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설탕의 산역사…65년 전통 CJ제일제당 ‘백설’
아스파탐 개발 성공…신소재 감미료 연구개발 지속
차별화한 R&D 역량으로 만든 신소재 감미료 ‘알룰로스’
1950년대 설탕 제품 작업 모습. 사진제공=CJ제일제당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6.25 전쟁이 끝난 직후 부산 전포동에 설탕 공장이 들어섰다. 순수 국내 기술력으로 설탕을 만드는데 성공하면서 서민에게 값싼 설탕이 보급되기 시작됐고, 그렇게 국내 설탕의 역사는 시작됐다. 이 같은 혁신을 이끈 곳은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1953년 8월 설립한 제일제당공업. CJ제일제당의 전신이다. 이후 CJ제일제당은 1980년대까지 설탕의 다양화와 품질 향상에 힘썼다. 그리고 현재 현대인들이 마음 놓고 단맛을 즐길 수 있는 차세대 감미료들을 선보이며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 감미료·대체 감미료의 역사의 혁신을 이끄는 CJ제일제당의 목표는 '건강한 단맛'을 만드는 것이다.
양성재·변성배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수석연구원들은 13일 CJ제일제당센터에서 열린 차세대 감미료 R&D 설명회에서 “1953년 국내 최초로 설탕 사업을 시작해 60여년간 단맛의 역사를 이끌어 온 CJ제일제당은 끊임없는 연구·개발(R&D) 활동을 통해 인류가 추구하는 ‘설탕에 가깝고 칼로리가 낮은’ 감미료 개발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의 초창기 설탕 제품. 사진제공=CJ제일제당
◆아스타팜 개발 성공…건강감미료 개발 박차= 1984년말 제일제당 종합연구소는 고감미도 저칼로리의 고급감미료인 ‘아스파탐’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 번째였다. 아스파탐은 설탕에 비해 단맛은 200배이면서도 칼로리는 100분의1에 불과해 ‘기적의 감미료’라고 불렸다. 그때까지 국내에는 아스파탐의 주원료인 페닐알라닌의 발효기술이 전무한 상태였다.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으려 해도 기피하거나 과도한 로열티를 요구했다.
1981년 10월 제일제당은 종합연구소 내에 특수당연구팀을 발족하고 아스파탐 개발에 나서며 이를 성공시킨 것. 제품화에 서둘러 1985년 4월 ‘화인스위트’라는 이름으로 시중에 첫 선을 보였다. 화인스위트는 아스파탐 3%와 유당 97%의 비율로 제조돼 같은 양의 설탕에 비해 200배의 당도를 가진 저칼로리 감미로였다. CJ제일제당은 성인병 환자나 다이어트를 필요로 하는 고객층을 주요 대상으로 삼고 광고를 전개했다. 제품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헬스클럽이나 호텔, 커피숍과 같은 특수 경로도 개척했다.
아스파탐의 개발과 화인스위트의 판매 호조에 자신감을 얻은 CJ제일제당은 부가가치가 높은 기능성 건강감미료의 개발에 고삐를 바짝 당겼다. 프락토 올리고당과 팔라티노스당, 대두 올리고당 등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프락토 올리고당은 1987년 3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에 성공했다.
프락토 올리고당을 상품화한 것이 ‘백설표올리고당’이다. 이 제품은 1988년을 기점으로 시장 규모가 100%이상씩 성장했다. 분유, 아이스크림, 사료, 의약품, 음료 등으로 사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했다. 당시 국내 감미료 시장의 규모는 5000억원대로 그 중 설탕이 3000억원으로 전체 감미료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었고 나머지를 과당, 포도당, 물엿 및 전분당 등이 차지하고 있었다.
1980년대에는 가공식품의 발달로 고감미료의 맛을 보완해주는 기능성 당으로 에리스리톨과 같은 당알콜이 등장했다. 이어 2000년대에는 천연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커짐에 따라 스테비아를 비롯한 천연 고감미료 소재가 확산됐다.
◆‘달콤함’을 넘어 ‘건강한 단맛’으로= 2000년대 후반부터는 소비자의 선호도가 ‘맛있는 제품’에서 ‘건강하게 맛있는 제품’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을 파악하고, 이 같은 욕구를 충족시키는 감미료 제품을 속속 선보이기 시작했다. 2011년에 연이어 출시된 ‘백설 스위트리 자일로스 설탕’과 ‘백설 스위트리 타가토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자일로스는 자작나무, 메이플 등 자연에서 유래하는 당류의 일종으로 설탕의 60% 수준의 단맛을 내는 감미료다. 자일로스 성분은 설탕이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해되는 것을 억제해 몸에 설탕이 흡수되는 것을 줄여준다. 현 ‘FI센터(Food Ingredient)’는 설탕과 자일로스를 10대 1의 비율로 섭취할 경우, 설탕의 흡수를 평소보다 39.9%까지 줄여준다는 인체 효능을 입증했다. 충분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당류 제품인 자일로스를 부가가치가 높은 신소재식품으로 주목하고 연구를 거듭해 상용화에 성공했다. ‘백설 스위트리 자일로스 설탕’의 탄생은 국내 소비자들의 당류 섭취 트렌드를 변화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후 개발한 ‘백설 스위트리 타가토스’는 CJ제일제당만의 효소기술을 바탕으로 7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에 성공한 제품이다. 설탕의 3분의 1 수준 칼로리를 내지만 단맛은 설탕의 약 92%로 대체 감미료 중 설탕과 가장 비슷한 맛을 낸다. 당뇨환자들이 걱정하는 혈당지수(탄수화물을 섭취한 후 혈당 상승 정도)는 3으로, 설탕의 5% 수준이고 칼로리도 그램(g) 당 1.5㎉에 불과하다. 타가토스는 미국 나사에서 우주인이 우주공간에서 살이 쉽게 찌는 문제를 해결할 신감미 소재로 낙점됐었던 소재로, 가격이 너무 높아 업계의 외면을 받고 있었던 것을 CJ제일제당이 기초 연구부터 새롭게 시작해 상용화해 빛을 본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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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은 2015년 5년 여에 걸친 연구 끝에 세계 최초로 알룰로스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백설 스위트리 알룰로스’를 선보였다. 가장 최근에 선보인 ‘백설 스위트리 알룰로스’는 이전 ‘백설 스위트리 타가토스’보다 칼로리는 약 80% 더 낮고 자연 상태의 설탕에 가장 가까운 단맛을 내는 제품이다. CJ제일제당은 ‘백설 스위트리 알룰로스’의 상용화 이후에도 업계 최대 수치인 95% 이상의 수율 확보를 위해 효소 기술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신소재 감미료에 대한 연구개발을 통해 세계 감미료의 역사를 주도하려는 CJ의 노력과 혁신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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