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전날 밤 ‘신발’을 숨겨라?…설 세시풍속 '야광귀 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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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설날 전날엔 신발을 안에 들여놔야 해” 명절을 맞아 시골 할아버지·할머니 댁에 가면 종종 듣는 말이다. 밖에서 신는 신발을 왜 방안에 숨기는 걸까?

우리나라는 설날 바로 전날인 섣달그믐날 신발을 방안에 숨기는 풍습이 있다. 야광(夜光)이라는 귀신이 하늘에서 내려와 신발을 신어보고 맞으면 훔쳐간다는 속설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은 신발을 잃어버리면 그해 운수가 나쁘다고 해 신발을 안에 두거나 뒤집어 놨다고 한다.

집집마다 ‘체’를 마루 벽이나 대문 등에 걸어놓기도 한다. 숫자를 잘 못 세는 야광귀가 체의 구멍을 세다가 어느새 날이 밝아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우리 조상들이 신발을 사수하려 했던 것은 과거 신발은 사람 자체를 뜻했기 때문이다. 신발이 있는 곳에 늘 신발 주인이 있고 신발 코가 놓인 방향에 그 사람이 존재한다. 신발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자신을 잃는 것과 같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설 세시풍속(歲時風俗)인 ‘야광귀 쫓기’는 조선시대부터 이어져왔다. 실학자인 유득공의 ‘경도잡지’에는 “야광이라는 귀신이 있다. 밤에 인가에 들어와 신을 훔치기를 좋아한다. 그러면 신의 주인은 불길하다. 아이들은 이를 두려워하여 신을 감춘 뒤 불을 끄고 일찍 잔다. 마루의 벽에 체를 걸어두면 야광귀가 와서 그 구멍을 세다가 다 못 세고, 결국 닭이 울면 도망간다.”는 기록이 있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정월 열엿셋날을 ‘귀신날’로 생각하는 곳들도 많았다. 귀신날은 귀신이 인간 세상에 내려와 사람들에게 해를 주는 날이다. 사람들은 매사에 조심하고 행동도 함부로 하지 않아야 한다. 때문에 이날을 ‘귀신달굼불’이라 해 1년 동안 모은 머리카락을 고춧대, 목화씨, 노간주나무 등과 함께 태우기도 한다. 나쁜 냄새로 귀신을 쫓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