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이재용 부회장 명함에 휴대전화번호가 있을까.
통상 유명인이나 고위층들은 자신의 명함에 이름과 사무실 전화번호를 적을 뿐 휴대전화 번호는 남기는 않는 게 관례다,
휴대전화 번호를 남길 경우 자칫 민원성 전화에 시달리거나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번호가 꼭 필요하다면 사무실로 전화를 하도록 해 비서를 통해 용건을 물은 뒤 전화를 받거나 아니면 연락처를 남기도록 한 후 추후에 전화를 한다.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꼭 알려야 되는 사람이라면 명함에 휴대전화 번호를 수기로 적거나 구두로 알려주는 게 자신들만의 룰이다.
유명인이기도 하고 민원성 전화를 많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어떤가. 이 부회장도 유명인이나 고위층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 부회장 명함에는 아예 사무실 전화전호도 기재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청와대 전 비서관이 이 부회장으로부터 휴대전화 번호가 적힌 명함을 받았다고 해 주목 받고 있다. 주목 정도가 아니라 사실 여부에 따라 이 부회장 2차 공판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안봉근 전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이 18일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 전ㆍ현직 임원 5명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차 독대' 이전에도 두 사람이 만나 대화를 나눈 정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안 전 비서관은 이날 이 부회장에게서 연락처가 적힌 명함도 받았다고 말했다.
안 전 비서관은 "증인 휴대전화에 '3 이재용'이라고 저장된 번호가 있는데 이 부회장 번호가 맞냐"는 특검팀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 조사 당시 "단독 면담 때 이 부회장이 안가로 들어와서 서로 인사를 했는데, 이 부회장이 연락처가 기재된 명함을 줬다. 필요할 때가 있을 것 같아서 휴대전화에 저장했다"고 진술했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간 공식 만남이 단독 형태로 한 차례 더 있었고, 이 때 명함을 받았다는 것이 안 전 비서관이 제시한 구체적 정황이다.
그러나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의 명함에는 전화번호가 없다며 안 전 비서관 증언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이날 안 전 비서관이 이 부회장의 연락처를 받았다는 증언에 대해 "이 부회장의 명함에는 전화번호가 기재돼 있지 않다"며 "당시 기재 사실이 기억나는가"라고 반박했다.
삼성 측은 1차 독대를 포함한 세 차례의 독대 이외에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추가 만남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1차 독대 당시에도 갑작스럽게 두 사람의 면담이 성사돼 5분 남짓 진행된 만큼 뇌물과 관련된 합의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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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부회장이 일반인을 만날 때는 번호가 없는 명함을 사용하고, 청와대 등 고위 관계자가 특수 관계인을 만날 때는 전화번호가 있는 명함을 전달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럴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 재계의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명함에 자신의 휴대전화번호를 기입하는 오너는 없다”며 “필요하다면 현장에서 휴대전화번호를 주는 경우가 있지만 주로 비서 등을 통해 연락하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비서 연락처를 대신 전달한다”고 말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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