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패예방감시단, 지자체·공기업 퇴직 건설기술자 5275명 증명서 전수 점검
32% 경력증명서 허위 판명..직인 위조해 증명서 발급받은 사례도 적발
허위 증명서 토대로 용역수주도 10건중 1건 넘어..내년중 전산시스템 도입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에서 일하다 퇴직한 건설기술자가 재취업하는 과정에서 경력을 허위로 써넣거나 위조하는 일이 빈번한 것으로 정부 합동조사 결과 드러났다. 최근 10년간 해당되는 경력 기술자 가운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감시단은 2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경력증명서 전수 점검결과를 발표했다. 그간 기술직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직원이 퇴직한 후 허위 경력증명서를 이용해 고액 연봉을 받고 재취업한 후, 허위 경력을 바탕으로 설계ㆍ감리 등 건설기술 용역을 수주하는 불공정행위가 만연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앞서 지난 1995년 건설기술자 경력신고제가 도입된 후 전수점검은 이번이 처음이다.
감시단은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최근 10년간 전국 지자체와 한국철도공사ㆍ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건설 관련 공기업 9곳의 퇴직 건설기술자 5275명을 조사했다. 조사는 각 기관 자체 감사 후 감시단과 국토교통부, 건설기술인협회와 함께 점검결과를 보완ㆍ재검토하는 과정을 거쳤다.
조사 결과 지자체 퇴직자 3155명 가운데 1070명(34%), 공기업 퇴직자 2120명 가운데 623명(29%) 등 총 1693명의 경력증명서 내용이 허위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는 관련자들이 지자체나 공기업의 직인까지 위조해 만든 허위 경력확인서를 기초로 발급받은 사례도 20명이나 있었다.
연수ㆍ휴직으로 실제 근무하지 않은 기간에도 건설사업 감독 경력이 있다거나 다른 부서에서 관리한 공사를 본인 부서에서 감독한 것처럼 기재한 일도 적발됐다. 경력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지자체 장이나 공기업 대표 직인이 있는 경력확인서가 필요한데 퇴직 직전에 부하 직원에게 발급하도록 한 사례도 있었다.
건설기술자 경력신고 제도는 경력확인서를 토대로 증명서를 발급해주는 제도로 1995년 도입됐다. 건설기술자 경력증명서는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각종 용역의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에서 입찰업체의 평가 자료로 활용된다. 참여기술자에 대한 평가점수가 PQ 점수의 최대 절반가량 차지하기 때문에 낙찰여부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참여기술자의 경력이나 실적을 부풀리는 일이 빈번한 배경이다.
정부는 "기술력이 부족한 업체가 허위 증명서로 불공정하게 용역을 수주하면 선량한 업체에 피해가 갈 뿐 아니라 부실용역으로 시설물 안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국정과제인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안전사고 예방' 차원에서 실태를 점검했다"고 설명했다.
건설기술용역 수주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2014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실적을 보면 219개 업체가 1781건, 금액으로는 1조1227억원 상당을 허위 증명서를 활용해 계약이 이뤄졌다. 이 기간 건설기술용역 건수의 11%, 금액으로는 18%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구체적인 현황이 파악되지 않은 2014년 이전을 감안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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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허위 경력 건설기술자에 대해 업무정지를, 취업한 업체에 대해서는 용역 수주를 취소하거나 입찰제한 등의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력확인을 소홀히 한 공무원은 징계 등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직인위조 등 적극 가담한 것으로 보이는 43명에 대해선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아울러 허위 경력증명서 발급을 차단하기 위해 내년까지 경력관리 전산 시스템을 도입하는 한편 고위직 공무원이 실제 업무에 관여한 정도에 한해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내년까지 고위직 경력인정 특혜를 해소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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