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9일 오전 11시 30분께 서울 영등포구의 한 교회 신축 공사장에 설치된 크레인에서 A(62)씨가 "밀린 임금을 달라"고 주장하며 농성하고 있다. 2017.8.9 ahs@yna.co.kr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지난 28일 충남 천안의 한 공사장에서 하도급업체 대표 A(44)씨가 "밀린 임금을 달라"며 시너를 들고 자살 소동을 벌였다. 추석을 맞아 직원들에게 월급을 줘야 하는데 지난 8월달부터 2개월째 1억7000만원의 하도급 대금을 받지 못하자 답답한 마음에 벌인 일이었다.
추석ㆍ설 등 명절을 앞두고 자주 벌어지는 소동이다. 말만 들어도 답답해지는 임금 체불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최악의 조선 경기로 부산ㆍ경남 지역 조선업체 종사자들의 임금 체불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에서는 사업주에 대한 처벌 강화는 물론 근로감독관 증원과 신속한 진정절차 등 제도적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30일 서울노동권익센터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접수된 상담 2184건 중 35.6%가 임금 체불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징계 해고 19.2%, 퇴직금 19.1%, 실업급여 16.3%, 근로시간 휴일ㆍ휴가 9.7% 등의 순이었다.
나이가 어리거나 고연령일 경우, 비정규직일수록 임금체불에 시달렸다. 연령별로 보면 20대(51%), 70대(40.2%)가 30대(34.3%), 40대(34.1%), 50대(37.7%), 60대(36.1%)등다른 연령대보다 체불 임금 상담 비율이 높았다. 고용 형태 별로는 정규직ㆍ무기계약직 등 비교적 고용형태가 안정돼 있을 경우 임금체불보다 징계ㆍ해고 상담건수가 더 많다. 그러나 일용직(76.5%), 단시간(44.7%), 특수고용(51.4%) 등은 임금 체불 상담 건수의 비율이 훨씬 높았다.
이같은 임금체불을 해결하려면 고용노동부에 신고(진정ㆍ고소)하는 방법이 있다. 고용노동부 인터넷 홈페이지(www.moel.go.kr)나 지방노동관서를 방문해 임금체불 진정서를 작성하면 된다. 별도의 구비서류는 없다. 체불 후 14일이 지난 후부터 3년 이내에 해야 한다.
진정서가 접수되면 근로감독관이 임금 체불을 확인한 후 사업주에게 지급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불응하면 특별사법경찰관으로서의 권한을 이용해 수사에 착수해 사업주를 지명수배ㆍ체포영장 발부를 통한 강제 구인할 수도 있다. 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회사가 도산했을 경우엔 국가가 대신 체불임금을 지급해주는 임금채권보장제도도 있다. 자세한 내용은 고용노동부 상담센터(국번없이 1350) 혹은 근로복지공단 고객지원센터(1588-0075)로 전화하면 된다. 최악의 경우엔 민사소송을 직접 진행하는 방법도 있다. 법을 잘 모르고 변호사비나 수수료가 걱정된다고 포기하면 안 된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무료법률구조지원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다. 지원 대상은 최종 3개월분의 월평균임금이 400만원 미만인 근로자다. 국내거주 외국인도 받을 수 있다. 인터넷 예약 방문 신청, 132 전화상담 신청을 할 수 있다. 구체적인 절차는 대한법률구조공단 홈페이지(www.klac.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지방노동관서에 진정ㆍ신고해도 수개월 이상 길고 답답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근로감독관 직무규정상 고소ㆍ고발ㆍ범죄인지 사건은 2개월 이내에 수사 완료해 검찰에 송치해야 하며, 그외의 사건은 25일 이내에 처리되어야 하고 1회에 한해 25일 연장할 수 있다. 최소한 50일 이내에 체불임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일선에서 일하는 근로감독관들의 숫자가 절대 부족한 데다 업무 미숙 등의 여러 이유로 3개월 이상 지연되는 경우도 많다. 호텔 매장에서 시급 6000원을 받던 알바생 B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B씨는 해고 후 주휴 수당ㆍ해고 예고 수당을 못 받아 고용노동부에 진정했는데, 근로감독관은 법을 잘못 해석해 3개월이 지나도록 처리를 해주지 않았다. 고용노동부 감사실에 진정했지만 사과만 받았을 뿐 연락을 받지 못했다. C씨도 마트에서 근무하다 그만둔 후 체불임금 진정을 신청했지만 5개월이 지나도록 처리가 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총 1705명의 근로감독관이 활동하고 있지만 신. 일반 분야, 산업안전 분야에 각각 1297명, 408명이다. 그러나 2016년 한 해만 해도 임금체불 진정건수가 21만건, 금액은 1조4000억원에 이른다. 노동부는 근로감독관 수를 최소 1000명 이상 확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추경안에 500명 증원을 요청했지만, 200명만 승인을 받았다.
서울노동권익센터 측은 "고용노동부 진정은 민사소송에 비해 비용이 들지 않고 체불임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라면서도 "현실적으로 절차가 오래 걸리고 처리 기간을 초과했을 경우 실질적인 제재가 없다. 더욱 큰 문제는 노동부의 체불금품확인원 발급이 행정처분에 불과해 사업주가 끝까지 체불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민사소송을 제기해 소액체당금을 신청하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후속 절차를 고려한다면 진정 절차가 신속하게 처리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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