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호흡법/임수현](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17103109261035300_1.jpg)
수영을 배우면서
물고기와 친해질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침묵하는 것과 숨을 참는 것을 구분하지 못했다
문턱까지 참았다 가슴을 여는데
그게 도움이 되었다
맥줏집에서 그들은 즐거워 보였다
둥근 테이블 덕분에
나는 있으면서도 없는 호흡법을
배우는 중이었고 물속에서 만난 사람을
물 밖에서는 만나지 못했다
아무래도
떠오르지 않았다 끝내 나는 나를 떠올리는 데 실패했다
나는 어디에도
누구에게도 없는
물밑으로 조용히 가라앉는
침묵 속에서만 가능한
호흡법을 배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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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가 있다. "있으면서도 없는 호흡법"을 익혀야 할 때가. 사람들이 크게 웃으면 물개처럼 박수를 치고 좀 심각하게 이야기한다 싶으면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있는 듯 없는 듯 있다가 오랜 후에 만났을 때 그 자리에 있었느냐고 물어보면 '아마도'라고 대답하는 게 차라리 나을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런 일은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한 번쯤은 다 겪어 보았고 지금도 겪고 있을 일이다. 그러니까 조심해야 한다. 내 곁의 사람이 혹시 '우리'라는 "물 밖"에서 온 사람은 아닌지, 그래서 숨을 참다 참다 "물밑으로 조용히 가라앉"고만 있는 것은 아닌지 자꾸 살펴야 한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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