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김하균 기자]세기의 살인마 찰스 맨슨이 종신형 복역 중 사망했다.
19일(현지 시각) 오후 8시13분께 찰스 맨슨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 교도소 인근의 한 병원에서 83세를 일기로 숨을 거뒀다. 주 교정당국에 따르면 사인은 노환으로 인한 자연사로 밝혀졌다.
20세기 최악의 살인마로 꼽히는 찰스 맨슨은 ‘맨슨 패밀리’라고 불린 자신의 추종자들과 함께 임신 중이었던 영화배우 샤론 테이트를 포함한 7명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한 ‘로만 폴란스키가 살인사건’으로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재판을 통해 그는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사형제 폐지로 인해 종신형으로 감형돼 남은 일생을 감옥에서 지내게 된다.
맨슨은 어린 시절부터 불우했던 환경에서 자랐다. 그는 1934년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알코올 중독에 빠진 매춘부 어머니 아래서 태어났다. 친아버지가 누군지도 몰랐던 맨슨은 이후 새아버지를 따라 ‘맨슨’이라는 성을 갖게 된다.
그는 어머니에 의해 가톨릭계 수도원에 맡겨졌으나 이에 적응하지 못하고 성인이 되기까지 수차례의 범죄로 소년원 등의 교화시설을 전전하게 된다. 20세가 된 맨슨은 5살 연하의 여성과 결혼해 가정을 꾸리지만 또다시 절도로 붙잡혀 감옥에 수감된다. 이후 맨슨은 꾸준히 감옥을 들락거리며 전과를 이어갔고 1967년 3월 풀려나고는 맨슨 패밀리를 조직하게 된다.
맨슨 패밀리는 1967년 석방 이후 찰스 맨슨이 히피 문화를 이용해 결성한 집단으로 그는 이들에게 자신이 그리스도라고 설파하며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후 맨슨 패밀리는 로스앤젤레스, 말리부, 베니스 등을 전전하며 마약과 난교 파티를 즐겼다.

1969년에는 ‘맨슨 패밀리’의 이름을 미국 전역에 각인시킨 ‘폴란스키 가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그는 자신의 추종자들에게 할리우드 유명인사를 살해하라는 임무를 부여해 베버리 힐스에 거주하던 유명 감독 로만 폴란스키의 집을 습격하게 한다. 로만 폴란스키는 당시 영화 촬영으로 부재 중이었지만, 집을 덮친 맨슨 패밀리에게 임신 8개월이었던 그의 아내 샤론 테이트를 포함한 집 안에 있었던 5명이 잔인하게 난도질당하며 살해된다. 이들은 다음날에도 2명을 더 살해했다가 경찰에 체포당한다.
재판 과정에서 맨슨 패밀리의 기행이 미국 전역으로 방송돼 찰스 맨슨은 희대의 살인마로 이름이 남게 된다. 수사 결과 그간 맨슨 패밀리는 35명을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추종자들은 맨슨을 교주로 받들었는데, 대부분이 젊은 중산층이었던 맨슨 패밀리의 여성들은 집단의 거처를 위해 몸을 팔기도 했다. 결국, 찰스 맨슨은 1971년 2월 일급 살인죄로 사형선고를 받게 되지만, 이듬해 사형제 폐지로 종신형에 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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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맨슨은 매체와의 인터뷰 때마다 자신만의 정신세계가 드러나는 언행으로 사람들의 뇌리에 이름을 각인시키기도 했다. 1970년 재판 도중 그는 “감옥은 너희의 마음속에 있어. 내가 자유로운 게 보이지 않니?”라고 말했다. 그는 “날 경멸의 눈길로 보면 바보로 보일 거고, 경배의 눈길로 보면 신으로, 똑바로 쳐다보면 너 자신이 보일 거야”고 말하기도 했다. 1989년에 있었던 인터뷰에서는 기자가 그에게 “당신은 누구냐”고 묻자 맨슨은 순간 여러 표정을 짓다가 “난 누구도 아니야. 부랑자, 거지, 떠돌이 일꾼, 박스 카, 와인 통 난 뭐든 될 수 있어. 네가 내게 너무 가까이 다가온다면 면도칼이 될 수도 있지”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문화계에 많은 흔적을 남기기도 했다. 유명 락 밴드 ‘마릴린 맨슨’은 배우 마릴린 먼로와 찰스 맨슨의 이름에서 밴드 명을 따왔다. 건즈 앤 로지스는 앨범에 찰스 맨슨이 만든 노래를 커버한 곡을 삽입했다가 비난을 사기도 했다. 유명 영화감독 쿠엔틴 타란티노는 맨슨을 다룬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뿐만 아니라 맨슨 패밀리의 끔찍한 범죄가 히피 문화 쇠퇴의 시발점이 됐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김하균 기자 lam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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