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한 달여 전 미국 텍사스주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Harvey)의 영향으로 정유주가 반등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계속 오를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기 시작했다.
지난 8월24일(현지시간)부터 하비가 텍사스주에 상륙할 것이라는 소식에 세계증시가 반응하기 시작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10월물은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0.98달러(2.0%) 하락했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0월물도 배럴당 0.56달러(1.07%) 내렸다. 이날부터 지난달 29일까지 SK이노베이션은 11.8%, S-Oil은 8.5% 상승했다.
하비가 상륙한 지 한 달여가 지난 지난달 마지막 주에도 연구원들은 정유주 목표주가를 일제히 올렸다. 지난달 29일에 종가 19만9000원을 기록한 SK이노베이션에 대해서는 키움증권이 24만원에서 26만원으로, SK증권은 18만원에서 21만원으로 올렸다. S-Oil(12만7500원)도 SK증권이 10만원에서 14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하지만 미국 정유 시설이 복구되면 정제마진이 마냥 오를 수만은 없다는 분석도 제기되기 시작했다. 설비 증설이 빨라지면 정제마진 추가 상승 여력을 찾기가 어려워지는 만큼 주가의 상승 동력(모멘텀)도 사그라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정유주 추가 상승여력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그는 지난 3월14일 보도된 GlobalData에 따르면 앞으로 4년 동안 세계적으로 정유시설 증설이 약 16% 늘어날 것으로 예정돼 있고, 하비 발생 이후 미국 정유설비 가동률이 급감해 정제마진이 오른 것도 사실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허리케인 상륙이 한 달여쯤 지난 뒤 정제마진이 원래대로 돌아갔던 과거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2005년 카트리나, 2008년 구스타브 때도 허리케인 효과 발생 직후 정제마진이 급등했지만 약 한 달 뒤부터 제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손 연구원은 "허리케인이 일어난 지 한 달 뒤쯤 정제마진이 원래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은 재해가 기업의 기초 체력(펀더멘털)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번 하비 이후 기업 실적 양상도 같은 흐름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정유 업종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는 분석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설비 증설 속도가 정제마진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오는 2020년까지 정유 업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노우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도 정유 기업 실적이 증가할 것이라 제시했다. 유가 변동 여부를 떠나 기초 체력 강화로 정제마진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노 연구원은 "내년 정제마진 수요는 연간 150만 배럴/일 이상으로 상향 조정됐다"며 "세계 석유제품 재고는 늘어나는데 태풍으로 설비 증설이 제한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어 정제마진 강세가 오는 2020년까지도 이어질 것"이라 예상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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