돼 있다. 대표적인 예가 프랑스다. 프랑스는 임신ㆍ출산ㆍ육아 등에 드는 비용 상당 부분을 국가가 지원한다. 프랑스 가족 정책의 가장 큰 특징은 미혼모(부)가정, 한부모가정, 재혼가정 등 다양한 가족의 형태에 대해 차별 없는 지원을 한다는 점이다.

'한부모가정'도 하나의 가족…육아 선진국의 가족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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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모든 임산부에 대해 7개월 차부터 923유로(122만원)를 지급하고, 자녀출산 후에도 3세까지 한 자녀 당 매달 184유로(24만원)를 준다. 연소득 1만9000유로(3400만원) 이하의 가정에서 3세 미만의 아동을 양육할 경우 보육비 전액이 지원된다.


연평균 소득이 4만9000유로(8700만원) 이하인 가정에 3세 미만의 아동이 있는 경우도 한 달에 172유로(30만원)를 받을 수 있다. 또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에 다니는 아동에 대해선 20만∼40만 원가량을 연령별로 차등 지급한다. 임산부 또는 이미 출산한 의료급여 수급권자에게 1회 50만원을 지원하는 임신ㆍ출산 진료비 지원 제도와 자녀수에 따라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연장해주는 국민연금 출산크레디트 제도도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지원제도가 있다. 하지만 프랑스는 이 같은 정책을 모든 형태의 가족에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프랑스는 혼외출산과 법적 부부의 출산을 구분하는 가족법 규정을 2006년부터 폐지했다. 모든 가정에 대해 편견 없는 지원 정책을 펼치는 것이다. 동거 중인 커플 사이에서 태어나거나 부모 중 한쪽이 아이를 맡아서 키우는 경우에도 지원 내용이 달라지지 않는다. 프랑스인들이 결혼을 하지 않고도 자녀를 양육할 마음을 먹을 수 있는 이유다. 프랑스는 2014년 기준 유럽에서 가장 높은 합계출산율(1.93명)을 기록, 2016년까지 이를 유지해왔다. 또 2000년대 초 이미 혼외출산 자녀수가 법적 부부 자녀수를 넘어섰다.


◆정부가 비양육자 추적, 덴마크 '히트 앤드 런' 방지법= 덴마크도 미혼모에게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법적으로 동등한 권리를 보장한다. 미혼모 가족을 다양한 가족 형태 중 하나로 인정하고 이에 대한 맞춤형 복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아동을 양육하는 모든 가정에 대해 동일한 지원을 제공한다는 점에선 프랑스와 비슷하다. 미혼모, 미혼부의 동거도 결혼으로 간주하는 덴마크는 미혼모에 대해 모성보호법, 임신보호법 등 일반 결혼여성과 똑같은 혜택을 적용한다.


덴마크가 펼치고 있는 미혼모 지원 정책 중 눈여겨 볼만한 것은 정부가 양육 책임을 져버린 미혼부ㆍ모를 추적해 그에게 양육비를 부담하게 하는 일명 '히트 앤드 런 방지법'이다. 한쪽만 아이의 양육을 부담하지 않게 하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양육 책임을 져버린 쪽은 일정 금액을 매달 양육자에게 보내야 한다. 양육비 지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가 비양육자 대신 양육비를 보내고 비양육자의 소득에서 원천징수하는 식이다. 실제로 덴마크 외에도 스웨덴이나 핀란드, 노르웨이 등 많은 국가가 양육비를 선 지급하고 비양육자를 상대로 이를 청구하는 제도를 시행중이다. 영국과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등도 정부가 양육자를 대신해 비양육자에게 양육비를 징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7대 국회에서 이 같은 제도 도입이 논의됐지만, 재정 부담 탓에 실제 추진되진 못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최근 국내 미혼모와 아이를 위한 '히트 앤드 런' 방지법을 만들어달라는 내용의 국민청원도 등장한 바 있다. 이 청원은 현재 참여 인원이 20만명을 넘었다.


◆교육 통한 미혼모 자립에 중점 둔 영국ㆍ독일= 영국은 최근 10대 미혼모의 급격한 증가에 발맞춰 미혼모와 자녀가 사회에서 배제되지 않고 자립하는 데 관심을 쏟고 있다. 영국에서는 10대 미혼모가 학업을 이어가길 원하는 경우 소득에 따라 주당 3만6000∼5만4000원의 교육유지수당이 주어진다. 또 이들에겐 한 주에 29만 원(자녀 1인당)의 양육비도 지급된다. 그 때문에 미혼모들은 자녀 양육에 대한 걱정 없이 학업에 집중할 수 있다. 또 미혼모들을 위해 거주, 건강, 취업, 부모교육 등의 서비스를 통합해 제공하는 '슈어 스타트(Sure Start)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이 밖에도 상담전문가를 통해 미혼모를 위한 상담을 지원하는 등 위기 상황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길도 있다. 이와 함께 영국은 한부모의 연령과 자산, 노동시간에 따라 주당 8만7000∼11만원의 소득보조금을 차등적으로 지급한다. 미성년 자녀를 둔 가족에게 주어지는 아동수당과 아동부양비 등 다양한 형태의 보조금과 '바우처'도 제공된다.


독일도 국가 차원에서 10대 미혼모의 교육권을 철저하게 보장한다. 독일 대부분의 주는 모성보호법 등에 따라 임신에 의한 결석을 출석으로 인정하거나 휴학 처리하는 등 미혼모가 학교에서 이탈하는 사례를 막고 있다. 또 미혼모와 자녀가 교육을 받지 못해 빈곤을 대물림하는 일이 없도록 연방 정부 차원에서도 학자금을 지원한다. 학자금은 절반만 무상 지원이지만 상환해야 하는 나머지 절반에도 이자가 붙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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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지원의 폭도 넓다. 우선 어린 자녀를 키우는 미혼모의 경우 정부로부터 매달 164만원의 최저생계비가 나온다. 6세 이하 자녀와 함께 60㎡ 크기의 주택에 거주하는 미혼모는 규정급여 104만원과 주거비 50만원, 난방비 10만원 등 월 164만원을 받는다. 또 13세 이하 자녀 2명과 함께 80㎡ 크기 주택에 사는 미혼모는 매달 216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부모가 함께 총 14개월을 쓸 수 있는 '부모 시간제' 육아휴가를 운영하는 독일은 미혼모에 대해서도 이 같은 규정을 동등하게 적용한다. 이에 따라 혼자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는 이 기간을 혼자서 다 사용할 수 있다. 휴가기간 중에는 월 소득의 67% 또는 최고 월 273만원의 '부모수당'까지 나온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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