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일본의 지도자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충성스러운 조수(loyal sidekick)' 역할에 불과했다는 미 언론의 보도가 6일(현지시간) 나왔다.
일본 현지에서조차 '과잉 환대'가 아니냐는 자조적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미 언론은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 소식을 주요 뉴스로 다루지 않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인터넷판 기사를 통해 "아베가 트럼프를 향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트럼프는 그의 지배적 지위를 내세우고 있다"며 "트럼프가 취임한 이래 아베는 3800달러짜리 금도금 드라이버, 수많은 전화와 방문 등 고급선물과 지속적인 관심을 쏟는 일관된 구혼자"라고 평가했다.
WP는 지난 2월 방미 당시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가 손가락이 부서진 것처럼 인상을 찌푸릴 때까지 19초가량 악수했던 점을 언급하며 "트럼프는 좀 더 미묘한 방식으로 누가 대장인지 계속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전후 동맹관계에 대한 지지를 얻기 위해 아베가 전략적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이번 순방기간에도 이 같은 모습이 지속됐다는 게 WP의 평가다. 아시아 순방 첫 국가인 일본이 트럼프 일가를 위해 2박3일의 일정동안 "레드카펫을 깔고 모금을 하는 등" 극진한 접대를 펼쳤지만, 동등한 국가 정상으로서의 예우는 받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전일 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 중 하나를 이룩했다"고 원고를 읽다가 "우리 경제만큼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지난 5일 골프 라운딩 직전에는 ‘도널드와 신조, 동맹을 더 위대하게 만들자’라는 문구가 자수로 새겨진 모자에 사인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 가운데 이름을 적는 바람에, 아베 총리는 구석에 서명해야만 했다.
특히 만찬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가 지난해 미 대선 직후 자신을 만나기 위해 필사적이었던 이야기를 거론하기도 했다고 WP는 전했다. 당시 트럼프의 보좌관이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었음에도, 이미 아베 총리가 비행기를 탔었다는 내용이다. WP는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 시절 전직 관료를 인용해 "아베가 어느 날 자신이 트위터로 파문당했음을 알게 될 수도 있다"고도 비꼬았다.
다만 아베 총리의 이 같은 접대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WP는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일본에서 우려했던 무역적자 해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과 관련한 발언을 쏟아내긴 했으나, 상대적으로 그 수위가 낮았다는 설명이다. WP는 "트럼프가 무역에 대한 가혹한 수사학의 일부를 중단했다"며 "그는 일본을 '소중한 동반자'이자 '중요한 동맹국'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앞서 사학법인 스캔들로 골프 등을 자제했던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골프채를 다시 잡았고, 점심·저녁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맛에 맞춰 햄버거, 와규 스테이크 등을 택했다.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를 위해 여성으로만 구성된 경비부대를 편성하기도 했다. 더욱이 '실세'로 꼽혔던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에게 '나흘 늦은' 생일축하 꽃다발을 전달하고, 기금을 전달하는 등 유례가 없는 접대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일 정산이 이렇게 긴밀히 협력한 예는 없었다"고 평가를 쏟아내는 일본과 달리, 미 현지 언론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떨어진 모습이다. 이날 미 현지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기사 대신, 전일 텍사스 주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 조세피난처 등을 1면 주요 뉴스로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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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두 정상이 일본과 미국에서 함께 골프를 치고 전화로 회담을 거듭하며 긴밀한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면서도 "양국 간 무역협상이 양국 관계를 파괴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불만이 컸던 일본과의 무역불균형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 결과를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일본 NHK는 이 같은 미 현지 언론의 보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이 국제면 등에 보도되고 있지만 다른 기사에 비해 특별히 크게 다뤄지지 않고 있다"며 "싸늘한 시선도 있다"고 언급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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