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을 시각화 한 브라질 작가 에르네스토 네토의 설치미술 작품 '향기는 향꽃의 자궁집에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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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산업화 시대가 도래하자 세계 각국은 생산력으로 직결되는 인구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영국 경제학자 토마스 맬서스는 인구가 곧 그 나라 경제력의 지표가 될 수 있음을 지적했고, 이에 19세기 영국법은 태동하는 태아를 인공 임신 중절 한 경우 사형에 처하는 등 법으로 인구감소의 가능성을 엄격히 차단해나갔다. 낙태죄 처벌의 효시가 된 바이마르 형법에 항거한 독일 여성 노동자들은 거리로 뛰쳐나가 “내 자궁은 나의 것”이라 소리 높여 외쳤고, 이는 혁명 직후 러시아의 낙태법 폐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포궁은 자궁을 이르는 또 다른 말로, 아들자(子) 대신 세포포(胞)를 써 특정 성별이 아닌 ‘아기를 감싸 안는 집’이란 뜻을 강조하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과거 아들을 낳기 위해 딸을 임신한 경우 빈번히 낙태가 이뤄졌던 대한민국의 젠더사이드(특정 성별자에 대한 대량학살) 문화 속, 살아남은 딸들의 때늦은 절규와도 같은 이 ‘정정’의 몸부림은 사람자(者)로 바꿔 그 음가는 살리되 뜻만 바꾸는 일이 가능함에도 부러 ‘아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하는 오랜 분노의 발현으로 읽힌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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