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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서 검사 눈을 가렸나…미투, 2차 피해 넘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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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서 검사 눈을 가렸나…미투, 2차 피해 넘을 수 있을까 한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서지현 검사 사진. 두 눈이 모자이크 처리돼 있다.사진=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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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사회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피해 여성들이 겪은 참혹했던 성폭력 고발 내용이 일부에서는 조롱의 대상으로 치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은 명백한 ‘2차 피해’이며 심각한 후유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투’ 운동의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의 한 페이지에는 ‘성범죄 신고는 112’라는 제목의 게시글과 함께 모자이크 처리된 서지현 검사의 사진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이 사진과 함께 ‘8년씩이나 기다리실 필요 없습니다. 경찰은 3분 거리에 있습니다’라며 서 검사가 본인이 당한 성폭력을 왜 지금에서야 폭로했는지 의혹을 제기했다.


이 같은 게시물에 네티즌들은 “왜 3분 거리에 있는 경찰에 고발하지 않았겠냐”라며 항의하자 글쓴이는 서 검사가 ‘성폭력 사건’을 무마했다고 지목한 최교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페이스북 글을 공유하며 “여론몰이를 하려고 했던 사건과 유사하다며 저 여 검사도 별로 다를 바 없다”라고 반박했다.


서 검사 사례와 마찬가지로 ‘미투’를 통해 성폭력을 당한 사실을 밝힌 여성들은 가해자 처벌에 앞서 여론재판 등 2차 피해에 노출되고 있다. 한 여성은 “가해자 처벌하기 전에 지칠 것 같다”며 토로했다. 이 같은 2차 피해에 따른 피해 정도는 전쟁을 경험한 사람과 유사할 만큼 큰 것으로 나타났다.


◆ 성폭력 피해자들, 전쟁 경험한 환자와 맞먹어…‘2차 피해’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 끊기도


임명호 단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충남해바라기센터 연구팀이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은 성폭력 피해자 여성 40명과 일반인 여성 83명의 정신과적 임상특성을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는 전쟁을 경험한 환자와 유사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 피해 유형은 강간 75%(35명), 강제추행 20%(8명), 성매매 5%(2명) 등 이었다. 이 가운데 77.5%(31명)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주요우울장애(우울증)’는 20.2%(8명), 2.5%(1명)는 정상지능과 지적장애 사이에 놓인 ‘경계선지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성폭력 피해자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점수는 60점 이상으로, ‘전쟁을 경험한 환자와 맞먹는다’고 진단했다. 임명호 교수는 “성폭력 피해자들 트라우마는 전쟁을 경험한 PTSD 환자에게 보이는 특징과 유사하다”며 “이는 교통사고를 비롯한 일반적인 외상 경험과 달리 불안을 다룰 수 있는 자아 방어 능력 전체를 교란할 만큼 강력한 외상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누가 서 검사 눈을 가렸나…미투, 2차 피해 넘을 수 있을까 1일 오전 대구지방검찰청 앞에서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흰 장미를 달고 검찰 내 성폭력 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흰 장미는 성폭력 피해 고발 캠페인인 '미투'를 상징한다.사진=연합뉴스



이 가운데 성폭력을 당한 후 고발했지만 ‘2차 피해’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도 있었다. 2016년 대학에 입학한 A 씨는 같은 해 10월 같은 학과 동기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는 글을 이 학교 학생들이 사용하는 익명게시판에 올려 성폭력 사건을 공론화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가해 학생은 잘못을 인정한다며 사과문을 게재했다. 가해 학생은 당시 학교로부터 약 2주간의 정학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A 씨는 가해 학생이 사과문에서 밝힌 사건의 경위가 사실과 다르다며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후 해당 익명게시판에는 ‘피해자가 꽃뱀 같다’ ‘피해자 코스프레(흉내)를 한다’ 등 A 씨를 비난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사실상 2차 피해에 노출된 A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2차 피해 때문에 괴롭다’는 취지의 글을 여러 번 남기는가 하면 ‘익명게시판의 댓글을 보면 내가 아는 사람도 나한테 욕을 했을 것 같아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이후 A 씨는 자신이 살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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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 같은 ‘2차 피해’ 확산에 대해 ‘미투’ 운동의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정춘숙 젠더폭력TF 간사는 6일 국회에서 열린 젠더폭력대책태스크포스(이하 젠더폭력TF)에서 “2016년 5월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성차별 구조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긴 했지만 성폭력 가해자가 활개치며 다니고 피해자가 숨는 상황이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피해자는 직장 내 따돌림을 당하거나 허위 소문에 시달리는 2차 피해를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배복주 성폭력상담소협의회 대표는 "성폭력 피해자가 2차 피해를 당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 구성원의 낮은 인권의식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2차 피해도 1차 피해 만큼 엄중하게 다뤄야 한다. 1차 피해에 이어 발생하는 2차 피해를 우리 법·제도 안에서 어떻게 포섭할지 국회가 과학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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