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희의 승전보 "무려 8년 만에"(종합)

타이완챔피언십 최종일 7언더파 '6타 차 대승', 리디아 고 2위, 유소연 공동 3위

지은희가 타이완챔피언십 우승 직후 셀카를 찍고 있다. 타이베이(대만)=Getty images/멀티비츠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미키마우스' 지은희(31ㆍ한화)가 대만에서 승전보를 울렸다.

2009년 7월 US여자오픈 이후 무려 8년 만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우승이다. 203개 대회, 날자로는 3000일이 더 걸렸다. 22일 대만 타이베이 미라마르골프장(파72ㆍ6425야드)에서 끝난 '아시안스윙 2차전' 스윙잉스커츠 타이완챔피언십(총상금 220만 달러) 최종일 7언더파를 몰아쳐 6타 차 대승(17언더파 271타)을 일궈냈다. 시즌 첫 승이자 통산 3승째, 우승상금은 33만 달러(3억7000만원)다.

첫날 악천후 속에서 6언더파를 작성해 동력을 마련했다. 둘째날 1언더파를 보태 공동선두를 지켰고, 셋째날 3타를 더 줄여 6타 차 선두로 올라서며 사실상 우승을 예약했다. 이날은 2, 4, 6, 10, 12, 13, 15번홀에서 버디만 7개를 쓸어 담는 퍼펙트 플레이를 과시했다. 페어웨이는 딱 한 차례, 그린은 두 차례만 놓치는 정교함이 돋보였다. 27개의 '짠물퍼팅'을 가미했다.

지은희가 바로 162cm의 아담한 체격에 정교한 아이언 샷을 주 무기로 전략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다. 웃는 모습이 만화영화 '미키마우스'의 캐릭터와 비슷하다고 해서 애칭이 생겼다. LPGA투어 입성 첫 해인 2008년 웨그먼스LPGA투어 우승으로 파란을 일으켰고, 이듬해 US여자오픈에서 곧바로 메이저챔프에 등극해 더욱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2010년에는 그러나 스윙 교정과 함께 슬럼프에 빠져 속을 태웠다. "3라운드를 6타 차 선두로 마치고서도 불안해서 잠을 못 잤다"는 지은희는 LPGA투어 공식 인터뷰에서 기자가 '혹시 새벽 2시에 일어나서 퍼팅 연습이라도 한 것 아니냐?'고 농담처럼 묻자 "사실이다. 방안에서 퍼팅 연습을 했다"고 대답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8년을 기다렸으니 그냥 행복한 게 아니라 슈퍼 해피(Super Happy)"라고 환호를 곁들였다

한국의 2015년 단일 시즌 최다승 합작(15승) 타이기록이다. 리디아 고(뉴질랜드)는 7타를 줄였지만 2위(11언더파 277타)에 그쳤다. 세계랭킹 1위 유소연(27ㆍ메디힐)은 7언더파의 뒷심을 앞세워 공동 3위(7언더파 281타)로 순위를 끌어 올려 '넘버 2' 박성현(24)과의 맞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박성현은 공동 42위(5오버파 293타), 이 대회 부진으로 특히 평균타수 1위 자리를 렉시 톰슨(미국)에게 내줬다는 게 아쉽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