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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쩍벌남' 겨울 '어깨깡패'…서울지하철은 '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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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쩍벌남' 겨울 '어깨깡패'…서울지하철은 '전쟁 중' 두꺼운 패딩을 입은 남성 승객 사이에 여성 승객이 파묻혀 있다. (사진=이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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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금보령 기자, 이승진 기자]"왜 사람을 치고 난리야? 당장 사과해!" vs "살짝 닿은 것 가지고 뭘 그러냐. 사과 못 해!"


지난달 25일 오전 6시쯤 서울 지하철 1호선 한 전동차에서 승객들 간에 싸움이 벌어졌다. 두꺼운 패딩 점퍼를 입은 50대 여성 두 명이 비좁은 좌석 때문에 몸을 부딪치게 되면서 말다툼이 시작된 것이다. 두 여성은 한동안 "너 나이가 몇이냐"는 등 옥신각신하다 한 명이 목적지에 도착해 내리고 나서야 조용해졌다. 두 사람은 물론 옆자리의 승객들도 새벽 출근길에 조용히 쉬면서 하루를 계획할 수 있는 시간을 망치고 말았다.

여름철 '쩍벌남'·'다꼬녀'에 이어 겨울철이 되자 두꺼운 패딩 점퍼를 입은 '어깨깡패'들이 많아지면서 지하철 전동차 내에서의 다툼이 늘어나고 있다. 안그래도 70년대 도입·설계된 좁은 좌석에서 그새 더 커진 덩치로 고생하던 시민들은 두꺼운 패딩을 입는 철이 돌아오면서 서로 치열한 어깨싸움을 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 6시가 넘어 지하철 2호선 전동차 내에는 최저기온이 영하 5도로 떨어진 추운 날씨에 승객 절반은 두터운 패딩 점퍼를 입고 있었다. 두꺼운 옷 탓에 비좁아진 좌석에 앉은 승객 몇몇은 어깨를 제대로 펴지도 못하고 상체를 앞으로 숙인 채 불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늘어난 패딩 점퍼의 부피 때문에 1인당 차지할 수 있는 공간이 좁아져서다. 의류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로 여름옷에 비해 겨울옷은 그 부피가 2.5~3배 크고, 패딩 점퍼는 5~6배나 더 두껍다.

1974년 처음 개통된 지하철의 좌석 넓이가 그대로인 반면 한국인들의 덩치는 훨씬 커진 점도 원인이다. 1979년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평균 키는 166.1㎝, 엉덩이 둘레는 90.2㎝였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2010년 평균 키는 172.4㎝, 엉덩이 둘레는 94.8㎝에 달했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팔꿈치간 거리도 49㎝로 늘었다. 그러나 지하철 전동차 내 좌석 넓이는 일부 신규 차량을 제외하면 1명당 435㎜에서 450㎜로 15㎜가 겨우 늘어난 후 이 규격이 계속 적용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동차 내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날 2호선 전동차에서 만난 직장인 김희영(29)씨는 "옆 사람이 책을 읽거나, 휴대전화로 게임하는 등 팔을 움직일 때마다 진동이 나한테 전해진다"며 "출퇴근길에 피곤해서 자고 싶은데 옆 사람 움직임이 신경 쓰여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동차 내 좌석이 한 자리 비었지만 아무도 앉지 못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빈 좌석 양 옆에 패딩 점퍼를 입은 남성 두 명이 앉아 있었다. 육안으로는 빈 좌석의 절반만 보였다. 그 근처에는 승객 10여명이 서 있었다. 대학생 김모(26)씨는 "굳이 무리하게 껴서 어깨도 못 펴고 가는 것보단 편하게 서서가는 게 나을 때도 있다"며 "저런 자리에 앉았다간 목이랑 어깨가 결릴 것 같다"고 얘기했다.

여름 '쩍벌남' 겨울 '어깨깡패'…서울지하철은 '전쟁 중' 옆 승객과 어깨가 겹치자 한 남성 승객이 불편함을 덜기 위해 몸을 틀어 앉았다. (사진=이승진 기자)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좁은 좌석의 문제점을 없애기 위해 올해 7월 도입된 지하철 2호선 신규 전동차부터 좌석 수를 줄이고 의자 폭은 넓해 기존에 1열 7석이었던 좌석 수를 6석으로 줄였다. 이에 한 좌석당 넓이 480㎜로 바뀌었다. 기존보다 30㎜ 늘어난 셈이다. 2호선을 포함한 1~8호선의 한 좌석당 폭은 모두 450㎜다.


실제로 이날 배치된 신규 전동차는 좌석이 넓어져 승객들 사이의 어깨 부딪힘이 덜해 보였다. 임신부 유모(33)씨는 "신규 전동차를 오늘 처음 탔는데 평소보다 편하게 앉아서 가는 것 같다"며 "임신 중인데다 옷도 두꺼워져서 좌석에 앉아도 그동안 옆사람에게 눌리는 느낌이 있었다. 신규 전동차는 그런 부분이 덜하다"고 말했다.

여름 '쩍벌남' 겨울 '어깨깡패'…서울지하철은 '전쟁 중' 서울 지하철 2호선 신규전동차 내부의 모습. 1열에 7석이었던 좌석 수는 6석으로 줄었고, 좌석 크기는 기존보다 30mm 늘어난 480mm다.


그러나 문제는 또 있다. 예산 부족 등으로 낡은 전동차 교체에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교통공사는 신규 전동차를 2호선에 내년 하반기까지 200량, 2020년까지 196량 들여올 계획이다. 2022년까지는 3호선에 150량, 2호선에 46량 등 총 610량 도입이 목표다. 이날 기준 1~8호선에는 총 3571량이 운행되고 있다. 사용 연수가 오래된 순서로 바꾼다고 하지만 21년 넘은 전동차도 2018량이나 되는 상황이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예산이 천문학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시와 정부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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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전동차가 도입이 되더라도 시민들이 바로 탑승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승인 절차 및 안전 점검 등을 거쳐야 해 영업운전까지 몇 달은 더 걸리기 때문이다. 현재도 30량이 차고지에 들어와 있는 상황이지만 시범운전으로 운행되고 있는 건 10량뿐이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점검해야 할 사항이 많아 시민들이 신규 전동차에 직접 탑승할 때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리겠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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