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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와 인권]①서양에서는 왜 임신 '12주'까지는 낙태를 허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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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10주부터 태아는 인간, '영혼입주설' 영향
제도권 종교가 정치적 권한 가진 중세부터 낙태 제한
고대까지는 모체 내부의 '장기' 정도로 취급


[낙태와 인권]①서양에서는 왜 임신 '12주'까지는 낙태를 허용할까?  (사진=전미생명권위원회(NRLC)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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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낙태죄 폐지에 대한 국민청원에 20만명 이상이 참가하는 등 낙태죄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청와대가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밝히면서 오랜 세월동안 논란이 되고 있는 낙태문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지 주목된다. 낙태에 대한 전면적 허용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이슈로 수천년간 끊임없이 제기돼 온 사회문제 중 하나다.


낙태를 죄로 볼 것인지 허용할지 여부의 핵심에는 '인권' 문제가 들어있다. 낙태문제는 두개의 커다란 인권문제가 충돌하고 있는데, 모체가 되는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복중 태아의 '천부인권'이다. 특히 태아를 언제부터 천부인권을 가진 인간으로 볼 것인지의 문제에 따라 나라별로 법적인 낙태 허용범위가 크게 달라진다.

낙태문제에 대해 일반적으로 관대하다고 알려진 미국과 유럽 등 서양 국가들의 경우엔, 태아와 인간을 구분하는 시기를 보통 임신 10~12주로 잡는다. 임신 12주 이내까지의 낙태는 자유롭게 허용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단계적으로 제한이 시작된다. 미국의 경우에는 12주 이내의 낙태는 임신부의 독자적 판단에 따라 허용되며 독일, 덴마크,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대부분 국가도 12주까지, 스위스는 10주까지 허용된다. 가장 포괄적으로 허용하는 나라는 영국으로 임신 24주까지 낙태가 허용된다.


[낙태와 인권]①서양에서는 왜 임신 '12주'까지는 낙태를 허용할까?  지난 9일,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낙태죄 폐지 시위를 벌이는 모습.


서구 국가들이 대체로 임신 10~12주내 낙태에 대해서는 제한하지 않는 이유는 중세시대의 종교적, 문화적 영향 때문이다. 중세 크리스트교의 영향에 따라 서구 사회에서는 태아가 임신 10주가 지나야 영혼이 깃들어 인간이 된다는 '영혼입주설(ensoulment theory)'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임신 10주 이전의 태아는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1532년 독일의 신성로마제국에서 만들어진 카롤리나 형법에서도 이 임신 10주를 기준으로 태아를 '생명이 있는 태아(belebte Frucht)'와 '생명이 없는 태아(unbelebte Frucht)'로 구별했으며 생명이 없는 태아의 경우에는 낙태를 해도 죄가 되지 않았다.


낙태문제에 대해 국가가 강력한 처벌을 시작한 것은 19세기 이후부터였다. 1813년, 바이에른 형법과 1851년 프로이센 형법 등 19세기에 만들어진 법률부터는 영혼입주설과 관계없이 태아의 생명자체를 보호해야한다는 취지로 낙태를 죄로서 처벌하기 시작했다. 각국의 산업화와 함께 대규모 인력이 동원되는 전쟁이 지속되면서 인구수 자체가 국력을 상징하던 시대였기 때문에 낙태는 인적자원의 누수요인으로 취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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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낙태를 더욱 금기시 했을 것 같은 고대시대에는 낙태에 대한 제한 법이 아예 없었다. 고대 로마법에도 낙태를 규제하는 법은 없었으며, 각 문화별로 차이는 있지만 낙태에 대한 각종 민간요법들이 별다른 규제없이 전승되고 행해졌다. 중국에서는 기원전 2700년경으로 추정되는 전설의 상고시대 황제인 신농씨(神農氏)의 일대기에 수은을 이용해 낙태를 시도했었다는 이야기가 있으며, 중동과 이집트에서도 낙태는 별도의 제지없이 시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로마제국 시대에도 태아는 모체의 일부로 여겨졌기 때문에 모체의 장기를 적출하는 것 이상으로 취급되진 않았다고 한다. 다만 가부장제가 워낙 강력했던 로마의 관습법으로 인해 가부장이 아이를 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내가 마음대로 낙태를 하는 경우에는 가부장의 기대를 저버린 죄로 처벌을 받았다. 태아를 언제부터 인간으로 대할지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은 크리스트교, 불교, 이슬람교 등 각 지역의 제도권 종교들이 정치사회적 지배력을 가진 중세시대 이후부터였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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