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줄리아 리, 마지막 황세손…기구한 운명 어떻길래

이구와 아내 줄리아 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대한제국 마지막 황세손 故 이구의 아내였던 줄리아 리(본명 줄리아 멀록)가 지난달 26일 미국 하와이의 한 요양병원에서 향년 94세로 별세한 것으로 알려져 이구와 아내 줄리아 리의 과거 행적이 재조명됐다.

이구는 고종의 손자이자 영친왕 이은의 둘째 아들로 대한제국 마지막 황세손이다. 그의 아버지 영친왕은 고종의 일곱 번째 아들로, 1926년 순종이 죽은 뒤 ‘이왕’의 지위를 계승했다.

이구는 소년 시절 일본 왕족과 귀족들만 다니는 카쿠슈인에서 공부했다. 1953년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의 초청으로 미국 유학을 떠나 MIT 공과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 졸업 후 미국 뉴욕 아이엠페이(IMPEI) 건축사무소에 입사해 건축가로 활동했다.

이구는 1959년 같은 회사에 근무하던 8살 연상의 독일계 미국인 줄리아 리와 결혼했다. 그는 1963년 박정희 대통령의 초청으로 영친왕, 이방자 여사, 덕혜옹주와 함께 귀국해 창덕궁 낙선재에서 생활했다.

이구의 한국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국내 대학에서 선진 건축설계를 강의하고 신한항업주식회사 설립해 사업을 시도했지만, 사업은 부도를 맞아 실패로 돌아갔다. 종친들은 그의 주변에서 줄리아 리 여사를 향해 서양인인데다 황손을 낳지 못한다며 줄리아와의 결별을 종용했다. 결국 이구는 줄리아 리와 1977년부터 별거에 들어갔다. 종친회는 1982년 두 사람을 강제이혼 시켰다.

이후 줄리아 리는 플라자 호텔에서 공예점을 운영하며 장애인 복지 등 불우이웃돕기 사업을 벌이다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1995년 친정인 하와이로 돌아갔다.

일본으로 떠난 이구는 재기를 꿈꾸며 여러 가지 사업을 벌였지만 모두 실패하고 1996년 귀국했다. 이후 그는 조선과 대한제국의 유·무형 보존관리를 위해 설립된 사단법인 전주이씨대동종약원 명예총재로 일했으며 2005년 도쿄의 한 호텔에서 사망했다.

온라인이슈팀 issu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