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려면 지켜야 하는 공공선이 있다. 개인이익뿐만 아니라 사회전체에 이익이 되는 선택을 해야 한다. 지나치게 개인의 이익만을 좇다보면 공동체가 무너지면서 원활한 사회 운영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최근 강남 재건축 수주전을 보면 공공선이 무너진 것 같다.
현대건설은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을 수주하기 위해 조합원들에게 이주비로 가구당 7000만원을 무상으로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재건축을 앞둔 조합원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매력적인 조건이다. 사업당사자인 조합원이 원하고 건설사가 기꺼이 제공하겠다고 하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재건축 사업은 조합원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장의 반응은 예상외로 비판적이고 국토교통부는 위법여부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건설사가 제시한 이사비 규모가 조합원들도 놀랄 만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재건축 사업 추진 시 이주비 지원은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 정도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주비 7000만원은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합리적인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서울 강남권에서 시공자 선정을 앞두고 있는 재건축 단지를 대상으로 한 건설사의 수주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이들 단지 대부분 세대 수가 많은 대형 아파트라서 공사비 규모만 하더라도 수조원에 이를 뿐만 아니라 수주에 성공하면 지역이 가지고 있는 프리미엄과 입지성 및 상징성으로 인해 건설사의 홍보효과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명품혁신설계 제공, 분양가 상한제 극복을 위한 후분양제 도입, 이주비 대출 부족분(LTV 20%) 저리 지급, 대여금 전액 무이자 대여, 신속한 사업추진, 지하철과 직접 연결되는 지하통로와 무빙워크 신설, 미분양 발생 시 분양가격으로 시공사 책임 인수, 관리처분인가 신청 시 필요한 사업비 시공사 조달, 조합원 이주비 60% 보장, 중도금 대출 전액보증 등 재건축 수주를 위해 타 건설사와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 파격적인 조건들을 제시하고 있다.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면서 공격적인 수주경쟁을 하면, 수주 실패 시 건설사가 감당해야 하는 매몰비용이 커지면서 비용부담으로 남는다. 수주에 성공하더라도 사업진행 과정에서 변하는 조건에 따라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과천의 한 재건축단지에서는 건설사가 약속한 시점에 착공하지 못하면 400억원이 넘는 계약이행보증금을 조합원에게 귀속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뿐만 아니라 일반분양가가 일정수준 이하로 하락하면 손실을 100% 보전하겠다고 했다. 결국 조합원의 지지를 받으면서 수주에 성공했지만 이후 사업추진 과정에서 과천시로부터 건축 재심의 판결이 나오면서 수억원대의 손실이 발생할 우려에 놓이게 됐다.
결국 과도한 수주경쟁은 건설사 입장에서도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사회적으로 수용가능한 공공선을 넘어선 과도한 수주전은 단기적 목표를 달성해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어떠한 위험을 가지고 부메랑이 돼 건설사의 발목을 잡을지 알 수 없는 것이다. 또한 과도한 수주전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사회적으로도 재건축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확산시켜 규제강화 대상으로 만들 뿐이다.
따라서 향후 재건축 수주는 조합원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이익이 되는 공공선을 지키는 수준에서 건전한 재건축 수주문화 여건을 조성해 지속성을 확보해 갈 필요가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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