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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土요일에 읽는 지리사]300년 독립의 꿈에 계속 도전하는 나폴레옹의 고향, 코르시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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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土요일에 읽는 지리사]300년 독립의 꿈에 계속 도전하는 나폴레옹의 고향, 코르시카 이탈리아 영토인 사르데냐섬 바로 위에 위치한 코르시카 섬(붉은 외곽선 표시) 모습. 지중해 서부 일대의 중요한 길목에 위치해 고대부터 페니키아, 카르타고, 로마, 이슬람 등 각종 세력들이 점령했으며 14세기부터 제노바의 지배를 받다가 1768년, 프랑스에 매각됐다.(사진=구글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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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스페인의 카탈루냐와 함께 유럽 분리주의 운동의 주요 본거지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곳이 '코르시카(Corsica)'섬이다. 지중해에서 4번째로 큰 섬이자 30만명 정도의 주민이 사는 섬이지만, 보통 그 지명보다는 '나폴레옹의 고향'으로 훨씬 더 잘 알려져있다.

최근 치러진 코르시카의 지방선거에서 코르시카 민족주의 정당들이 대거 승리하면서 이 작은 섬이 다시 유럽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프랑스의 일간 르 피가로 등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 3일(현지시간) 열린 코르시카 지방의회 선거 1차 투표에서 민족주의 정당 연합인 '페 아 코르시카(Pe a Corsica)'가 45.36%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이번 선거에서 과반을 넘은 세력이 나오지 못함에 따라 2차 결선투표가 10일 치러질 예상이지만, 1차 선거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져 민족주의 정당 연합이 완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독립 열기가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코르시카는 예로부터 역사가 꽤나 복잡한 지역이었다. 바로 아래편에 좁은 보니파시오 해협을 사이에 둔 사르데냐섬과 함께 원래는 고대 페니키아인들이 들어와 식민도시를 세웠었다고 한다. 이후 카르타고의 지배를 받다가 주인이 로마제국으로 변했다. 로마의 오랜 통치가 지나간 이후엔 5세기, 게르만족 대이동 당시 이탈리아 북부 일대로 건너온 롬바르드인들이 들어왔고, 14세기에 이르러 이탈리아 도시국가인 제노바의 지배를 받으면서 18세기까지는 제노바 영토에 속해있었다.

그러나 18세기부터 지중해 상권이 대서양 상권으로 넘어가면서 지중해 무역으로 성장했던 제노바는 경제적으로 쇠퇴하기 시작했다. 이에따라 코르시카 내부에서도 독립의 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했는데, 1755년, 코르시카 섬의 독립운동가였던 '파스콸레 파올리(Pasquale Paoli)'란 인물이 제노바에 항거해 무장독립투쟁을 벌였다. 그의 부관으로 독립투쟁에 참전한 인물이 바로 '카를로 부오나파르테(Carlo Buonaparte)'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아버지다.


[土요일에 읽는 지리사]300년 독립의 꿈에 계속 도전하는 나폴레옹의 고향, 코르시카 코르시카의 민족주의 정당 연합인 '페 아 코르시카(Pe a Corsica)'가 지난 3일(현지시간) 열린 코르시카 지방의회 선거 1차 투표에서 45% 이상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하면서 코르시카의 분리독립운동 열기가 더 거세질 전망이다.선거를 앞두고 '페 아 코르시카' 지지자들이 모인 모습.(사진= 페 아 코르시카(Pe a Corsica) 공식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peacorsica/)


파올리가 이끄는 독립운동은 상당한 군사적 성공을 거둬 1760년대에 이르러서는 섬 대부분을 장악했다. 당시 계몽주의 학자들에게 유행하던 공화국, 민주주의 개념에 밝았던 파올리는 근대식 민주주의 체계를 코르시카에 도입하려했고, 이에따라 많은 유럽의 지식인들이 이 작은 섬의 독립운동을 응원했다. 파올리가 주창한 민주주의는 만 25세 이상 모든 섬의 남성들에게 투표권을 주고 3년마다 선거를 통해 의회를 구성, 국가원수인 통령을 뽑는 형태였다. 미국 독립전쟁 이전에 최초로 실시된 민주주의 체제로 이 작은 산골 섬의 이름이 처음으로 유럽 전역에 알려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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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파올리의 개혁은 1768년, 제노바가 코르시카 섬 전체를 프랑스에 팔아버리면서 좌절된다. 당대 유럽 최강국인 프랑스는 코르시카 독립운동을 진압하기 위해 10만 대군을 파견했으며, 독립군은 결국 1769년 프랑스군에 대패하고 파올리는 프랑스의 적국인 영국으로 망명길을 떠난다. 이 과정에서 카를로 부오나파르테는 친 프랑스파로 완전히 돌아서서 이름도 프랑스식인 '샤를 보나파르트'로 개명해버린다. 과거 일제강점기 우리나라식으로 따지자면, 변절해서 창씨개명까지 해버린 독립운동가가 된 셈이다.


샤를 보나파르트는 독립전쟁과 실패의 난리통 속에 태어난 자신의 둘째아들에게 '황야의 사자'란 의미를 담은 나폴레옹이란 이름을 붙여줬다. 유럽 역사는 물론 세계사를 뒤흔든 천재적인 장군이자 정치가인 나폴레옹의 탄생 뒤에는 코르시카 독립운동이 좌절된 역사가 녹아들어가 있었던 셈이다. 이후 나폴레옹의 거듭된 성공과 황제 등극에 따른 대 출세로 코르시카는 단순한 프랑스 식민지가 된 산골마을에서 황제의 고향이 됐고, 프랑스와의 동화(同化)도 이때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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