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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그 후]한국GM 사태와 민주당의 원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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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그 후]한국GM 사태와 민주당의 원죄 2001년 4월10일 인천 부평 대우자동차 인근에서 벌어진 폭력진압 현장. 사진 출처=대우자동차노조 촬영본 캡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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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그 곳은 전쟁터였다. 중무장을 한 전경들은 시위대를 향해 연신 최루탄을 날렸다. 곳곳에서 전경들에게 잡힌 시위대들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쇠파이프와 돌로 무장한 대우자동차 노조원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아직은 찬 바람이 남아 있던 3월 초, 경인교대로 쫓겨 들어온 시위대와 경찰들은 밤이 깊도록 돌과 화염병, 최루탄 세례를 주고 받았다. 곳곳에서 부상자가 속출해 병원에 이송됐지만, 싸움은 멈추지 않았다. 학창 시절 경험한 '혈기 넘쳤지만 뒷심은 약했던' 대학생 시위와는 양상이 달랐다. 참고 참았던 노동자들은 온 가족의 생계가 걸린 싸움에서 물러설 줄 몰랐다. 한동안 그렇게 계속되던 '폭력 사태'는 밤이 이슥해질 무렵에야 정리됐다.

기자 생활 초년병이었던 2001년 초, 인천 부평 대우자동차 인근에서 경험한 정리해고 반대 시위 목격담이다. 선배의 지시로 헐레벌떡 달려가 살벌한 전쟁터를 직접 경험했다. 기자들에게야 하루 취재거리였고, 곧바로 다른 출입처를 맡게 되면서 잊게 됐다.


그러나 대우차 정리해고 사태의 파장은 컸다. 경제적으로는 1997년 IMF사태로 시작된 국내 대기업 부도 사태가 대우차의 매각을 즈음해 어느정도 일단락됐다. 정치 사회적으로는 당시 1997년 '민주 정부'를 내세워 당선된 김대중 정부가 경제 문제에선 보수적인 정책으로 일관하면서 주요 지지층이었던 진보ㆍ노동운동 세력과 거리를 두게 된 계기가 됐다.

사태는 정부가 2000년 11월 대우자동차가 부도나자 2001년 4억달러(약 5000억원)이라는 헐값에 GM에 매각하면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특혜를 줬다. 가장 알짜인 부평공장을 별도로 분리해 부채를 정리한 후 클린 컴퍼니로 만들어 2006년 GM에게 넘겼다. 소득세, 법인세, 취ㆍ등록세를 감면해주는 것은 물론 인천시는 청라 지구 200여만 ㎡ 규모의 연구단지 부지를 무상 임대해줬다. 제2대 주주로서의 권리도 제대로 행사하지 않은 채 GM의 '곶감 빼먹기'를 방조한 책임도 있다. 당시 대우차로부터 해고된 노동자도 1750명에 달했다. 정부는 2001년 MOU체결 후 약 1조원을 투입해 빚을 정리하면서 부평공장 생산직 노동자 1750명을 해고했다.


당시 대량 해고 위기에 처한 대우자동차 노조와 민주노총 등은 강력히 반대하면서 국유화 주장을 펼쳤다. 먹튀ㆍ빨대 경영을 우려한다는 이유였다.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반대 투쟁으로 사법처리된 사람만 110여명에 달한다.


갈등이 극에 달한 것은 2001년 4월10일이었다. 당시 정리해고에 반대한 노조원들이 공장 점거 농성을 벌이자 김대중 정부는 이들을 해산하고 노조 사무실 침입을 금지시켰다. 인근 산곡성당에 본부를 차리고 있던 대우차 노조원 1000여명이 이날 오후4시쯤 노조 사무실로 들어가려 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 법원으로부터 노조 사무실 출입 허가를 받은 노동자들은 박훈 민주노총 고문 변호사를 앞세우고 회사로 들어가려 했다.

[뉴스 그 후]한국GM 사태와 민주당의 원죄 2001년 4월10일 인천 부평구 대우자동차 인근에서 벌어진 폭력사태 현장에서 박훈 당시 민주노총 고문 변호사가 집회를 이끌고 있다. 사진 출처=당시 대우자동차노조 촬영본 캡춰.



"길을 터달라"고 요구하던 노조원들과 박 변호사는 경찰들에 의해 곤봉ㆍ방패ㆍ군화발로 폭행당했다. 어린 아이를 등에 업고 응원 나온 가족들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길거리 곳곳에 노조원들이 피가 흘리며 쓰러진 채 신음하는 장면, 곤봉을 맞아 피를 흘리며 손을 부르르 떨던 노조원, 온 몸에 피가 낭자한 채 응급차에 실려 가던 모습 등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군사 독재 정권 시절도 아닌, 민주화와 '광주항쟁'을 내세운 김대중 정부 시절이었기 때문에 충격의 강도는 더 했다.


당시 경찰은 10여명의 전경들이 노조원들에 의해 감금당해 폭언을 당하다 보니 우발적으로 발생한 폭력 사태라고 해명하고 지휘부 징계ㆍ부대 해산 등의 조치를 취했다. 김대중 정부로선 "민주 정부라더니 군사 독재ㆍ보수 정권과 다를 게 뭐냐"는 질문에 답해야 하는 사건이었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총리 해임안을 제출하는 등 여론이 악화되자 김대중 대통령이 직접 나서 유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최근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사태를 둘러 싼 논란을 보면서 이날의 추억이 떠오른 것은 당시 시위대의 맨 앞에 서 있었던 박 변호사의 '작심하고 쓴다'는 글 때문이었다. 박 변호사가 지난달 22일 올린 글은 그 날의 그 끔찍한 기억과 정리해고, 특혜 매각이 있은 지 15년 후 일어나고 있는 현 사태에 대한 '민주당 원죄론'을 제기하고 있다.

[뉴스 그 후]한국GM 사태와 민주당의 원죄 2001년 4월10일 인천 부평구 대우자동차노조 정리해고 반대 집회에서 경찰에 맞아 부상한 노조원이 피를 흘리고 있다. 사진 출처=대우자동차노조 촬영본 캡춰.



당시 정권을 쥐고 해외 매각을 주도했던 민주당과 정부는 물론 관련된 주요 정치인들에게 대놓고 책임을 물은 것이다. 실제 당시 민주당 소속 최기선 인천시장과 송영길, 최용규 의원 등은 대우차노조에게 "정리해고에 동의하라"고 압박했다. 현 민주당 대표인 추미애 의원은 국회에서 당시 이무영 경찰청장에게 "박 변호사를 왜 (제3자 개입ㆍ폭력 선동 등의 혐으로) 구속하지 않냐"고 추궁했었다. 현 환경노동위원장인 홍영표 의원은 당시 대우차 노조위원장 출신임에도 '대안 부재'론을 주장하며 정리해고에 찬성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반대의 인연도 있다. 박용진 현 민주당 의원은 당시 민주노동당 지역구 위원장 자격으로 집회 맨 마지막에 마무리 연설에 나섰다가 실신하는 등 큰 부상을 당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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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어느 누가 옳았을까 라는 물음은 물론 현재 시점에서 큰 의미가 없다. 특혜ㆍ먹튀론이 실현됐다는 점에선 당시 노동계의 우려가 맞았다. 그러나 GM이 인수한 후 그동안의 고용 유지 등 긍정적인 측면도 일부 있었다. 노동계 등 일부의 주장대로 국유화됐다면 한국 경제 상황에서 지금 쯤 어떤 기업이 돼 있을까 호기심이 가기도 한다.


정부와 GM이 또 다시 몇조원을 주고 받으며 땜질식 합의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임시 봉인'에 불과하다. 국민들은 최소한 GM이 지금처럼 한국을 하청기지로 생각하며 이익만 빼가도록 놔두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교롭게도 15년전 김대중 정부에 이어 2018년 현재 문재인 정부를 이루고 있는 것은 같은 '민주당'이다. 현재 GM사태의 원인을 초래한 원죄를 속죄하는 길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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