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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도량이 맑으면 세상도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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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도량이 맑으면 세상도 맑다 은유와마음연구소 대표 명법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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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갑작스럽게 주지 임명을 받아 구미에 내려왔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이라 인근에 좋은 사찰들이 많지만, 내가 발령받은 사찰은 도심에서 조금 벗어난 주거지 한 가운데 있다. 십여 년 전 주택지로 개발된 곳인데, 보통 주거지로 개발된 곳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것과 달리, 이곳은 특이하게도 원룸촌으로 조성됐다. 구미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나 일용직 노동자를 위한 주거공간으로 설계한 듯한데, 그래서인지 이곳에는 원주민보다 일거리가 있을 때 잠깐 머물다 일거리가 떨어지면 바로 떠나는 외지인들이 더 많다.


얼마 전 이 지역에서 건설업을 하다가 지금은 다른 고장에 자리를 잡은 분이 지인의 소개로 찾아왔다. 이곳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해 사업기반을 마련했다는 그는 이곳 주민들의 넉넉한 인심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라며 오랜만에 찾아온 기쁨으로 연신 싱글거렸다. 뒷산을 병풍 삼아 남쪽으로 완만하게 경사진, 햇볕 잘 들고 공기 맑은 곳이니 인심이 좋다는 그의 말이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뒷산을 가로막은 아파트촌과 무미건조하게 반복되는 원룸들이 풍경의 아름다움을 가려버려 여는 도시와 같이 거칠고 썰렁한 곳이 되고 말았다.

환경에 따라 사람의 마음도 따라서 바뀌는 것 같다. 안타깝게도 사찰 건물조차 종교적 상징성이나 건축적 아름다움이 없이 주변의 건조함을 돕고 있어 주변 환경을 불평할 처지가 못 되지만, 원룸촌 주민들의 무신경이 보태져 분리수거 되지 않은 쓰레기가 이리저리 뒹굴고 절 마당에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버린 담배꽁초가 가득한 상황은 두고 보기가 어려워 동사무소에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원천적인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유마경'에서 말하길, 부처님의 땅에 부처님을 닮은 중생이 태어난다고 한다. 부처님이 어질면 어진 중생이 태어나고, 부처님이 베풀기 좋아하면 베풀기 좋아하는 중생이 태어난다고 한다. 탈종교화 시대라고 하지만 종교만큼 좋은 성인교육기관이 아직은 없다. 사람들의 심성을 순화시키는 일을 종교만큼 잘 할 수 있는 제도도 없다. 종교지도자들이 쓸데없는 권위의식을 내려놓고 그들 자신의 부패를 우선 해결해야 하지만 말이다.

지난 가을, 사찰 건물 둘레의 화단을 정리하면서 화단을 둘러싸고 있는 철제 담장을 어떻게 할지 신도들과 의논했다. 예전 주지스님 중 한 분이 사찰의 안전을 위해 설치한 것인데, 경계가 그어진 후에 일어난 일은 원하는 바와 달랐다. 내 입장에서는 담장 안이지만 담장 옆에 주차하는 차량 운전자 입장에서는 화단이 담장 밖이니까 오히려 마음 놓고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 꼴이 됐다. 나의 안전과 쾌적함을 위한 시도가 역효과를 불러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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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불교라면서 왜 나와 남을 구별하는 경계를 만드느냐"는 어느 신도의 지적처럼 경계를 두지 않는다면 주변도 함께 변할 것이다. 올 봄에는 담장을 허물고 화단에 꽃을 심으려고 한다. 그 신도님은 봉숭아를 심고 싶다고 한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꽃도 감상하고 원한다면 꽃을 따다 봉숭아물도 들이게. 봉숭아도 좋고 코스모스도 좋고 이름 모를 들꽃이면 어떠랴. 도량이 맑아지면 주변도 깨끗해질 것이다. 뜨내기들의 도시를 따뜻한 감성으로 채우는 일, 불가능해 보이지만 이 시대에 종교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사람들의 삶 속으로 스며들어가 따뜻하고 살기 좋은 공동체를 만들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버리기에는 너무 이르지 않은가.


명법 스님·구미 화엄탑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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