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을 필두로 우리은행, 신한은행에 이어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도 인도네시아에 깃발을 꽂았다. 이제 현지에 진출하지 못한 국내 주요 은행은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두곳만 남았다.
하지만 현지에서 일본, 중국 등 다른 국가 은행들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어 국내 은행들의 경쟁력 향상은 과제로 남아 있다. 여기에 갈수록 높아져 가는 '금융 규제 벽'을 넘어서야 하는 숙제도 있다.
◆'남방' 정책 실천하는 기업은행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이미 진출한 중국, 일본, 베트남, 인도, 필리핀에 이어 올해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극동 러시아에 네트워크를 설치해 'IBK 동아시아벨트'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월 김 행장이 취임 일성으로 내세웠던 글로벌 전략 가운데 인도네시아 진출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고 조직의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인도네시아 은행 추가 인수에 조직의 역량을 집중한 후 베트남 외에도 캄보디아, 미얀마, 인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 대한 영업력 확대 방안을 꾸준히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해외사업 이익 비중을 20%까지 확대한다는 게 최종 목표다.
이같은 기업은행의 글로벌화는 'IBK인도네시아'조기 출범ㆍ성공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협상중인 현지 A은행의 인수작업이 상반기내로 마무리 돼야 한다. 아그리스 은행에 이어 A은행의 경영권을 확보, 연내로 통합 'IBK인도네시아' 를 출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영업적인 측면에서는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금융 지원 노하우에다 소매ㆍ외환 금융에 장점을 갖고 있는 아그리스 은행의 영업력을 합할 경우 조기에 연착륙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즈아' 동남아…수익성 확보는 과제=국내 은행들의 해외 지점은 대부분 동남아시아에 몰려 있다. 그 중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은행들 사이에서 '격전지'로 불린다. 이 지역의 총자산이익률(ROA)이 국내와 비교해 두 배 높기 때문이다.
실제 인도네시아 은행산업은 2007년 이후 매년 16% 이상의 자산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인근 동남아 국가에 비해서 월등한 수준인 5%대의 순이자마진(NIM)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수익은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지와 달리 현실은 쉽지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동남아는 수익률이 높아 국내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은행이 몰려들고 있어 경쟁이 국내보다 더 치열한 탓이다.
A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겨냥한 해외 시장이 편중된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해외사업은 실패해도 쉽게 접고 나올 수 없어 리스크가 크다"고 지적했다. B은행 관계자는 "동남아시아는 과거 중국에 공들이던 은행들이 최근 옮겨온 무대"라며 "수익성을 찾아 몰리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해외 은행 사업 특성상 국내 은행 가운데 한 은행이 선점하면 다른 은행이 현지에서 영업 확대가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인도네시아 금융당국(OJKㆍOTORITAS JASA KEUANGANOJK)이 금융산업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현지에서 활동하는 외국계 금융사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점도 국내 은행들이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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